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아기 수줍음 기질과 학령기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 간의 관계에 대한 종단적 연구: 화용언어의 매개효과
초록
본 연구는 만 3세 유아기 수줍음 기질이 만 9세 시기의 화용언어를 매개로 만 10세 학령기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에 미치는 종단적 영향을 검증하는 데 목적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아동패널(Panel Study on Korean Children, PSKC) 4차(2011년), 10차(2017년), 11차(2018년) 조사에 참여한 아동 1,179명(남아 591명, 여아 588명)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유아기 수줍음 기질과 화용언어는 어머니가 응답하였고, 집단괴롭힘 피해는 아동이 직접 응답하였다. 유아의 성별, 어머니 학력, 월평균 가구 소득을 통제변인으로 하여 기술통계분석, Pearson 상관분석, PROCESS Macro Model 4를 사용하여 매개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결과 유아의 수줍음은 이후 학령기 아동의 화용언어능력과 부적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화용언어는 학령기 집단괴롭힘 피해를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반면, 유아의 수줍음이 집단괴롭힘 피해에 미치는 직접효과는 유의하지 않아 수줍음 자체가 집단괴롭힘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화용언어는 유아기 수줍음과 학령기 집단괴롭힘 피해의 관계에서 주요 매개변인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 연구는 기질적 특성이 또래 관계 문제로 이어지는 발달적 경로를 규명하고, 화용언어가 개입 가능한 핵심 보호요인임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학문적⋅실천적 의의를 갖는다. 이를 바탕으로 부모와 교사는 유아기부터 기질적 특성을 고려하여 언어 및 사회성 발달 증진을 위해 개별적인 지원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Abstract
This study aimed to examine the longitudinal effect of shyness at age 3 on group bullying victimization at age 10, with pragmatic language at age 9 serving as a mediator. Data from 1,179 children (591 boys, 588 girls) drawn from the 4th(2011), 10th(2017), and 11th(2018) waves of the Panel Study on Korean Children(PSKC) were analyzed. Mothers reported children’s shyness at age 3 and pragmatic language at age 9, whereas children reported group bullying victimization at age 10. Child gender, maternal education level, and monthly average household income were controlled. Descriptive statistics, Pearson correlation analyses, and mediation analyses using PROCESS Macro Model 4 were conducted. Early childhood shyness was negatively associated with later pragmatic language abilities, and higher pragmatic language was associated with lower levels of group bullying victimization. The direct effect of early childhood shyness on group bullying victimization was not statistically significant, indicating that pragmatic language fully mediated this relationship. These findings have both theoretical and practical implications by identifying a developmental pathway linking temperamental characteristics to peer relationship difficulties and highlighting pragmatic language as a key protective factor for intervention. The results suggest that parents and teachers should provide individualized support from early childhood, considering children’s temperamental characteristics, to promote language and social development.
Keywords:
shyness, pragmatic language, group bullying victimization키워드:
수줍음, 화용언어, 집단괴롭힘 피해I. 서론
최근 교육부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전년 대비 0.4% 상승하여 2.5%를 기록하였다. 특히 초등학교 학생들의 피해 비율이 여전히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피해 유형으로는 언어폭력, 신체폭력, 집단따돌림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교육부, 2025). 이와 같이 학교폭력 가해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따돌림은 집단적 특성과 지속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집단괴롭힘은 개인 간 힘의 불균형에서 비롯되어 동일한 대상에게 반복적으로 부정적인 행위를 가하는 현상이다(Olweus, 1993). 선행연구에 의하면 집단괴롭힘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급격히 증가하여 중학교 시기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지만, 고등학교에 진입하면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Olweus, 2010). 그러나 최근 국내 조사 결과에서 집단괴롭힘 피해는 초등학교 시기에도 높은 수준을 보이며(교육부, 2025),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유아기에도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된 바 있다(서향희, 2019). 이처럼 피해 연령이 점차 저연령화되고 있는 현상은 집단괴롭힘이 특정 발달 단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므로 보다 이른 시기부터 형성되는 또래 관계의 어려움과 연속선상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유아기에 반복적으로 경험되는 사회적 위축이나 제한된 상호작용은 학령기 또래 관계에서의 취약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집단괴롭힘 피해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집단괴롭힘 피해는 단순히 괴롭힘을 당하는 시기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이후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나타나는 부정적 자아존중감이나 학교적응, 삶의 만족도 등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우수정, 2022; 정은숙, 노성향, 2022). 즉, 어린 시기에 경험한 집단괴롭힘 피해는 당시뿐 아니라 이후의 심리⋅사회적 부적응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집단괴롭힘 피해 경험의 사회적 심각성을 고려할 때, 또래 관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하는 유아기부터 또래 관계의 어려움으로서 집단괴롭힘 피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은 출생과 동시에 다양한 사회적 환경 속에 놓이며, 생애 전반에 걸쳐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성장하는 사회적 존재이다. 주 양육자와 친밀하고 특별한 유대관계인 애착을 시작으로 형제자매와의 관계, 유아교육기관에서는 또래들과 함께 놀이하며 상호작용을 나누고, 학령기에는 학교에 입학하여 친구들과의 친밀감을 형성하며 우정을 쌓는 등 사회적 수행 능력을 발달시켜 나간다. 타인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한 관계 형성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특히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거나 저해할 수 있는 개인적 특성 가운데 하나로 수줍음 기질이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될 수 있다.
