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정책 평가의 조절효과
초록
본 연구는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이 관계에서 정책 평가의 조절효과를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전국 19∼39세 미혼 청년 72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으며, PROCESS Macro Model 1을 활용하여 조절효과를 분석하였다. 주요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은 삶의 만족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양육 경험이 없는 미혼 청년의 예비적 양육부담 인식만으로도 현재의 삶의 만족도가 유의미하게 저하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정책 평가는 양육부담 인식과 삶의 만족도 간의 관계를 유의하게 조절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조건부 효과 분석 결과, 정책 평가가 낮을수록 양육부담 인식의 부적 영향이 강화되고, 정책 평가가 높을수록 그 영향이 완화되는 완충 패턴이 나타났다. 그러나 현행 정책에 대한 미혼 청년의 평가 수준은 평균 2.32점(5점 만점)으로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나, 정책의 실질적 체감도 제고가 시급함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는 스트레스 완충 모형과 보상통제이론에 근거하여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부적 영향을 실증하고, 정책 평가가 이를 조절하는 심리적 안정망으로 기능함을 검증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이를 바탕으로 예비적 양육부담 완화 프로그램 도입, 정책 체감도 제고를 위한 맞춤형 지원 방식 재편, 양육부담 고위험 청년을 위한 타겟형 정책 접근의 필요성을 제언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the effect of perceived parenting burden on life satisfaction among unmarried young adults and the moderating role of policy evaluation in this relationship. An online survey was conducted with 723 unmarried adults aged 19–39 nationwide, and moderation analysis was performed using PROCESS Macro Model 1. Perceived parenting burden had a significant negative effect on life satisfaction, indicating that anticipatory perceptions—even without actual parenting experience—can meaningfully diminish current life satisfaction. Policy evaluation significantly moderated this relationship in a buffering pattern: lower policy evaluation amplified the negative effect, while higher policy evaluation attenuated it. Notably, participants’ overall policy evaluation was low, suggesting the buffering function is insufficiently realized in practice. Drawing on the stress-buffering model and Compensatory Control Theory, this study provides empirical evidence that anticipatory parenting burden reduces life satisfaction among unmarried young adults and that policy evaluation serves as a psychological safety net moderating this effect. The findings call for anticipatory parenting burden reduction programs for unmarried youth, restructuring of policies to enhance perceived effectiveness, and targeted support for those with high parenting burden perceptions.
Keywords:
unmarried youth, perceived parenting burden, life satisfaction, policy evaluation키워드:
미혼 청년, 양육부담 인식, 삶의 만족도, 정책 평가I. 서론
대한민국은 2024년 합계출산율 0.75명을 기록하였으나, 이는 9년 만의 소폭 반등에 불과하며 OECD 최하위 수준의 초저출산 기조가 구조적으로 지속되고 있다(통계청, 2025).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가 사회⋅경제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국면 속에서, 청년층의 결혼⋅출산 기피 현상은 그 핵심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청년기는 교육에서 노동시장으로 이행하고, 결혼⋅출산 등 생애 전환을 준비하는 핵심 단계이지만, 오늘날 한국 청년들은 장기화된 취업 준비, 주거비 부담, 노동시장의 구조적 불안정 속에서 주요 생애과업을 유예하거나 포기하는 이른바 ‘N포 세대’로 불린다(조성호 외, 2019). 이와 같은 구조적 어려움은 청년들의 주관적 안녕에도 직결되어,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년(15∼29세)의 삶의 만족도는 6.5점(10점 만점)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31위에 그쳐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조아라, 2025).
이러한 배경 속에서 양육부담에 대한 인식은 저출산 문제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부담이 실제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직 자녀를 갖지 않은 미혼 청년들은 언론⋅미디어 보도, 주변의 육아 경험 관찰, 사회적 담론 등을 통해 양육에 수반되는 경제적⋅시간적⋅정서적 비용을 미리 인식하고 내면화한다(최효미 외, 2016). 실제로 서울을 포함한 15개국 대도시 비교 조사에서 서울 청년의 82%가 자녀를 경제적 부담으로 인식하여 타 국가 대도시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허정원, 2023). 이처럼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은 단순한 태도가 아니라, 고용 불안정⋅주거비 부담⋅성역할 문화 등 사회구조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 ‘예비적 부담 인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Becker(1960)의 자녀 양육 비용 이론에 따르면, 자녀 양육에 수반되는 직접 비용과 부모의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 인식이 높아질수록 출산 및 양육에 대한 합리적 회피가 강화된다. 이러한 비용 인식은 실제 양육 경험이 없는 단계에서도 내면화될 수 있으며,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형성함으로써 현재의 삶의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심리적 경로로 작동할 수 있다. 따라서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은 결혼⋅출산 이후의 결과 변수가 아니라, 미혼 단계에서 이미 현재의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선행 요인으로 기능한다.
양육부담이 삶의 만족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는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어 왔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양육부담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유의하게 낮아지며(신해, 정명희, 2023), 여성의 자녀양육 부담이 경력 단절과 노년기 소득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누적적 불이익의 핵심 경로로 작용한다는 결과도 보고되었다(장애지, 최영, 2025). 또한 여성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자녀 유무와 양육 책임이 승진 가능성을 낮추고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태, 안준홍, 2024). 그러나 이들 연구는 대부분 실제 양육을 수행 중인 부모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미혼 청년의 예비적 양육부담 인식이 현재의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검토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편, 양육부담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이 처한 사회적⋅제도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Cohen과 Wills(1985)의 스트레스 완충 모형에 따르면, 사회적 지지는 스트레스 요인이 개인의 안녕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직접적으로 완충하는 기제로 작용하며, 이때 사회적 지지는 비공식적 관계망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와 사회가 제공하는 제도적 지원에 대한 인식까지 포괄한다. Hobfoll(1989)의 자원보존이론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데, 개인이 자원 손실을 예상할 때 스트레스가 증폭되는 반면, 외부 자원—특히 제도적 지원—에 대한 긍정적 기대는 이러한 손실 위협을 완화하는 보호 기제로 기능한다고 본다. 실제로 국외 연구에서도 정부 기관으로부터의 지원을 높게 인식하는 청년일수록 주관적 안녕감이 유의미하게 향상된다는 점이 실증적으로 확인되었으며(Das, 2024), 가족 지원 정책의 확충이 출산율 제고뿐 아니라 청년의 생애과정 설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보고된 바 있다(Thévenon & Gauthier, 2011). 또한 정책 수단의 적절성에 대한 시민의 긍정적 평가가 삶의 질 지표와 유의한 관련성을 갖는다는 점도 확인된 바 있다(Guerrero et al., 2024).
