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 자녀의 이혼이 노년기 부모의 우울 증상에 미치는 영향: 성별 및 자녀 관계 만족도의 조절효과
초록
본 연구는 생애과정 관점의 ‘연결된 삶’의 개념을 적용하여 성인 자녀의 이혼과 노년기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를 살펴보고, 이 관계에서 부모의 성별에 따른 조절효과를 확인하였다. 또한 성인 자녀의 이혼과 노년기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에 대한 자녀 관계 만족도의 조절효과가 부모의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 검토하였다. 이를 위해 고령화연구패널조사(KLoSA)의 1차년도 참여자 중 성인 자녀 1명 이상이 혼인 상태에 있다고 보고한 65세 이상 노인 1,250명의 자료를 활용하였다. 자료 분석을 위해 기술통계분석, 시차효과모델에 기초한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녀의 이혼을 경험한 부모는 자녀의 이혼을 미경험한 부모보다 더 높은 우울 증상을 보고하였다. 둘째, 자녀의 이혼을 경험한 어머니는 자녀의 이혼을 미경험한 어머니보다 더 높은 우울 증상을 경험하였다. 셋째, 자녀 관계 만족도가 평균 이상인 경우 자녀의 이혼을 경험한 아버지는 자녀의 이혼을 미경험한 아버지보다 더 높은 우울 증상을 보고하였다. 본 연구는 자녀의 이혼이 부모의 우울 증상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을 확인하고, 자녀 관계 만족도가 자녀의 이혼과 부와 모의 우울 증상 간의 관계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하여 이에 따른 개입 방안을 모색하는 기초자료를 제시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the association between adult children’s divorce and older parents’ depressive symptoms, as well as the moderating roles of parents’ gender and parent–child relationship satisfaction. Using data from the 2006, 2008, and 2010 waves of the Korean Longitudinal Study of Aging (KLoSA), we conducted descriptive analyses and a series of multiple regression models. The findings are as follows. First, adult children’s divorce was significantly associated with higher levels of depressive symptoms among older parents. Second, older mothers with divorced children reported higher depressive symptoms than those with non-divorced children. Third, among older fathers, those with divorced children also exhibited higher depressive symptoms than fathers with non-divorced children; however, this difference emerged only when their parent–child relationship satisfaction was above average. These results underscore the need to expand support services for families experiencing divorce and to develop gender-responsive interventions that address the mental health challenges faced by parents coping with their children’s marital dissolution.
Keywords:
adult children’s divorce, older parents’ depressive symptoms, parent-child relationship satisfaction, gender differences, life course perspective키워드:
성인 자녀의 이혼, 노년기 부모의 우울 증상, 자녀 관계 만족도, 성차, 생애과정 관점I. 서론
우울 증상은 노년기에 가장 흔히 경험하는 정신건강 문제로 보고된다(김동배, 손의성, 2005).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노인 10명 중 1명이 우울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보건복지부, 2024). 그러나 노년기 우울 증상은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흔하고 만연히 드러난다는 이유로 단순 노화의 과정으로 치부되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이상혁, 2007). 우울 증상은 신체건강 및 인지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손근호, 김경호, 2021; Penninx et al., 1998; Wilson et al., 2004), 심각할 경우 자살 관련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이인정, 2011; 전홍진, 2011; Fernandez-Rodrigues et al., 2022). 따라서 노년기 우울 증상의 예측 요인을 규명하고, 노년기 우울 증상에 대한 관리 및 개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노년기 우울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로 자녀의 이혼이 있다. 생애과정 관점(Life course perspective)의 ‘연결된 삶(Linked lives)’은 부모와 자녀의 삶이 생애 전반에 걸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자녀의 생애 사건이 부모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Elder, 1994). 더욱이 현대 사회에서는 이혼율 증가 및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인해 노년기 부모가 자녀의 이혼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Amato, 2010; Bengtson, 2001). 이혼은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생애 사건으로(Holmes & Rahe, 1967) 이혼 당사자 및 가족 구성원의 우울 증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Damota, 2019). 