수줍음(shyness)은 기질적 특성 중 하나로 간주하며, 새로운 사회적 자극에 대해 억제적이고 경계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는 불확실하거나 낯선 상황에 대해 접근을 자제하거나 느리게 다가가는 것을 의미하며, 사회적 상황에서 불안과 긴장을 느끼고, 과도한 자기의식과 몰두로 인해 위축되는 행동을 포함한다(Cheek & Buss, 1981; Kagan et al., 1988). 이러한 반응과 행동적 특성을 고려할 때, 유아의 수줍음으로 인해 사회적 상황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유아의 수줍음 특성은 대화나 의사소통이 요구되는 사회적 상황에서 참여의 기회를 제한하여 언어기술 발달을 저해할 수 있으며, 실제로 수줍음 기질적 특성이 강한 유아의 경우 또래와의 의사소통 수준 역시 낮게 나타났다(임주희, 오지현, 2020). 서향희(2019)의 연구에서는 또래 괴롭힘 상황에서 피해 유아들의 특성을 살펴본 결과, 자기주장이 미숙하고 표현 및 수용 어휘 사용 능력이 부족하며, 놀이 상황에서도 과묵한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수줍음이 많은 유아는 또래 괴롭힘 피해 상황에서 타인과의 사회적 상호작용 기회를 제한적으로 경험하게 되고, 제한된 접촉은 결국 사회적 관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줍음 기질은 사회적 상황에서의 위축, 사회적 접근 회피, 낮은 또래 상호작용 참여와 관련되는 것으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이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이해가 강조되고 있다. 특히 수줍음과 같은 기질적 특성으로 인해 또래 관계에서 부정적인 경험으로 이어지는 연구들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수줍음 기질이 강한 유아는 대체로 또래 사이에서 인기가 없으며, 또래 괴롭힘 피해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회적 위축이나 행동억제 특성으로 인해 또래 상호작용에서 소극적이며, 놀이상황에서의 단절이나 배제되는 경험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김보경, 박성연, 2009; 김언경, 박신영, 2021).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유아기 기질적 특성이 또래 관계의 부정적 경험과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어떠한 발달적 기제를 통해 형성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아울러 유아기 기질적 특성이 이후 발달 단계에서 집단괴롭힘 피해와 어떠한 관련을 갖는지 종단적으로 검증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수줍음과 같은 기질적 특성과 또래 관계 간의 관련성을 탐색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로 볼 수 있다.