이러한 이론적⋅실증적 근거에 기초할 때, 정책 평가는 미혼 청년이 양육부담을 높게 인식하더라도 국가의 제도적 지원이 충분하다는 기대를 통해 그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심리적 안정망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혼 청년이 한국 사회를 긍정적으로 전망할수록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진다는 연구(이유리 외, 2017; 김인순, 김영택, 2017)와, 양육 및 돌봄 지원 정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출산 계획을 구체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강유진, 차승은, 2024)는 정책 평가가 양육부담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는 조절 기제로 기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기존 연구들은 주로 정책의 직접적 효과 검증이나 결혼⋅출산 의향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왔으며, 정책 평가가 양육부담 인식과 삶의 만족도 간의 관계에서 수행하는 조절적 역할을 직접 검증한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처럼 기존 연구에서는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과 삶의 만족도 간의 직접 관계, 그리고 이 관계에서 정책 평가의 조절효과를 통합적으로 검증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가 저출산 대응을 위해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미혼 청년들이 실제로 정책 효과를 체감하는 수준은 매우 낮다는 점(최윤희 외, 2025)이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청년의 삶의 만족도 역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정책 효과성에 대한 실증적 검토가 필요함을 제기한다.
이에 본 연구는 전국 19∼39세 미혼 청년 723명을 대상으로, 양육부담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이 관계에서 정책 평가의 조절효과를 PROCESS Macro Model 1(Hayes, 2022)을 활용하여 검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미혼 청년의 삶의 질 향상과 저출산 대응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제고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에 기반한 연구문제와 연구가설은 다음과 같다.
- 연구문제 1.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은 삶의 만족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 연구문제 2. 정책 평가는 양육부담 인식과 삶의 만족도 간의 관계를 조절하는가?
Ⅱ. 이론적 배경
1. 양육부담 인식
양육부담은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부모가 경험하는 심리적 스트레스, 시간⋅에너지 소모, 경제적 비용, 역할상의 압박 등을 포괄하는 부담감을 의미하며(신해, 정명희, 2023), 자녀양육이 부모에게 주는 정서적⋅신체적⋅사회경제적 과중함에 대한 주관적 인식으로 이해된다(장애지, 최영, 2025). 이러한 양육부담은 단순히 시간적⋅경제적 비용에 국한되지 않으며, 스트레스, 죄책감, 무력감, 자아 정체성의 위협 등 복합적인 심리⋅정서적 차원을 포함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양육부담은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고비용 사교육 환경, 돌봄 책임의 젠더 불평등한 분배에 의해 더욱 증폭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이태, 안준홍, 2024; 장애지, 최영, 2025).
Becker(1960)는 자녀를 부모에게 심리적 만족을 제공하는 소비재로 개념화하고, 출산 결정을 효용 극대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합리적 선택으로 설명하였다. 이 관점은 자녀양육에 수반되는 교육⋅돌봄의 직접 비용뿐 아니라 부모의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을 강조하는 자녀양육비용이론(Cost of Children Theory)으로 발전하여, 양육 비용과 시간 부담이 높을수록 출산에 대한 합리적 회피가 강화된다고 설명한다. 유계숙(2013)은 이러한 경제적 합리성에 기반한 ‘저출산 트랩’ 가설을 검증하면서, 청년층이 이상적으로 기대하는 자녀 수가 많더라도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실제 출산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확인하였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비용 인식이 실제 양육 경험이 없는 단계에서도 내면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양육에 수반되는 높은 비용과 기회비용에 대한 인식은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형성하는 심리적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
이처럼 실제 자녀를 갖지 않은 미혼 청년도 언론⋅미디어 보도, 주변의 육아 경험 관찰, 사회적 담론을 통해 양육에 수반되는 경제적⋅시간적⋅정서적 비용을 미리 인식하고 내면화한다(최효미 외, 2016). 백혜진 외(2024)의 연구는 이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데, 저출산 관련 언론 보도를 접한 청년들이 문제점 중심의 보도 프레임을 더 강하게 인식하고 부정적 영향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미혼 여성 집단이 언론 보도에 대해 가장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행동 변화 의도는 가장 낮게 보고하였다. 또한 장류미⋅조성봉(2024)은 미혼 청년들이 사회비교와 불안을 통해 결혼의향을 형성하는 과정을 탐색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사회비교 및 물질주의적 가치관과 상호작용하여 결혼 관련 의향을 낮추는 사회심리적 경로를 제시하였다. 이처럼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은 단순한 개인적 태도가 아니라, 고용 불안정⋅주거비 부담⋅성역할 문화⋅미디어 담론 등 사회구조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 예비적 부담 인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미래에 부모가 되었을 때의 부담을 상상하고 평가하는 인지적 과정으로서, 실제 양육 경험 이전 단계에서 이미 현재의 심리적 상태와 삶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양육부담 인식을 결혼⋅출산 이후 나타나는 결과 변수가 아닌, 미혼 청년의 현재 삶의 만족도를 설명하는 독립변수로 설정하였다.
이러한 예비적 부담 인식의 실태는 국내 조사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2023년 서울대⋅한국리서치의 15개국 대도시 비교 조사에서 서울 청년의 82%가 자녀를 ‘경제적 부담’으로 인식하였으며, 이는 다른 국가 대도시 청년들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이다(허정원, 2023).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제3차 국민인구행태조사에서도 출산 의향이 없거나 망설이는 이유로 미혼남성은 ‘경제적 부담’을 1순위로, 미혼여성은 ‘태어난 자녀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서’를 1순위, ‘경제적 부담’을 2순위로 응답하였다. 김인순⋅김영택(2017)의 연구에서는 청년들이 ‘부모됨’과 ‘부모노릇’에 수반되는 비용을 감당하게 해줄 사회안전망 수준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 결혼⋅출산 자신감을 저하시키는 핵심 기제임을 확인하였고, 유진성(2022)은 저소득 가구에서 출산율 하락이 특히 두드러진다는 점을 실증하여 양육부담 인식이 경제적 조건에 따라 계층화됨을 보여주었다.