그러나 이혼에 관한 기존 선행연구들은 주로 이혼 당사자와 그의 자녀가 겪는 정신건강 문제에 집중하였으며, 이혼 당사자의 원가족인 부모가 받는 영향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였다(Tosi & Albertini, 2019). 이에 따라 자녀의 이혼이 부모의 우울 증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욱 면밀히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더불어 자녀의 이혼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는 부모의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다수의 선행연구에서는 성별 간 우울 증상에 차이가 있으며(전진아, 2014; Piccinelli & Wilkinson, 2000), 우울 증상을 유발하는 영향 요인에서도 차이가 있음을 보고해왔다(김철규, 박승미, 2012; Mirowsky, 1996).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높은 우울 증상을 보이며(박소영, 2018; Albert, 2015), 가족 구성원이 경험하는 스트레스 사건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Anderson et al., 2022). 이러한 차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더 개방적이며(Roothman et al., 2003), 주변 사람들의 삶에 정서적으로 관여하는 경향이 높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Kessler & McLeod, 1984). 즉, 동일한 스트레스 사건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우울 증상에 미치는 영향은 각각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부모 집단 내 존재하는 성별의 특성 차이를 고려하여 자녀의 이혼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관계는 노년기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김진현, 2015; 전근성, 2017). 특히 노년기에는 은퇴, 배우자 및 지인의 상실 등으로 인해 사회적 관계망이 축소되면서 자녀 관계에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Carstensen et al., 1999). 이에 높은 자녀 관계 만족도는 노년기 부모의 정신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다(이준상, 김향아, 2017). 한편, 자녀 관계 만족도와 노인의 정신건강에 관한 선행연구에서는 자녀 관계 만족도로 인한 정신건강 상의 혜택이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제시하였다(Kim et al., 2016). 전통적으로 여성은 표현적 역할을 담당해 왔기에 자녀 관계에 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고 설명된다(정순둘, 2007). 그러나 일부 선행연구에서는 자녀 관계 만족도와 노인의 우울 증상 간 관계에서 성별의 조절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조현영, 2017). 즉, 자녀 관계 만족도는 남성 노인과 여성 노인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또한 자녀 관계 만족도는 우울 증상에 대한 직접효과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와 우울 증상 간 관계를 완충하는 조절효과를 가질 수 있다. 자녀 관계 만족도의 조절효과를 직접 검증한 연구는 없지만, 자녀의 지지가 스트레스를 겪는 남녀 노인의 정신건강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이인정, 2007). 이는 자녀의 생애 사건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에서 자녀 관계 만족도의 조절효과에 대한 성차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에 본 연구는 자녀의 이혼이 부모의 우울 증상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녀 관계 만족도의 조절효과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성별의 차이를 탐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성인 자녀의 이혼을 경험한 노년기 부모의 정신건강 증진을 지원하기 위한 실천적 개입 방안을 제시하는 데 기초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연구문제 1. 성인 자녀의 이혼과 노년기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는 어떠한가?
- 연구문제 2. 성인 자녀의 이혼과 노년기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는 부모의 성별에 따라 다른가?
- 연구문제 3. 성인 자녀의 이혼과 노년기 부와 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는 자녀 관계 만족도에 따라 다른가?
Ⅱ. 선행연구 고찰
1. 성인 자녀의 이혼과 노년기 부모의 우울 증상의 관계
OECD 가족 데이터베이스(Family Database)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이혼율은 2.1건으로 OECD 회원국 평균 이혼율인 1.9건에 비해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OECD, 2024). 이혼은 부부가 생존 중에 혼인 관계를 법적으로 소멸시키는 생활사건으로 정의된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5). 그러나 이혼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이혼이란 단순한 부부 관계의 종료를 넘어 정서적, 경제적, 가정적 문제 등 여러 측면에서 파급 효과를 일으키는 사건이다(Lowenstein, 2005). 이혼은 관계의 단절, 경제적 어려움, 역할 과부하 등을 초래하여 개인에게 심리적 고통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된다(Damota, 2019). 기존 선행연구들은 이혼이 개인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Wade & Pevalin, 2004), 특히 우울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밝혀왔다(Hald et al., 2022).