한편, 최근 연구에서는 화용언어능력이 학교 적응, 성별에 따른 학교폭력 피해, 문제행동을 예측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되고 있다(오현미, 2020; 이은주, 2023; 이화진, 임지영, 2022). 화용언어능력은 특정 상황이나 맥락을 고려하여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의미하며(Bates, 1976), 사회적 상황에서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유지하는 핵심 기술로 설명된다. 국내외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또래와의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화용언어 사용이 미숙한 아동은 우울 및 불안 등의 내재화 문제행동에 영향이 있는 반면, 화용언어능력이 높은 여아일수록 학교폭력의 발생 정도(빈도)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노주은, 2021; 이은주, 2023). 특히 수줍은 기질이 강한 경우, 상호작용 시 말을 적게 하거나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어 혼자 놀이를 즐기며 타인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와 같은 기질적 특성은 친구를 사귀는 등의 대인 관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Asendorpf, 2000). 또한 상황과 대상에 적절한 언어 표현을 배우거나 표현할 기회가 제한적이어서 언어능력이 낮을 수 있으며, 유아-교사 간의 친밀한 관계 형성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권연희, 2018). 이처럼 수줍음 기질로 인한 제한적인 사회적 상호작용 경험은 화용언어 발달의 기회를 축소시킬 수 있으며, 화용언어 및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조기 개입과 지원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한국아동패널 11차 년도(2018)에서 조사된 화용언어능력은 담화관리, 상황에 따른 조절 및 적용능력, 의사소통 의도, 비언어적 의사소통 영역의 네 가지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아동의 화용언어능력은 말하기와 듣기 등 음성언어 활용능력뿐만 아니라 각 영역을 사회적 상호작용 맥락에서 적절하게 활용하는 능력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능력은 또래 및 성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문제해결 과정에 참여하며 다양한 언어적⋅비언어적 표현을 학습하는 경험을 통해 발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문경임, 2021; 오소정 외 2012; Adams, 2002; Bates, 1976). 이는 화용언어능력이 사회적 관계 형성과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사회적 상황에서의 위축과 상호작용 참여 제한을 특징으로 하는 수줍음 기질은 화용언어의 하위요인 발달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국외 선행연구에서도 수줍음 기질과 화용언어 간의 밀접한 관련성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Coplan과 Weeks(2009)는 수줍은 유아일수록 사회적 상황에서 발화가 소극적이고, 맥락에 적절한 언어 사용 및 상호작용 조절 능력이 낮아 사회정서적 적응에 어려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Mewhort-Buist와 Nilsen(2013)은 수줍은 아동일수록 간접적 표현이나 맥락적 의미 이해와 같은 고차원적 화용능력에서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Cheung과 Elliott(2017)는 화용언어 및 어휘 능력이 높은 경우 수줍음이 또래 호감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완화된다고 보고하며, 화용언어가 수줍음과 또래 관계 간의 핵심적인 보호요인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Nilsen 등(2021)의 연구에서도 수줍음과 화용언어 간의 관련성이 아동의 인지적 조절 능력과 상호작용함을 밝히며, 두 변인의 관계가 언어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보처리 및 상호작용 맥락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연구들은 수줍음 기질이 화용언어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또래 관계 적응과 사회정서적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화용언어가 아동의 의사소통 역량과 사회적 관계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화용언어는 수줍음 기질을 보이는 유아가 또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경험하거나 집단괴롭힘의 위험에 노출되는 데 있어 중요한 매개변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선행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유아기 수줍음 기질과 학령기 집단괴롭힘 피해 간의 관계를 살펴보고, 이 관계에서 아동의 화용언어능력의 매개효과를 검증하고자 한다. 학교폭력은 주로 초등학교 4–5학년을 기점으로 하여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로 보고되고 있다(Rosen, DeOrnellas, & Scott, 2017). 특히 학령 초기에서 후기로 진입하는 초등학교 4학년 시기는 학교생활의 비중이 확대되고, 아동의 발달과 적응에 있어 또래의 영향력이 점차 증가하는 시기이다. Coplan, Ooi와 Baldwin(2019)이 제안한 발달 시기 효과(developmental timing effects) 모델에 따르면 학령 후기는 또래 관계와 소속감 형성이 주요 발달 과제로 부각되는데 이 시기의 수줍음이나 사회적 두려움과 같은 비사교적 특성은 또래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Coplan 등(2013)은 수줍음 특성이 또래 관계의 어려움을 예측하며, 학령 후기 아동의 사회⋅정서적 기능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이상의 선행연구 고찰을 통해 본 연구는 초등학교 4학년 아동을 연구대상으로 하여 고학년으로 접어드는 과도기적 시기에 나타나는 또래 관계 문제를 이해하고 집단괴롭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데 연구의 의의가 있다. 이러한 목적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 연구문제 1. 유아기 수줍음 기질과 학령기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 간의 관계는 어떠한가?