양육부담과 관련한 선행연구들은 주로 장애아동 부모(이경림, 박주홍, 2013; 정경은, 석민현, 2023), 취업모(김나현 외, 2013; 이태, 안준홍, 2024), 조부모 양육자(김문정, 2007; 김오남, 2007) 등 실제 양육을 수행하는 특정 집단에 집중되어 왔다. 이유리 외(2017)는 사회경제적 지위 하위 집단, 비정규직, 육아휴직 미제공 직장 청년에서 양육 관련 자신감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남을 확인하였고, 김인순⋅김영택(2017)은 취업 여부와 경제적 독립 변수를 통제한 후 성별 차이가 소멸되어 성별보다 경제적 조건이 더 결정적임을 보고하였다. 이처럼 기존 연구들은 양육부담이 사회경제적 조건과 성별에 따라 차별적으로 경험된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아직 자녀를 두지 않은 미혼 청년이 양육부담을 어떻게 예비적으로 인식하는지에 대한 실증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는 양육부담을 둘러싼 구조적⋅문화적 맥락이 이미 청년기의 주관적 안녕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논의와 실증 연구가 이를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 청년의 삶의 만족도
삶의 만족도는 개인적 특성과 객관적 삶의 조건 등 여러 생활 영역에서 자신이 주관적으로 인지하는 만족감으로 정의되며(Diener, 1984), 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를 전반적이고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특정한 순간의 기분이나 일시적인 감정 상태라기보다는, 건강이나 경제적 상태와 같은 객관적 지표와 가족관계, 사회적 연결망과 같은 주관적 지표를 종합적으로 포함하는 개념이다(정순둘, 김정원, 2010; 박선숙, 2019). Neugarten(1961)은 삶의 만족을 사회적⋅정서적 어려움 없이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도로 정의하면서, 일상의 활동에서 기쁨을 느끼고 자신의 생활에 대해 책임감과 의미를 느끼며 주위 환경에 잘 대응하는 것을 그 핵심으로 보았다. Diener 외(1999)는 삶의 만족을 개인이 스스로 선택한 기준에 근거하여 자신의 욕구와 기대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평가하는 인지적 과정으로 정의하였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삶의 만족도는 주관적 안녕감의 핵심 인지적 구성요소로 이해된다. 즉 삶의 만족도는 개인이 자신의 삶 전체를 통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주관적 판단으로서, 순간적 정서 상태가 아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가 경향을 반영한다.
청년기는 교육에서 노동시장으로 이행하고 부모 세대로부터 독립하며 결혼⋅출산 등 생애 전환을 준비하는 생애사적으로 매우 역동적인 시기이다(국무조정실, 2025). 이 시기는 다양한 생애과업이 동시에 요구되는 만큼, 과업 수행의 성공 여부와 미래에 대한 전망이 삶의 만족도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특히 취업, 주거 마련, 경제적 독립, 관계 형성 등 핵심 생애과업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그 전망이 불확실하게 인식될 때 청년기의 삶의 만족도는 현저하게 낮아질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물질적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자기효능감과 사회적 기대 충족 여부가 현재의 주관적 안녕을 규정하는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또한 청년기에는 자신의 삶을 사회적으로 비교하고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데, 이유리 외(2017)는 청년들이 한국 사회를 긍정적으로 전망할수록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사회에 대한 긍정적 인식 자체가 청년의 주관적 안녕을 지지하는 심리적 기반으로 기능함을 제시하였다.
국내외 연구에서 청년의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고용 및 소득 조건, 주거 안정성, 사회적 관계, 미래 전망 등이 반복적으로 확인되어 왔다. 고용 및 소득과 관련하여, 취업 상태와 안정적 고용 형태는 청년의 삶의 질과 밀접하게 관련되며, 비정규직의 고용조건 및 직무여건은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다(이상록, 도유희, 조은미, 2017). 이러한 고용 불안정은 경제적 불확실성과 맞물려 청년의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회적 관계 측면에서는 외로움 경험과 대인관계 불만족은 청년의 주관적 안녕감을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보고된다(국무조정실, 2025). 또한 미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청년의 삶의 만족도와 유의미한 부적 관련성을 갖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최소은, 박민정, 2017), Das(2024)의 연구에서도 정부 기관으로부터의 지원을 높게 인식하는 청년일수록 주관적 안녕감이 유의미하게 향상된다는 점이 실증된 바 있다.
한국 청년층의 삶의 만족도는 국제적으로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국가통계연구원, 2025)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9∼34세 청년층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7점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19∼24세가 6.9점으로 25∼34세보다 높았으며, 교육수준별로는 대학 재학 및 휴학생이 7.1점으로 가장 높고 고졸 이하에서는 6.2점으로 낮게 나타나 교육수준에 따른 격차가 관찰되었다. OECD 국가 간 비교에서는 한국 청년(15∼29세)의 삶의 만족도가 6.5점으로 OECD 평균 6.8점보다 낮았으며, 38개 회원국 중 31위에 그쳐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러한 결과는 취업난, 주거 불안, 경제적 압박, 결혼 및 출산에 대한 구조적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청년들의 삶의 만족도 저하로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처럼 한국 청년의 낮은 삶의 만족도는 단순히 개인적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생애과업 수행에 대한 구조적 압박과 미래 전망의 불확실성이 현재의 주관적 안녕을 지속적으로 잠식하는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결혼, 출산, 양육과 같은 생애과업에 대한 부담 인식이 현재의 삶의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경로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현재의 심리적 상태에 투영되는 인지적 메커니즘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윤희 외(2025)는 정책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인식될 경우 청년이 무력감과 좌절감을 경험하며 이것이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논의는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 관계에서 정책 평가가 수행하는 조절적 역할을 검토해야 할 이론적 필요성을 제기한다.
3. 정책 평가
정책 평가(policy evaluation)란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의 목적과 내용, 분배 방식 및 성과가 사회적으로 정당하고 적절한지에 대한 시민의 규범적 판단을 의미한다(김경환, 이경민, 2025). 이는 단순히 정책의 존재 여부나 예산 규모에 대한 사실적 인지를 넘어서, 해당 정책이 양적으로 충분한지, 그리고 질적으로 사회구성원의 욕구와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주관적⋅평가적 판단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정책 평가는 정부 정책의 객관적 성과 그 자체라기보다, 정책을 경험하거나 영향을 받는 시민이 그 정당성과 효과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하는가에 초점을 둔다.
정책 평가의 개념적 기반은 정부신뢰(political trust) 논의에서 파생된다. 정부신뢰란 정부가 산출하는 각종 정책 및 서비스에 대한 평가와, 정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잘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 정향으로 정의된다(Hetherington, 1998). 정부신뢰에 관한 초기 연구에서 Miller(1974)는 정부신뢰를 정부가 국민의 정책적 기대에 얼마나 부응하는가에 대한 평가적 태도로 개념화하였으며, 정치 엘리트가 산출한 정책에 대해 시민이 만족할 때 신뢰가 형성되고 실망할 때 냉소가 발생하는 교환 관계로 설명하였다. Muller와 Jukam(1977)은 이를 집권정부의 공공정책 산출에 대한 평가와 그 성과에 관한 일반적인 승인과 불승인의 변수로 규정하였다. 오경민과 박흥식(2002)은 정부신뢰를 단일문항, 개념요소, 다차원 구성개념의 세 가지 방식으로 측정⋅비교하며, 정부 기능 수행에 대한 성과 평가가 신뢰 수준의 핵심 구성요소임을 실증하였다.