나아가 이혼의 영향은 개인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도 전이될 수 있다. 생애과정 관점(Life course perspective)의 주요 개념인 ‘연결된 삶(Linked lives)’은 한 개인의 삶이 주요 타인의 삶과 상호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Elder, 1994). 특히 부모와 자녀는 생애 전반에 걸쳐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Bengtson, 2001). 자녀의 이혼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를 살펴본 선행연구는 많지 않으나, 대체로 자녀의 이혼이 부모의 우울 증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였다(Kalmijn & De Graaf, 2012; Ko & Sung, 2022; Tosi & Albertini, 2019). 이러한 연구 결과는 자녀의 성취 기대, 자녀에 대한 책임감, 부모-자녀 동일시 등 다양한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기존 선행연구들은 자녀의 이혼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를 설명하는 여러 경로를 제시하였다. 첫째, 부모는 자녀의 성취를 바란다. 혼인은 특히 성인기 주요 발달 과업으로 간주되기에(Havighurst, 1972, pp. 217-238) 부모는 혼인을 통해 자녀가 경험하는 성인기로의 이행이 성공적이기를 기대할 것이다. 자녀의 혼인 상태와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에 주목한 다수의 선행연구 결과 대개 이혼한 자녀가 있는 부모가 혼인한 자녀가 있는 부모보다 높은 우울 증상을 보였다(Kalmijn & De Graaf, 2012; Kim et al., 2017). 즉, 자녀의 이혼은 부모가 가진 자녀에 대한 기대를 좌절시켜 우울 증상의 악화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부모는 자녀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다수의 선행연구에서 부모는 자녀의 이혼 후 적응을 돕기 위해 자녀와 동거하거나(Albertini et al., 2018), 손자녀를 대리 양육하거나(박충선, 2010; 이미영, 2007),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박현주, 한경혜, 2006; Min et al., 2022). 그러나 Millward(1998)는 성인 자녀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이 부모에게 심리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혼과 같이 자녀의 삶에 문제가 생기는 사건과 마주하면, 부모는 자녀의 안위에 대해 걱정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 집중할 기회를 상실했다는 점에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Greenberg, 1991), 이는 높은 우울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부모는 자녀를 자신의 일부로 인식한다. Fingerman et al.(2020)는 Intergenerational systems in context model(ISC model)을 통해 부모-자녀 관계가 문화와 같은 거시적 요인과 상호 연관이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를 고려하면, 부모는 자녀의 성패를 스스로에게 투영하는 경향이 있는데(공수자 외, 2005; Levitzki, 2009), 이는 우리나라와 같은 집단주의 문화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집단주의 문화에서 이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족 공동의 문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Afifi et al., 2013; Bejanyan et al., 2015). 실제로 우리나라의 고령화연구패널조사(KLoSA)를 이용한 선행연구는 자녀 이혼 직후 부모의 우울 증상이 증가한다고 보고하였다(Ko & Sung, 2022). 반면 미국 동부의 표본 데이터를 활용한 선행연구에서 자녀의 이혼은 부모의 우울 증상과 유의한 관련이 없었다(Milkie et al., 2008).