- 연구문제 2. 화용언어는 유아기 수줍음 기질과 학령기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 간의 관계를 매개하는가?
Ⅱ.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본 연구는 육아정책연구소(KICCE)에서 실시한 한국아동패널(Panel Study on Korean Children, PSKC)의 4차 년도(만 3세)에 측정된 수줍음과 10차 년도(만 9세)에 측정된 화용언어, 11차 년도(만 10세)에 측정된 집단괴롭힘 피해 자료를 활용하였다. 유아기 초기에 측정된 기질 성향이 이후 학령기 아동의 또래괴롭힘 피해를 예측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하여 시간적 차이가 있는 자료를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4차, 10차, 11차 조사에 모두 참여한 가구 중 결측치를 제외하고 연구변인의 모든 문항에 응답한 총 1,179명의 자료를 분석하였다.
연구대상자의 일반적인 특성을 살펴보면 아동의 성별은 남아가 591명(50.1%), 여아가 588명(49.9%)이었고, 어머니의 학력은 초대졸 이상이 868명(73.6%)으로 많았고, 고졸 이하가 311명(26.4%)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가구 소득은 평균 504.3만원(SD = 464.9)으로 본 연구의 일반적인 특성은 <표 1>에 제시한 바와 같다.
2. 측정도구
본 연구에서는 유아의 수줍음을 측정하기 위해 Buss와 Plomin(1984)이 개발한 EAS(Emotionality, Activity, Sociability) 기질 척도를 한국아동패널 연구진이 번안한 도구를 사용하였다. 본 척도는 부모 보고용으로 정서성, 활동성, 사회성의 세 가지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20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서성은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고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며, 활동성은 신체적 움직임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특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사회성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선호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본 연구에서는 유아의 수줍음 기질을 측정하기 위해 사회성의 10문항 중 수줍음 특성과 관련된 5개 문항을 사용하였다. 김언경과 박신영(2021)의 연구에서도 Buss와 Plomin(1984)의 EAS 기질 척도 중 사회성 하위요인에서 수줍음 특성을 반영하는 5개 문항만을 사용하여 유아의 수줍음 기질을 측정하였으며, 이를 통해 수줍음 기질이 또래 놀이 맥락에서의 의사소통 방식과 놀이 참여 양상에 유의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문항의 예로는 ‘우리 아이는 수줍음을 타는 편이다’, ‘우리 아이는 낯선 사람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등이 포함된다. 각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1점)’에서 ‘매우 그렇다(5점)’까지의 5점 Likert 척도로 유아의 어머니가 응답하며, 점수가 높을수록 유아기 수줍음 기질이 강한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유아의 수줍음 문항의 내적합치도(Cronbach’s α)는 .86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는 아동의 화용언어를 측정하기 위해 오소정, 이은주, 김영태(2012)가 개발한 화용능력 체크리스트를 한국아동패널의 예비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원저자인 오소정의 검수를 거쳐 최종 확정된 척도를 사용하였다. 본 척도는 네 가지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44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담화관리 영역은 주제관리(제시⋅유지⋅전환), 의사소통 단절 시 수정, 대화 차례 주고받기 등 대화의 주제와 흐름을 조정하고 의사소통 실패를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9문항(예: ‘먼저 대화를 시작하는 횟수가 다른 아이들과 비슷하다’ 등)으로 구성된다. 둘째, 상황에 따른 조절 및 적용능력 영역은 전제 능력, 언어사용역, 참조기술 등 의사소통 맥락을 활용하여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15문항(예: ‘앞뒤 상황이나 맥락에서 농담이나 말장난의 포인트를 파악하여 반응을 보인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셋째, 의사소통 의도 영역은 다양한 의사소통 기능의 활용, 인지적 성숙도에 따른 상위 기능의 사용, 간접적 표현 등을 평가하는 12문항(예: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적절하게 질문한다’ 등)으로 구성된다. 