이러한 정부신뢰 논의는 이후 구체적인 정책 영역으로 확장⋅적용되면서, 시민이 특정 정책의 성과와 효과를 평가하는 정책신뢰(policy trust) 개념의 논의로 이어졌다. 김동욱과 서정욱(2021)은 청년 정책을 대상으로 정책 기대감과 정책효능감이 정부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청년이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수록 정부신뢰가 높아짐을 실증하였다. 이는 정책신뢰가 단순한 정서적 반응이 아닌 정책의 내용과 효과에 대한 평가적 판단에 근거함을 보여준다. 이처럼 정책신뢰는 정치적 맥락의 일반적인 정부신뢰와는 구분되며, 특정 정책 영역에서 해당 정책이 시민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평가적인 판단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의 정책 평가 개념은 정책신뢰의 논의와 맥을 같이하며, 미혼 청년이 결혼⋅출산 관련 정책의 충분성 및 실효성에 대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인식으로 조작화된다.
정책에 대한 시민의 평가와 인식이 개인의 태도 및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한 분야의 선행연구에서 확인된다. Guerrero 외(2024)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관련 정책수단의 적절성에 대한 이해당사자의 인식을 분석한 연구에서, 재정 투입의 규모만으로 정책을 평가하는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시민과 전문가가 인식하는 정책수단의 적절성이 정책의 우선순위 설정과 이행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정책 평가가 단순히 정책의 객관적 산출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정책의 방향성과 적절성에 대한 시민의 주관적 판단이 정책 효과성을 매개하는 중요한 인식론적 과정임을 시사한다. 오다은과 이정은(2025)의 연구에서는 공공 고용서비스를 직접 경험한 취업장애인이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취업한 집단에 비해 정책의 유용성과 효과성에 대한 인식 수준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정책 수혜자의 직접적인 정책 경험과 접근성이 정책 평가의 긍정적 형성에 핵심적으로 기여하며, 정책 평가의 긍정성이 곧 정부 신뢰 및 사회적 지지에 대한 기대로 연결됨을 보여준다.
저출산⋅양육 관련 정책에 대한 청년의 평가와 인식을 다룬 국내 연구들 역시 정책 평가의 중요성을 실증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미혼 청년이 한국 사회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을수록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진다는 연구(이유리 외, 2017; 김인순, 김영택, 2017)는 사회와 정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청년의 생애과업 수행 의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무자녀 가족을 대상으로 한 강유진과 차승은(2024)의 연구에서도 높은 수준의 사회적 신뢰와 돌봄지원 정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출산 계획의 구체화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들은 정책 평가가 양육에 대한 심리적 부담과 미래 전망의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인식론적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기존 연구들은 정책 평가와 청년의 삶의 만족도 간의 직접적 관계를 규명하는 데 머물러 있거나, 출산 의향이나 결혼 자신감 등 특정 행동 의도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어 정책 평가가 양육부담 인식과 삶의 만족도의 관계에서 수행하는 조절적 역할에 대한 실증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최윤희 외(2025)는 청년이 정책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인식할 경우 무력감과 좌절감을 경험하며 이것이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으며, 이채은(2025)은 청년의 삶에 실제로 닿을 수 있는 정책 전달 및 실행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김현우와 양준석(2024), 최윤희 외(2025)는 기존 청년정책이 주로 일자리 중심의 단기적 지원에 집중되어 있어 미래 실현을 위한 구조적 기반 마련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논의는 양육부담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부적 영향이, 정책 평가의 긍정성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이론적 가능성을 열어준다.
Cohen과 Wills(1985)의 스트레스 완충 모형(stress-buffering model)은 이 메커니즘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다. 이 모형에 따르면 사회적 지지는 스트레스 요인이 심리적⋅신체적 결과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완충재로 기능한다. 정책 평가는 ‘국가와 사회가 나를 지원할 것’이라는 기대와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양육부담 인식이라는 스트레스 요인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부적 영향을 완화하는 심리적 안정망으로 기능할 수 있다. 즉 정책 평가가 높은 청년은 양육을 전적으로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부담으로 인식하기보다 제도적⋅사회적 지원을 통해 해결 가능한 과업으로 재구성할 수 있으며, 이는 양육부담의 부정적 효과를 인지적으로 완화하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이론적 맥락에서 본 연구는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부적 영향이 정책 평가 수준에 따라 조절될 것임을 가설로 설정한다.
4. 양육부담 인식과 삶의 만족도의 관계 및 정책 평가의 조절효과
양육부담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에서 일관되게 확인되어 왔다. 신해, 정명희(2023)의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양육부담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유의하게 낮아지며, 장애 수용 태도가 이 관계를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양육부담이 단순한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넘어 스트레스, 죄책감, 무력감 등 심리⋅정서적 경로를 통해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복합적 과정임을 시사한다. 장애지, 최영(2025)은 여성의 생애과정에서 자녀 양육에 따른 경력단절과 비연속적 노동시장 참여가 노년기 소득 및 경제적 안녕을 악화시킨다는 점을 보여주며, 양육부담을 생애 전 주기에 걸친 누적적 불이익(cumulative disadvantage)의 출발점으로 보았다. 또한 이태, 안준홍(2024)의 여성 관리자 대상 연구에서도 자녀 유무와 양육 책임이 승진 가능성을 유의하게 낮추고 차별 인식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양육부담이 현재의 삶의 질뿐 아니라 미래의 경제⋅사회적 자원 박탈로 연결되었다.
다만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실제 양육을 수행하는 부모, 특히 여성과 장애 자녀를 둔 부모 등 특정 집단에 집중되어 있으며, 아직 자녀를 두지 않은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이 현재의 삶의 만족도와 어떠한 관련을 갖는지에 대한 실증적 검토는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 사회의 미혼 청년은 언론⋅미디어, 주변의 육아 경험 관찰, 사회적 담론 등을 통해 양육부담을 높은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으며(최효미 외, 2016; 허정원, 2023), 이러한 예비적 부담 인식은 미래 생애과정에 대한 불안과 부정적 전망을 형성함으로써 현재의 주관적 안녕감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Lazarus와 Folkman(1984)의 인지적 평가 이론은 중요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주어진 상황을 인지적으로 평가하는 1차 평가(primary appraisal) 과정에서 해당 상황을 위협으로 인식하게 되며, 이러한 위협 인식 자체가 부정적 심리 반응을 유발한다. 미혼 청년의 예비적 양육부담 인식은 바로 이 1차 평가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실제 양육 경험 없이도 미래의 양육 상황을 위협적으로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현재의 심리적 안녕감이 저하될 수 있다.