더욱이 한국 사회에서 자녀의 이혼을 경험한 노년기 부모는 정신건강 문제에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가족주의는 우리 사회의 가족 생활을 규정하는 강력한 규범으로 작동하고 있으며(류정현, 2007), 특히 노인 세대에서 전통적 결혼관이 우세한 것으로 보고된다(김유나, 박애리, 2022; 정옥분 외, 2007). 또한 우리나라 노인들은 자녀의 성취와 성공에 큰 가치를 두고(공수자 외, 2005), 자녀가 주요 생애 사건에서 실패했을 경우 실망감과 수치심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Yang & Rosenblatt, 2001). 이러한 우리나라 노인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자녀의 이혼은 부모의 우울 증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혼 당사자인 자녀뿐 아니라 그 부모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혼의 영향은 개인적 맥락을 넘어 관계적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과 관련된 선행연구 대부분이 이혼 당사자의 원가족인 부모에 대해 관심을 거의 두지 않았다(Tosi & Albertini, 2019). 국내 자료를 활용하여 자녀의 이혼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를 검증한 선행연구는 Ko와 Sung(2022)의 연구가 유일하다. 따라서 국내 실정을 반영한 실증 연구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이에 본 연구는 전국 단위 대표성을 갖춘 고령화연구패널조사(KLoSA)를 활용하여 성인 자녀의 이혼과 노년기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성인 자녀의 이혼과 노년기 부모의 우울 증상의 관계에서 성별 및 자녀 관계 만족도의 조절효과
우울 증상은 성별에 따른 차이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기존 선행연구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 증상 발현율이 약 2배 높으며(Nolen-Hoeksema, 2001), 이러한 성차가 노년기까지 지속된다고 보고하였다(Kuehner, 2003). 이러한 연구 결과는 각 성별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의 차이로 설명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남성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도구적 역할을 담당하고, 여성은 가정을 돌보고 가족 구성원에게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표현적 역할을 맡아왔다(Flynn, 2011, pp. 64-76). 즉, 성역할 사회화 과정에서 남성은 독립성과 강인함이 요구되었으며, 여성은 감정 공유와 관계 유지를 중시하도록 장려되었다. 이로 인해 여성은 감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용이한 반면, 남성은 감정 표현을 억제하고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우성범, 2019; Acciai & Hardy, 2017; Danielsson & Johansson, 2005). 일부 선행연구에서는 남성의 우울 증상이 과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남성의 우울 증상은 약물 사용 문제, 공격성, 폭력성 등으로 나타나 기존의 전통적인 우울 증상 진단에서 간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Martin et al., 2013).
성별에 따라 달리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은 우울 증상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요인에서도 차이를 불러일으킨다. Anderson et al.(2022)는 여성이 남성보다 가족 구성원이 경험하는 스트레스 사건에 더 취약하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부모의 성별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녀의 생애 경험 유형이 다르고, 그에 대한 평가 또한 다르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자녀의 발달 과업 성취 유형과 부모의 부정적 감정 간 관계를 살펴본 Cichy et al.(2013)에 따르면 아버지의 경우 자녀가 직업 영역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할수록 죄책감, 분노, 실망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만, 어머니는 자녀가 관계 및 직업 영역에서 실패했다고 인지할수록 부정적 감정을 보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회귀분석을 통해 부와 모를 나누어 자녀 이혼의 효과를 확인한 Kalmijn과 De Graaf(2012)의 연구에서 자녀의 이혼은 어머니의 우울 증상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 반면, 아버지의 우울 증상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고정효과모형을 이용하여 부와 모를 나누어 자녀의 이혼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를 살펴본 선행연구들은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자녀의 이혼에 따라 우울 증상이 증가한다고 보고하였다(Ko & Sung, 2022; Tosi & Albertine, 