넷째, 비언어적 의사소통 영역은 눈 맞춤, 표정, 제스처, 신체적 거리 및 접촉 등 언어 외적 수단을 활용한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는 8문항(예: ‘다른 사람 표정을 보고 화남, 언짢음 등의 기분을 잘 파악한다’ 등)으로 구성된다. 각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1점)’에서 ‘항상 그렇다(5점)’까지의 5점 Likert 척도로 아동의 어머니가 응답하며, 점수가 높을수록 화용언어능력이 우수함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화용언어 전체 문항의 내적합치도(Cronbach’s α)는 .97로 나타났으며, 하위요인의 내적합치도(Cronbach’s α)는 담화관리 영역 .85, 상황에 따른 조절 및 적용능력 영역 .92, 의사소통 의도 영역 .91, 비언어적 의사소통 영역 .85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를 측정하기 위해 Olweus(1993)의 Bully/Victim Questionnaire와 Olweus(1991)의 Junior Questionnaire를 안정만(2001)이 재구성한 도구를 기반으로 김옥귀(2013)가 사용한 집단괴롭힘 피해 척도를 사용하였다. 한국아동패널에서 해당 변수의 측정 이후 업데이트 과정에서 ‘학교폭력(피해)’ 변수명으로 수정되었으나 본 연구에서는 측정문항의 내용과 이론적 맥락을 고려하여 기존의 ‘집단괴롭힘 피해’ 용어를 사용하였다. 본 연구에서 활용한 한국아동패널 11차 년도(2018) 자료는 육아정책연구소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승인(KICCEIRB-2018-제02호)을 받아 수집된 자료이며, 연구대상자의 권익 보호와 응답 내용의 비밀보장을 포함한 연구윤리 기준이 적용되었다. 본 척도는 총 7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문항의 예로는 ‘다른 학생(친구)에게 뺨, 얼굴, 머리 등을 주먹이나 발로 맞은 적이 있니?’, ‘다른 학생(친구)에게 왕따나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니?’, ‘다른 학생(친구)에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죽이겠다.” 등의 협박이나 위험을 당한 적이 있니?’ 등이 포함된다. 각 문항은 ‘없다(0점)’, ‘1년에 1∼2번(1점)’, ‘한 달에 1번(2점)’, ‘한 달에 2∼3번(3점)’, ‘1주에 1∼2번(4점)’, ‘일주일에 여러 번(5점)’으로 아동이 응답하였다. 문항 점수의 총합이 높을수록 집단괴롭힘 피해가 심각함을 의미하며, 본 연구에서 사용된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 전체 문항의 내적합치도(Cronbach’s α)는 .72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는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으로 선행연구에서 보고된(이경님, 2001) 아동의 성별, 어머니 학력, 월평균 가구 소득을 통제하여 분석하였다. 이때, 아동의 성별(남아 = 0, 여아 = 1)과 어머니 학력(고졸 이하 = 0, 초대졸 이상 = 1)은 더미변수화하여 분석에 사용하였다.
3. 분석방법
본 연구의 자료 분석에는 SPSS 28.0 프로그램과 PROCESS Macro 4.2가 사용되었으며, 분석 절차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대상자의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빈도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주요 변인의 일반적 경향을 살펴보기 위해 평균, 표준편차, 최소값, 최대값을 포함한 기술통계와 각 척도의 신뢰도(Cronbach’s α)를 산출하였다. 둘째, 주요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Pearson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셋째, 유아기 수줍음 기질과 학령기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 간의 관계에서 화용언어의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PROCESS Macro 4.2의 Model 4를 적용하였다(Hayes, 2022). 매개분석에는 95% 신뢰구간과 5,000개의 부트스트랩 표본을 설정하여 각 변인 간의 직접효과, 간접효과, 총효과를 산출하고,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 절차를 사용하여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였다.
Ⅲ. 연구결과
1. 유아기 수줍음, 학령기 아동의 화용언어, 집단괴롭힘 피해의 전반적 경향
주요 변인들의 전반적 경향을 살펴보면, 3세 시기에 측정된 수줍음의 평균은 2.78(SD = .74), 9세 시기에 측정된 화용언어의 평균은 4.05(SD = .46), 10세 시기에 측정된 집단괴롭힘 피해 평균은 .14(SD = .37)이었으며, 분석한 결과는 <표 2>에 제시하였다.