이러한 인지적 경로는 최윤희 외(2025)의 실증 연구를 통해 뒷받침된다. 해당 연구는 청년이 인식하는 미래 실현 조건 격차, 즉 바라는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여기는 조건들(부모 경제력⋅노력⋅정책 지원 등)과 현재 자신이 충족하고 있는 수준 간의 간극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막론하고 미래 실현 조건 격차를 크게 인식할수록 청년의 우울 수준이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이는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 교육 자원의 불균형, 정책 지원의 미비 등 구조적 요인이 청년 정신건강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연구는 청년이 실제 양육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미래 실현 조건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으로도 현재의 정신건강이 악화될 수 있음을 실증한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이론적 근거를 뒷받침한다. 이를 종합하면,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은 미래 생애과업에 대한 인지적 위협 평가로서 현재의 삶의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직접적 경로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Becker(1960)의 경제학적 합리성 이론에 따르면, 자녀 양육에 수반되는 직접 비용과 기회비용에 대한 인식은 합리적 판단의 근거로 작용하며, 이러한 비용 인식이 높을수록 미래에 대한 부담감이 증가하여 현재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질 수 있다. 이상의 논의에 기초하면 다음과 같은 연구가설을 설정할 수 있다.
가설1.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은 삶의 만족도에 부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 양육부담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개인이 처한 사회적⋅제도적 맥락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 본 연구는 이 관계에서 미혼 청년이 인식하는 정책 평가가 조절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가정한다. 이러한 가정의 이론적 근거는 스트레스 완충 모형에서 찾을 수 있다. Cohen과 Wills(1985)가 제시한 스트레스 완충 모형에 따르면, 사회적 지지는 스트레스 요인이 개인의 안녕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충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때 사회적 지지는 비공식적 관계망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제공하는 제도적 지원에 대한 인식까지 포괄할 수 있으며(Hobfoll, 1989), 정책 평가는 이러한 제도적 지원이 충분하다는 인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심리적 안정망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 완충 메커니즘의 실증적 근거는 Wu 외(2021)의 연구에서 직접적으로 확인된다. 이 연구는 중국 청년(18∼45세)을 대상으로 실업, 부동산 구입, 질병, 자녀 양육 책임 등 객관적 불확실성이 주관적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객관적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행복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제도 평가(지방정부 성과 평가, 사회보장 평가, 제도 신뢰로 구성)가 높을수록 행복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무엇보다 제도 평가가 불확실성과 행복 간의 관계를 유의하게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제도 평가가 높은 청년일수록 불확실성의 부정적 영향이 완화되었고, 반대로 제도 평가가 낮은 청년에게는 불확실성의 부정적 영향이 더욱 강화되었다. 특히 연령대별 분석에서 18∼25세 집단에서 완충효과가 가장 강하게 나타났으며, 이는 본 연구 대상인 미혼 청년층에 이 완충효과가 특히 유효함을 시사한다.
Wu 외(2021)는 이러한 결과의 이론적 기반으로 보상통제이론(Compensatory Control Theory, CCT; Kay et al., 2008)을 제시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환경에 처한 개인은 구조와 질서에 대한 강한 욕구를 경험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정부나 제도가 외부 질서의 원천으로서 개인의 통제감을 보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개인이 정부⋅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할수록 불확실성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이 완화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 정책 평가와 양육부담 인식의 관계는 이 이론적 틀에서 해석될 수 있다. 미혼 청년이 결혼⋅출산 관련 정책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고 평가한다면, 이는 향후 양육 상황에서도 제도적 지원을 통해 부담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와 통제감을 형성하여, 현재의 양육부담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정책 평가 수준이 낮을 때 양육부담의 부정적 영향이 오히려 증폭되는 경로 역시 이론적으로 규명될 필요가 있다. 최윤희 외(2025)는 미래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 정책 지원을 포함하면서, 정책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인식될 경우 청년이 무력감과 좌절감을 경험하며 이것이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이 연구에서 미래 실현 조건 격차의 다섯 가지 세부 항목 가운데 수도권과 비수도권 청년 모두에서 정책 지원 격차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점은, 정책에 대한 불충분한 인식이 청년의 심리적 부담을 심화시키는 핵심 경로임을 실증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책 평가가 낮은 미혼 청년에게는 양육부담이 외부의 도움 없이 개인이 전적으로 감당해야 할 비용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삶의 만족도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한층 더 강화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미혼 청년이 양육부담을 높게 인식하더라도 국가의 결혼⋅출산 장려 정책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하는 경우, 향후 자녀를 양육하게 되더라도 정책적 지원을 통해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기대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고, 양육부담 인식이 현재의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약화시키는 완충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정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청년에게는 양육부담 인식이 곧 개인이 온전히 감당해야 할 비용으로 인식되어 삶의 만족도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선행연구에서도 미혼 청년이 한국 사회를 긍정적으로 인식할수록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이유리, 이성훈, 박은정, 2017; 김인순, 김영택, 2017), 강유진, 차승은(2024)은 무자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높은 수준의 사회적 신뢰와 돌봄 지원 정책에 대한 인식이 출산 계획을 구체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양육부담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는 조절 기제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의 논의에 기초하여 다음과 같은 연구가설을 설정하였다.
가설2. 정책 평가는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과 삶의 만족도 간의 관계를 조절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책 평가가 긍정적일수록 양육부담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부적 영향이 약화될 것이다.
Ⅲ. 연구방법
1. 연구 설계
본 연구는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이 관계에서 정책 평가의 조절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양적 연구로서, 횡단면 조사설계(cross-sectional survey design)를 채택하였다. 분석 방법으로는 PROCESS Macro Model 1(Hayes, 2022)을 활용한 조절효과 분석을 실시하였다.
2. 연구대상 및 자료수집
본 연구의 자료수집은 2025년 연구자가 속한 대학교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은 후 온라인 설문조사 업체에 의뢰하여 수행하였다. 전국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을 권역별⋅성별로 비례할당하여 표집하였으며, 2025년 1월 한 달간 업체가 보유한 온라인 패널을 활용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조사 시작 전 연구에 대한 설명문을 제공하였으며, 설문을 시작하면 연구 참여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였다. 온라인 패널조사 결과 총 1,017개의 표본을 수집하였으며, 이 중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인 미혼 청년의 개념적 동질성과 정책 대상성, 예비적 양육부담 인식 측정의 적합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기혼 상태의 표본을 제외한 미혼 청년 723명을 최종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대상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은 다음 <표 1>과 같다.