2019). Greenberg(1991)의 연구에서는 자녀의 문제와 아버지의 정서적 웰빙 간의 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나, 심층 인터뷰에서 배우자의 관찰을 통해 아버지 또한 자녀의 문제에 심리적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녀의 이혼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에서 성차를 확인한 선행연구들이 상이한 연구결과를 보이고 있는 바, 이에 대한 추가적인 탐색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노년기 부모는 유교 문화의 영향 등으로 부모-자녀를 중심으로 가족의 유대를 형성해왔기에(류정현, 2007) 자녀 관계에 보다 큰 의미를 두는 것으로 보고된다(김미령, 2017; 전근성, 2017). 관련하여 기존 선행연구들은 자녀 관계 만족도가 노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직접효과를 가질 뿐 아니라(장수지, 2010) 다른 원인에 의한 정신건강 문제를 중재하는 완충효과를 가진다고 설명해 왔다(유정헌, 성혜영, 2009). 이러한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자녀의 이혼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에서 자녀 관계 만족도는 조절효과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자녀의 이혼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에 대한 자녀 관계 만족도의 조절효과에 있어서도 성차를 고려해볼 수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생애 전반에 걸쳐 자녀와의 관계 형성에서 차이를 보여 왔다. 전통적으로 여성은 주양육자로서 자녀 돌봄의 중심 역할을 담당했기에(Thompson & Walker, 1989) 어머니는 성인 자녀와 정서적으로 친밀하며(Torabian et al., 2022), 성인 자녀와의 교류 빈도가 높다(이민아, 2021). 반면, 남성은 생계부양자로서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이로 인해 아버지는 성인 자녀와의 관계가 비교적 소원한 경향이 있다고 보고된다(Reczek et al., 2023).
또한 자녀 관계 만족도와 우울 증상 간 관계는 부모의 성별에 따라 다른 것으로 보고된다. Kim et al.(2016)에 따르면 자녀 관계 만족도는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의 우울 증상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그 효과의 크기는 아버지보다 어머니에게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녀 관계 만족도와 우울 증상 간 관계에서 성별의 조절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정신건강 상의 혜택에 있어 자녀 관계 만족도가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조현영, 2017). 또 다른 선행연구에서는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간 관계에서 자녀의 지지의 조절효과가 부모의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음이 보고되었다(이인정, 2007). 아버지의 경우 경제적 문제가 우울 및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녀의 지지의 완화 효과가, 어머니의 경우 건강 문제가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녀의 지지의 완화 효과가 확인되었다. 즉, 자녀의 지지 효과는 부모가 겪는 스트레스의 종류 및 부모의 성별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기존 선행연구의 결과를 확장하여 자녀의 이혼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에 대한 자녀 관계 만족도의 조절효과가 부모의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 검증하고자 하였다.
Ⅲ.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본 연구는 고령화연구패널조사(Korean Longitudinal Study of Aging; KLoSA)의 1차년도(2006), 2차년도(2008), 3차년도(2010) 자료를 활용하였다. 고령화연구패널조사는 향후 초고령사회로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 효과적인 사회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생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45세 이상의 중고령자를 대상으로 2년을 주기로 추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본 연구는 1차년도부터 3차년도까지 모든 자녀가 혼인 및 미혼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응답자 1,159명과 자녀 중 1명 이상이 이혼 전이를 경험한 응답자 91명을 포함한 1,250명을 분석에 포함하였다. 한편, 본 연구는 최근 자료를 사용하기 위해 5차년도(2014)에서 7차년도(2018) 자료를 활용하고자 하였으나, 해당 차수들에서는 자녀 이혼을 경험한 부모가 5%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에 자녀 이혼 경험 집단의 표본 수가 충분하지 않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고, 최종적으로 1차년도(2006)에서 3차년도(2010) 자료를 이용하였다.