2. 유아기 수줍음, 학령기 아동의 화용언어, 집단괴롭힘 피해의 상관관계
매개효과 분석에 앞서 통제변인과 주요 변인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Pearson 상관관계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는 <표 3>에 제시하였다. 분석 결과, 3세 시기에 측정한 수줍음과 9세 시기에 측정한 화용언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부적 상관을 보였다(r = -.17, p < .01). 이러한 결과는 3세 시기의 수줍음 기질적 특성이 높을수록 9세 시기 아동의 화용언어능력 수준이 낮아짐을 의미한다. 또한 9세 시기에 측정한 화용언어는 10세 시기에 측정한 집단괴롭힘 피해와 유의한 부적 상관(r = -.10, p < .01)을 보여, 9세 시기에 화용언어능력 수준이 높은 아동일수록 집단괴롭힘 피해가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3. 유아기 수줍음과 학령기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 간의 관계에서 화용언어의 매개효과
본 연구의 유아기 수줍음과 학령기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 간 관계에서 화용언어의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하여 Hayes(2022)의 PROCESS Macro Model 4번을 적용하여 매개분석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는 <표 4>에 제시하였다.
먼저 3세 시기 유아의 수줍음은 9세 시기 아동의 화용언어를 부적(β = -.17, p < .001)으로 예측하였으며, 9세 시기 화용언어는 10세 시기의 집단괴롭힘 피해를 부적(β = -.08, p < .01)으로 예측하였다. 한편, 10세 시기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를 종속변인으로 하여 3세 시기 유아의 수줍음과 9세 시기 아동의 화용언어를 동시에 투입한 결과, 유아기 수줍음은 학령기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를 예측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3세 시기에 수줍음 기질의 유아일수록 9세 초등학교 3학년 시기에 아동의 화용언어능력 수준을 낮추는 반면, 화용언어능력 수준이 높을수록 10세 초등학교 4학년 시기에 집단괴롭힘 피해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함을 확인하였다. 즉, 화용언어는 3세 시기 유아의 수줍음과 10세 학령기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의 관계를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9세 시기에 측정한 화용언어의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하여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을 실시한 결과, 95% 신뢰구간에서 하한값과 상한값이 0을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001∼.008) 완전매개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9세 시기에 측정한 화용언어는 3세 유아기 수줍음과 10세 학령기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 관계에서 유의미한 완전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최종 연구모형은 <그림 1>과 같다.
Ⅳ.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3세 유아기 수줍음 기질이 10세 학령기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를 예측하는지 살펴보고, 9세 시기에 측정한 화용언어의 종단적 매개효과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한국아동패널 4차 년도 유아기 수줍음, 10차 년도 아동의 화용언어와 11차 년도 집단괴롭힘 피해 자료를 이용하였으며, 아동의 성별, 어머니 교육수준, 월평균 가구 소득을 통제하여 분석하였다. 연구문제를 중심으로 주요 결과를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아기 수줍음 기질, 학령기 아동의 화용언어, 집단괴롭힘 피해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3세 시기에 측정한 수줍음과 9세 시기에 측정한 화용언어 간의 유의미한 부적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즉, 기질적으로 수줍음 기질이 강할수록 이후 학령기 시기의 화용언어능력이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유아기 수줍음 기질은 사회적 상황에서 위축되거나 접근을 회피하는 등 또래 상호작용에서 낮은 참여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한 선행 연구의 결과(김언경, 박신영, 2021; 서향희, 2019; 임주희, 오지현, 2020)와 일치한다.
본 연구의 결과는 기존의 연구결과에서 더 나아가 유아기 수줍음 기질이 강할수록 이후 학령기 아동의 화용언어 수준이 낮을 수 있다는 두 변인 간의 장기적 관련성을 시사한다. 즉, 수줍음 기질은 사회적 상황에서의 의사소통 빈도를 감소시키고, 언어 표현 경험의 제한을 초래하여 궁극적으로 화용언어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수줍음 기질은 개인의 소극적인 성향으로만 간주하기보다 실제 사회적 상호작용 경험의 양과 질을 제한하여 이후 의사소통 발달을 저하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화용언어는 맥락에 적절한 언어 사용, 대화의 흐름 조절, 상대의 의도 해석과 같은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초기 또래 상호작용에서의 위축 경험은 장기적으로 화용언어 발달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서 수줍은 유아일수록 사회적 상황에서 발화가 소극적이고 맥락에 적절한 언어 사용 능력이 낮아 사회정서적 적응에 어려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한 Coplan과 Weeks(2009)의 연구결과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이와 같은 결과를 통해 유아의 수줍음 기질적 특성은 이후 발달 단계에서 경험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과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이에 대한 이해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를 고려하면 영유아기 기질적 특성에 따라서 양육과 교육을 통한 조기 개입의 필요성을 알 수 있다.