연구대상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성별은 남성이 370명(51.2%), 여성이 353명(48.8%)으로 비교적 균등하게 분포하였다. 연령은 20-29세가 363명(50.2%), 30-39세가 360명(49.8%)으로 나타났다. 학력은 대학 졸업(전문대학 포함)이 473명(65.4%)으로 가장 많았으며, 고등학교 졸업 195명(27.0%), 대학원 이상 53명(7.3%), 고졸 미만 2명(0.3%) 순이었다. 거주지역은 수도권이 409명(56.6%), 비수도권이 314명(43.4%)으로 나타났다.
3. 측정도구
본 연구에서의 ‘삶의 만족도’는 미혼 청년 개인이 자신의 삶 전반에 대해 내리는 주관적 평가이다. 따라서 청년기의 발달적 특성과 주관적 안녕감을 포괄적이고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2022년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의 아동⋅청소년용(중등) 조사표의 척도를 활용하였다. 본 척도는 10점 리커트 척도로 총 5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체적으로 ‘전반적으로 나의 삶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에 가깝다’, ‘나의 삶의 조건들은 훌륭하다’, ‘나는 나의 삶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원했던 중요한 것들을 얻었다’,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 해도 거의 아무것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로 구성되었다. 점수가 높을수록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의 Cronbach α는 .914로 나타났다.
‘양육부담 인식’은 미혼 청년이 미래의 출산 및 양육 과정에서 직면할 것으로 예상하는 경제적⋅심리적 등의 부담 인식으로 정의되어, 이러한 다차원적 부담을 측정하기 위해 2020년도 가족실태조사의 가구원용 조사표에서 자녀와 양육에 대한 부정적 관점 문항 3문항을 활용하여 측정하였다. 원척도는 긍정적 관점 3문항과 부정적 관점 3문항의 총 6문항으로 5점 척도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양육부담 인식에 초점을 맞추어 부정적 관점 문항만을 분석에 활용하였다. 구체적으로 ‘자녀를 돌보는 일은 힘든 일이다’, ‘자녀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 할 수 있다’, ‘자녀를 키우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로 구성되었다. 점수가 높을수록 양육부담을 높게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의 Cronbach α는 .836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정책 평가는 미혼 청년이 현행 결혼⋅출산 장려 정책의 충분성에 대해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인식을 의미하며, 이는 Wu 외(2021)의 제도 평가 개념을 본 연구의 맥락에 특화하여 조작화한 것이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조성호 외(2019)의 청년세대의 결혼 및 출산 동향에 관한 조사 연구 보고서에서 결혼 및 출산 관련 정책에 관한 의견을 묻는 척도 중 충분성을 평가하는 2문항을 활용하였다. 이는 5점 리커트 척도로, 구체적으로 ‘국가의 결혼 장려 정책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와 ‘국가의 출산 장려 정책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로 구성되었다. 점수가 높을수록 국가의 결혼⋅출산 장려 정책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의 Cronbach α는 .891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는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구사회학적 요인을 통제하기 위하여 성별, 연령, 학력을 통제변수로 설정하였다. 성별은 남성을 0, 여성을 1로 코딩하였으며, 연령은 만 나이를 연속변수로 투입하였다. 학력은 고졸 미만과 고등학교 졸업을 통합하여 ‘고졸 이하’로 재코딩한 후, 대학 졸업(전문대학 포함)과 대학원 이상의 세 범주로 구분하여 더미변수로 처리하였다.
4. 자료 분석 방법
본 연구를 위해 수집된 모든 자료는 SPSS 25.0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구체적인 분석 절차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대상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 및 주요 변수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빈도, 백분율, 평균, 표준편차를 산출하였으며, 각 척도의 신뢰도를 검증하기 위해 Cronbach α 계수를 산출하였다. 둘째, 주요 변수 간의 관련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Pearson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셋째, 양육부담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및 정책 평가의 조절효과를 검증하기 위하여 Hayes(2022)가 개발한 PROCESS Macro의 Model 1을 활용하였다. PROCESS Macro Model 1은 독립변수가 종속변수에 미치는 영향이 조절변수의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지를 검증하는 모형으로, 독립변수와 조절변수의 상호작용항을 자동으로 생성하여 조절효과의 유의성을 검증한다. 분석 시 독립변수와 조절변수는 평균중심화(mean centering)하여 다중공선성을 방지하였으며, 통제변수로 성별, 연령, 학력을 투입하였다.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은 5,000회로 설정하였으며, 신뢰구간은 95%로 적용하였다. 조절효과가 유의할 경우, 조절변수의 수준(M−1SD, M, M+1SD)에 따른 조건부 효과를 확인하고, Johnson-Neyman 기법을 활용하여 조절효과의 유의 영역을 파악하였으며, 상호작용 효과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위하여 조절효과 그래프를 제시하였다.
Ⅳ. 연구결과
1. 주요 변수의 기술통계
본 연구의 주요 변수에 대한 기술통계 결과는 <표 2>와 같다. 먼저, 종속변수인 삶의 만족도는 0∼10점 범위에서 평균 5.37점(SD = 2.14)으로 나타나 중간값(5.00)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이는 미혼 청년들의 전반적 삶의 만족도가 보통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독립변수인 양육부담 인식은 1∼5점 범위에서 평균 4.21점(SD = .70)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으며, 이는 미혼 청년들이 미래의 양육에 대해 전반적으로 높은 부담감을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조절변수인 정책 평가는 1∼5점 범위에서 평균 2.32점(SD = .98)으로 중간값(3.0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현행 양육 관련 정책에 대한 미혼 청년들의 평가가 전반적으로 부정적임을 알 수 있다.
정규성 검토를 위해 왜도와 첨도를 확인한 결과, 삶의 만족도(왜도 = -.23, 첨도 = -.06)와 정책 평가(왜도 = .48, 첨도 = -.30)는 정규분포 가정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양육부담 인식의 경우 왜도가 -1.15로 다소 부적 편포를 보였으나 West, Finch, & Curran(1995)이 제시한 기준(왜도 절대값 2 이하, 첨도 절대값 7 이하)에 비추어 볼 때 수용 가능한 범위에 해당하였다. 첨도 역시 2.28로 기준 이내였으므로, 전반적으로 정규성 가정에 심각한 위배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2. 상관분석
주요 변수 간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Pearson 적률상관분석을 실시한 결과는 <표 3>와 같다. 양육부담 인식과 삶의 만족도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부적 상관관계(r = −.24, p < .05)를 보여, 양육부담 인식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경향이 확인되었다. 정책 평가와 삶의 만족도는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r = .22, p < .05)를 나타내어,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양육부담 인식과 정책 평가 간에는 유의한 부적 상관관계(r = −.17, p < .05)가 확인되어, 양육부담을 높게 인식할수록 정책 평가가 부정적인 경향을 보였다. 모든 변수 간 상관계수의 절대값이 .80 미만으로 다중공선성의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다(Kennedy, 2008).
3. 조절효과 분석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에서 정책 평가의 조절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PROCESS Macro Model 1(Hayes, 2022)을 활용한 위계적 조절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독립변수와 조절변수는 평균중심화(mean centering)를 적용하여 다중공선성 문제를 완화하였으며, 부트스트래핑은 5,000회로 설정하고 95% 신뢰구간을 기준으로 통계적 유의성을 판단하였다. 통제변수로는 성별, 연령, 학력을 투입하였다.
분석 결과, 전체 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F(6, 716) = 18.645, p < .001). 모형의 설명력은 R²= .135(Adj R² =.128)로, 독립변수, 조절변수, 상호작용항 및 통제변수가 삶의 만족도 전체 분산의 약 13.5%를 설명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구체적인 모형 계수는 <표 4>와 같다.
독립변수인 양육부담 인식은 삶의 만족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B = −.697, t = −6.262, p < .001, 95% CI [−.915, −.478]). 이는 양육부담 인식이 1단위 증가할 때 삶의 만족도가 약 0.7점 감소함을 의미하며, 가설 1을 지지하는 결과이다. 조절변수인 정책 평가 역시 삶의 만족도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쳤다(B = .388, t = 5.030, p < .001, 95% CI [.237, .540]).
핵심적으로, 양육부담 인식과 정책 평가의 상호작용항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B = .194, t = 2.100, p = .036, 95% CI [.013, .375]). 상호작용항의 계수가 정적(+) 방향이라는 것은, 정책 평가가 높아질수록 양육부담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부적 영향이 약화됨을 의미한다. 이로써 가설 2 역시 지지되었다.
통제변수의 경우, 연령은 삶의 만족도에 유의한 부적 영향을 미쳐(B = −.086, t = −5.365, p < .001), 연령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은 유의한 정적 영향을 보여(B = .803, t = 4.272, p < .001), 대졸 이상 집단이 그 미만 집단에 비해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 반면, 성별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B = −.001, t = −.008, p = .994).
조절효과의 구체적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정책 평가 수준별 조건부 효과(conditional effects)를 분석한 결과는 <표 6>과 같다. 정책 평가를 평균 기준 −1SD(낮은 수준), 평균(중간 수준), +1SD(높은 수준)의 세 수준으로 구분하여 단순기울기(simple slopes)를 검토하였다.
정책 평가가 낮은 수준(−1SD)일 때, 양육부담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부적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B = −.887, t = −5.849, p < .001, 95% CI [−1.184, −.589]). 정책 평가가 평균 수준일 때에는 그 영향이 다소 감소하였으며(B = −.697, t = −6.262, p < .001, 95% CI [−.915, −.478]), 정책 평가가 높은 수준(+1SD)일 때 부적 영향이 가장 약화되었다(B = −.506, t = −3.756, p < .001, 95% CI [−.771, −.242]). 세 수준 모두에서 양육부담 인식의 부적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나, 정책 평가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그 효과 크기가 −.887에서 −.506으로 상당 폭 감소하는 패턴이 확인되었다.
[그림 2]는 정책 평가 수준(−1SD, +1SD)에 따른 양육부담 인식과 삶의 만족도 간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두 집단 모두 양육부담 인식이 높아질수록 삶의 만족도가 하락하는 부적 관계를 보이고 있으나, 그 기울기에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정책 평가가 낮은 집단(−1SD, 파란색 점선)의 경우 기울기가 가파르게 하강하여, 양육부담 인식의 증가에 따른 삶의 만족도 감소 폭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양육부담 인식이 최저(1점)일 때 삶의 만족도가 약 7.9점 수준이었으나 최고(5점)에서는 약 4.3점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하였다. 반면, 정책 평가가 높은 집단(+1SD, 빨간색 실선)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기울기를 보여, 양육부담 인식이 최저일 때 약 7.4점에서 최고일 때 약 5.4점으로 하락 폭이 비교적 작았다. 두 집단의 회귀선이 양육부담 인식 약 2.0점 부근에서 교차하는 것으로 나타나, 양육부담 인식이 낮은 구간에서는 정책 평가가 낮은 집단의 삶의 만족도가 오히려 약간 높았으나, 양육부담 인식이 높아질수록 정책 평가가 높은 집단의 삶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패턴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정책 평가가 양육부담 인식의 부정적 영향을 완충(buffering)하는 보호요인으로 기능함을 시각적으로 입증한다. 특히 양육부담 인식이 높은 영역에서 두 집단 간 삶의 만족도 격차가 약 1.1점까지 벌어진다는 점은, 양육 관련 정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은 양육부담 상황에서 더욱 중요한 보호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Ⅴ. 논의 및 결론
1. 주요 결과 요약 및 논의
본 연구는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이 관계에서 정책 평가의 조절효과를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전국 19∼39세 미혼 청년 723명을 대상으로 PROCESS Macro Model 1을 활용한 조절효과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주요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은 삶의 만족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가설 1이 지지되었다(β = -.697, p < .001). 이는 아직 자녀를 갖지 않은 미혼 청년이라 하더라도, 자녀 양육에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는 심리적⋅경제적⋅시간적 부담에 대한 인식이 현재의 삶의 만족도를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Becker(1960)의 경제적 합리성 이론에서 제시하듯, 자녀 양육에 수반되는 비용 인식이 곧 현재의 효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한다. 또한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신해, 정명희, 2023), 취업 여성(장애지, 최영, 2025), 여성 관리자(이태, 안준홍, 2024) 등 다양한 집단에서 양육부담이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선행연구 결과와 맥을 같이한다. 본 연구는 실제 양육 경험이 없는 미혼 청년의 예비적 부담 인식 또한 현재의 삶의 만족도를 저하시킬 수 있음을 새롭게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기술통계 결과에서도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 수준은 평균 4.21점(SD = 0.70, 5점 만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나, 미혼 단계에서 이미 양육에 대한 부담이 상당한 수준으로 내면화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성별 차이와 관련해서는 보다 정교한 해석이 요구된다. 인구사회학적 특성만을 고려했을 때는 남성의 결혼⋅양육 자신감이 여성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취업 여부와 경제적 독립 여부를 통제하면 성별 차이가 소멸하는 것으로 확인된다(김인순, 김영택, 2017). 이는 외견상의 성별 차이가 실질적으로는 고용 불안정과 경제적 종속이라는 구조적 조건의 반영임을 의미한다. 다만 양육부담 인식의 질적 내용에서는 성별 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인구보건복지협회(2026)의 제3차 국민인구행태조사에 따르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로 미혼남성은 ‘경제적 부담’(37.4%)을 1순위로 꼽은 반면, 미혼여성은 ‘자녀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서’(24.0%)를 가장 많이 제시하였다. 이는 동일한 양육부담 인식이라도 남성에게는 경제적 자원 부족의 문제로, 여성에게는 자녀가 성장할 사회 환경에 대한 불안과 케어 패널티(care penalty)에 대한 예상(이태, 안준홍, 2024; 장애지, 최영, 2025)으로 각기 다르게 내면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미혼 청년을 단일 집단으로 접근하기보다, 고용형태⋅성별⋅사회경제적 지위를 고려한 차별화된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
둘째, 현행 양육 관련 정책에 대한 미혼 청년의 주관적 평가, 즉 정책 평가는 양육부담 인식과 삶의 만족도 간의 관계를 유의하게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나 가설 2 역시 지지되었다(β = .194, p = .036). 상호작용항의 계수가 정적(+) 방향인 것은, 정책 평가가 긍정적일수록 양육부담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부적 영향이 약화됨을 의미한다. 조건부 효과 분석에 따르면, 정책 평가가 낮은 수준(-1SD)일 때 양육부담의 부적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났으며(β = -.887, p < .001), 정책 평가 수준이 높아질수록(+1SD: β = -.506, p < .001) 그 영향력이 유의하게 약화되었다. 세 수준 모두에서 양육부담의 부적 효과는 여전히 유의하였으나, 정책 평가 수준에 따라 효과 크기가 -.887에서 -.506으로 감소하는 완충 패턴이 확인되었다. 이는 Cohen과 Wills(1985)의 스트레스 완충 모형에서 제시하듯, 제도적 지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스트레스 요인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심리적 안정망으로 기능함을 지지하는 결과이다.