또한 9세 시기에 측정한 화용언어는 10세 시기에 측정한 집단괴롭힘 피해와 유의미한 부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즉, 아동의 화용언어능력 수준이 높을수록 집단괴롭힘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음을 보여준다. 화용언어능력 수준이 높다는 것은 사회적 상황에서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또래 관계에서 화용언어능력 수준이 높은 아동은 관계 형성의 어려움과 집단괴롭힘 피해 가능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화용언어능력이 또래 관계와 사회⋅정서 행동을 예측하는 요인으로 밝힌 선행연구의 결과와 맥락을 같이 한다(김지신 외, 2016; 이은주, 2023). 본 연구의 결과는 아동이 사회적 상황에서 언어적⋅비언어적 신호를 해석하는 능력과 상호작용 기술을 적절하게 발휘할수록 또래 관계에서 어려움을 덜 경험한다는 선행연구의 결과를 뒷받침한다.
아울러 화용언어능력은 또래 간 상호작용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적절히 표현하고 상대의 반응과 의도를 민감하게 해석하며, 관계적 긴장 상황을 조율하는 사회적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또래 집단 내에서 긍정적인 관계 형성을 촉진하고 갈등 상황에서의 오해나 관계적 취약성을 완충함으로써 집단괴롭힘 피해를 예방하는 보호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화용언어 및 어휘 능력이 높을수록 수줍음과 또래 호감도 간의 부정적 관계를 완충할 수 있음을 보고한 Cheung과 Elliott(2017)의 연구결과를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유아기 수줍음 기질과 학령기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 간의 관계에 대한 화용언어의 매개효과를 살펴본 결과, 수줍음은 화용언어를 매개로 집단괴롭힘 피해를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3세 시기 유아의 수줍음은 9세 시기 화용언어 발달을 부적으로 예측하였고, 9세 시기 화용언어는 10세 학령기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를 부적으로 예측하였다. 반면, 3세 시기 유아의 수줍음이 10세 시기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화용언어가 완전매개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수줍음이 직접적으로 집단괴롭힘 피해를 유발하기보다는 언어적 상호작용 능력, 특히 화용언어 발달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유아기 수줍음은 아동이 또래와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고, 학령기 집단 내 갈등 상황에서 자신의 의사와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게 하여 집단괴롭힘 피해의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수줍음 특성으로 인해 사회적 상호작용과 또래 관계에서의 취약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결과를 뒷받침할 수 있다(김상원 외, 2023; 송지윤, 김미숙, 2017).
특히 본 연구에서 유아기 수줍음이 학령기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를 직접적으로 예측하지 않았다는 결과는 기질적 특성이 곧바로 부적응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달적 경로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수줍음은 그 자체로 부정적 결과를 예측하는 위험요인이라기보다 이후 형성되는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의 수준과 발달적 맥락에 따라 그 영향력이 완충되거나 강화될 수 있는 기질적 특성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줍음과 화용언어 간의 관련성이 인지적 조절능력 및 사회적 정보처리 맥락과 상호작용한다고 보고한 Nilsen 등(2021)의 논의와도 연결되며, 본 연구에서 확인된 화용언어의 완전매개 경로를 보다 입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즉, 언어 및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조기 개입이 집단괴롭힘 피해 예방에 중요한 보호요인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수줍음 기질의 유아를 대상으로 또래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경험을 촉진할 수 있는 맞춤형 교육적 지원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종합하면, 본 연구는 유아기 수줍음 기질이 학령기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를 직접적으로 예측하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화용언어 발달이라는 경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예측한다는 점을 종단적으로 규명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와 함께 수줍음이라는 기질적 특성은 그 자체로 부적응이나 문제행동을 초래하는 부정적 요인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이후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의 발달 양상에 따라 또래 관계에서의 적응 수준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 유아기 기질을 이해하여 발달과정 내 다양한 환경적 맥락에서 지원⋅촉진 가능한 영역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화용언어능력은 수줍음 기질의 아동이 또래집단 내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갈등 상황에서 대응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보호요인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집단괴롭힘 피해 예방을 위한 개입이 학령기에 국한되기보다 유아기부터 기질적 특성을 고려한 언어 및 사회적 의사소통 지원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하며, 발달 초기의 개별적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발달적⋅예방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교육 및 정책적 함의를 제공한다.