또한 미혼 청년이 한국 사회를 긍정적으로 인식할수록 결혼⋅출산⋅양육 자신감이 높아진다는 선행연구(이유리 외, 2017; 김인순, 김영택, 2017) 및 돌봄 지원 정책 인식이 출산 계획을 구체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결과(강유진, 차승은, 2024)와도 부합한다. 주목할 점은 현행 정책에 대한 미혼 청년의 평가가 전반적으로 부정적(평균 2.32점, 5점 만점)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정책 평가의 조절 기능이 이론적으로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그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정책 체감도 제고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한다. 한편 통제변수 분석에서는 연령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아지고(β = -.086, p < .001), 대졸 이상 집단의 삶의 만족도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나(β = .803, p < .001), 생애과업 압박과 교육수준에 따른 사회경제적 자원 격차가 청년의 삶의 만족도에 구조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2. 연구의 함의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은 실천적⋅정책적 함의를 제공한다.
첫째, 미혼 청년을 대상으로 한 예비적 양육부담 완화 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실제 양육 경험이 없는 미혼 청년의 양육부담 인식이 현재의 삶의 만족도를 저하시킨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기존의 양육 지원 정책이 주로 기혼 가정과 영⋅유아기 자녀를 대상으로 설계되어 온 점을 감안할 때, 미혼 청년 단계에서 양육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과도한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생애주기 기반 예방적 접근이 요구된다. 구체적으로 학교와 지역사회 차원에서 양육의 사회적 지원 환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양육을 개인의 전적인 부담으로 인식하는 문화적 통념을 교정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보급이 필요하다.
둘째, 결혼⋅출산 정책의 실질적 체감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의 전환이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 미혼 청년의 정책 평가 수준은 평균 2.32점으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정책 평가가 조절변수로서 유의한 완충 기능을 수행함이 확인되었으나, 현실에서 청년들이 기존 정책을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한다면 그 기능은 제한적으로 발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순히 예산 규모를 확대하는 정책 기조에서 탈피하여, 청년이 직접 정책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 방식의 재편이 필요하다. 예컨대 주거비⋅양육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하는 바우처 확대, 육아휴직 및 보육서비스의 접근성 강화, 정책 정보의 적극적 홍보 등을 통해 미혼 청년도 ‘나중에 지원받을 수 있다’는 미래 기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정책 평가의 완충 기능이 양육부담이 높은 집단에서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절효과 그래프에서 확인되듯, 두 집단(정책 평가 높은/낮은) 간 삶의 만족도 격차는 양육부담 인식이 높아질수록 약 1.1점까지 벌어진다. 이는 양육부담을 높게 인식하는 청년일수록 정책의 긍정적 평가가 더 큰 보호 효과를 발휘한다는 의미로, 양육부담 고위험군 청년을 선별하여 집중적인 정책 정보 제공과 심리⋅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타겟형 접근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3. 연구의 한계 및 후속 연구 과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지닌다. 첫째, 횡단면 조사 설계를 채택하였으므로 변수 간 인과관계를 확정적으로 주장하기 어렵다. 특히 본 연구의 핵심 결과인 정책 평가의 조절효과는 양육부담 인식과 삶의 만족도가 동시점에서 측정된 것으로, 양육부담 인식 수준의 변화가 시간적 경과에 따라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정책 평가가 어떻게 조절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해석상의 제약이 존재한다. 향후 종단 자료를 활용하여 미혼 청년 시기 양육부담 인식의 변화 궤적이 이후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고, 정책 평가의 조절효과가 단기적 인식의 차이인지 생애과정 전반에 걸친 지속적 완충 기제인지를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본 연구에서 사용한 정책 평가 척도는 결혼⋅출산 장려 정책의 충분성을 평가하는 2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어 정책 평가의 다차원적 측면을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조절효과의 실질적 크기가 과소 또는 과대 추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정책 신뢰나 심리적 만족감 등 다른 차원이 조절 기능을 수행하는지 여부는 본 연구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향후에는 정책 인지도(awareness), 이용 경험(utilization), 정책 신뢰(trust), 심리적 만족감(psychological satisfaction) 등을 구분하여 어떤 차원의 정책 평가가 조절 기능을 주도하는지를 규명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온라인 패널을 활용한 자료수집 방식의 특성상 표본의 대표성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정책 평가 수준이 집단에 따라 체계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청년이 과소 대표된 경우 조절효과의 일반화 가능성에도 제약을 줄 수 있다.
넷째, 성별에 따른 조절효과의 차이를 탐색하지 못하였다. 여성에게 불균형적으로 전가되는 돌봄 부담의 맥락을 고려할 때, 특히 여성과 비정규직 청년은 양육부담의 질적 내용과 정책 접근성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들 집단에서 조절효과의 크기와 방향이 상이할 가능성이 높다. 성별⋅고용형태⋅지역별 다집단 분석을 통해 조절효과의 집단 간 이질성을 규명하는 것이 의미 있는 후속 연구 방향이 될 것이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2023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공동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23S1A5A2A03083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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