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 실천적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줍음 기질의 유아를 대상으로 언어 및 사회성 발달 지원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본 연구에서 수줍음 기질적 특성이 높은 수준일수록 화용언어 발달은 저하되고, 이는 집단괴롭힘 피해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유아기부터 수줍음 특성을 보이는 아동을 대상으로 의사소통 능력과 또래 간의 상호작용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소그룹 단위 언어활동, 역할놀이, 친밀한 교사 및 또래 상호작용 중심의 활동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부모와 교사는 유아의 기질적 특성을 고려하여 개별적, 맞춤형 지도와 지지가 필요하다. 부모는 가정에서 유아기부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양육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교사는 기관에서 수줍음 기질적 특성을 보이는 유아가 또래 관계에서 소외되거나 배척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찰하여 중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초기 기질적 특성이 부정적인 사회적 경험의 결과로 연결되는 것을 예방하고, 시기에 적절한 언어 및 사회성 발달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이상의 논의와 결론을 토대로 본 연구의 제한점과 후속 연구에 대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종단적 자료를 활용하였으나 수줍음, 화용언어, 집단괴롭힘 피해 외에도 유아기와 학령기의 사회적 경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적 요인(예: 부모의 양육태도, 학교 환경, 또래 관계의 질 등)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요인들이 함께 작용할 가능성을 고려하여 연구결과의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둘째, 집단괴롭힘 피해는 자기보고식 설문에 의존하였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자기보고식 설문은 응답 과정에서 편견과 주관성이 반영될 수 있으며(권희경, 이현주, 2020), 집단괴롭힘 피해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점 때문에 솔직하게 응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본 연구는 한국아동패널 자료를 활용하여 분석하였으나 해당 자료가 수집된 시점이 현재와 비교적 차이가 있다. 따라서 최근 학교 환경과 집단괴롭힘(학교폭력) 피해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시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최신 자료를 활용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아동의 집단괴롭힘 피해와 화용언어능력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관찰, 면담, 교사⋅부모 보고 등 다양한 자료수집 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보다 객관적이고 심층적인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아울러 수줍음과 화용언어 외에도 집단괴롭힘 피해를 예측할 수 있는 다양한 변인을 탐색하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과 관련성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화용언어능력과 성별, 가정환경 등에 따라 집단괴롭힘 피해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이은주, 2023; 이은주 외, 2019), 화용언어 하위요인별로 세부적인 분석을 수행하는 것도 의미 있는 후속 연구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접근을 통해 초기 기질적 특성과 언어 발달, 사회적 경험 간의 복합적인 관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몇 가지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먼저, 유아기 수줍음과 학령기 집단괴롭힘 피해 간의 관계에서 화용언어의 매개효과를 종단적으로 검증함으로써 초기 기질과 이후 또래 관계 및 집단괴롭힘 피해 간의 발달적 연속성을 실증적으로 확인하였다. 특히 수줍음과 같은 기질적 특성은 유아기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으로 관계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신체⋅인지⋅사회⋅정서 등의 부적응 행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에도(권연희, 2015; 도현심, 1996; 정유정, 이동형, 2021; 한재희, 최창조, 2010) 국내 연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수줍음에 대한 연구가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질 필요성을 제기하는 바이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학교폭력은 초등학교 4–5학년 시기를 전후로 그 양상이 뚜렷해지는 것으로 보고되었는데(Rosen, Deornellas, & Scott, 2017), 본 연구는 유아기 기질이 이후 집단괴롭힘 피해의 예측 경로를 검증함으로써 아동발달의 궤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시하였다. 또한 화용언어능력이 기질적 특성과 또래 관계 경험 간의 관계를 매개할 수 있음을 확인하여 언어 및 사회성 발달 지원의 필요성과 실천적 함의를 제공하였다. 더 나아가 기질과 언어 능력을 고려한 맞춤형 개입의 중요성을 제기하여 교육현장에서 예방과 프로그램 개발에 기초 자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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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doi.org/10.1057/978-1-137-5929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