2. 측정도구
우울 증상은 한국판 CES-D(Center for Epidemiological Studies Depression scale)10으로 측정되었다(전겸구, 이민규, 1992; Radloff, 1977). 총 열 문항에 대해 응답자는 지난 일주일간의 느낌과 행동에 대해 보고한다. 문항은 ‘평소 아무렇지도 않던 것들이 귀찮고 괴롭게 느껴졌다’, ‘정신을 집중하기 힘들었다’ 등으로 구성되었다. 응답값은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거나,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음=1’,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음=2’, ‘자주 그런 생각이 들었음=3’, ‘항상 그런 생각이 들었음=4’까지 4점 리커트 척도로 측정되었다. 이후 ‘자주 그런 생각이 들었음=3’, ‘항상 그런 생각이 들었음=4’은 1점,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거나,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음=1’,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음=2’은 0점으로 재코딩하여 합산한 점수를 사용하였다. 최저 0점, 최고 10점으로 총 11점의 범위를 가지며,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 증상이 높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자녀 이혼 경험 이전의 우울 증상과 자녀 이혼 경험 이후의 우울 증상을 분석에 이용한다. 따라서 1차년도 우울 증상을 기준 시점 우울 증상(baseline)으로, 2차년도 우울 증상 또는 3차년도 우울 증상을 후속 시점 우울 증상(follow-up)으로 재코딩하였다. 구체적으로 1차년도부터 3차년도까지 모든 자녀가 혼인 및 미혼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응답자, 1차년도에서 2차년도 사이에 자녀 중 1명 이상이 이혼 전이를 경험한 응답자의 경우 후속 시점 우울 증상인 2차년도 우울 증상을 종속변수로 사용하였다. 2차년도에서 3차년도 사이에 자녀 중 1명 이상이 이혼 전이를 경험한 응답자의 경우 3차년도 우울 증상이 후속 시점 우울 증상이 되며, 이를 종속변수로 사용하였다.
자녀 이혼 경험 여부의 경우, 1번째 자녀부터 10번째 자녀 중 기준 시점에서 후속 시점까지 모든 자녀가 혼인 및 미혼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 자녀 이혼 미경험(0), 기준 시점에서 후속 시점 사이에 자녀 중 1명 이상이 이혼 전이를 경험하였다면 자녀 이혼 경험(1)으로 재코딩하였다.
자녀 관계 만족도는 후속 시점 측정치를 분석에 이용하였다. 자녀 관계 만족도는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만족하고 계십니까?’라는 단일 문항으로 측정되었다. 총점은 최저 0점, 최고 100점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자녀와의 관계에 더 만족함을 의미한다.
종속변수인 우울 증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별, 연령, 학력, 배우자 유무, 만성질환 수, 기준 시점 우울 증상을 통제하였다. 성별, 연령, 학력, 배우자 유무, 만성질환 수의 경우 후속 시점 측정치를 분석에 사용하였다. 성별은 ‘남성=0’, ‘여성=1’로 코딩하였다. 성별에 따른 차이를 분석한 모델에서는 성별을 통제변수에서 제외하였다. 연령은 조사년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값을 사용하였다.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 이하=1’, ‘중학교 졸업=2’, ‘고등학교 졸업=3’, ‘대학교 졸업 이상=4’로 코딩하였다. 배우자 유무는 ‘배우자 없음=0’, ‘배우자 있음=1’로 코딩하였다. 만성질환 수는 고혈압, 당뇨병, 암 및 악성종양, 만성 폐질환, 간질환,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정신과적 질환, 관절염 및 류마티스 진단여부를 합산하여 산출하였다. 만성질환 수 총점은 최저 0점, 최고 9점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만성질환 수가 많음을 의미한다. 기준 시점 우울 증상의 총점은 최저 0점, 최고 10점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 증상이 높음을 의미한다.
3. 자료분석
본 연구를 위한 자료 분석은 SPSS 29.0(IBM Co., Armonk, NY) 프로그램을 이용하였다. 첫째, 연구대상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 및 측정 변수의 일반적 경향을 알아보기 위해 기술통계 및 빈도분석을 실시하였다. 둘째, 자녀의 이혼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를 탐색하기 위해 ‘시차내생변수를 포함하는 모델(Models with Lagged Endogenous Variables)’에 기초하여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시차내생변수를 포함하는 모델’은 종속변수의 사전 점수를 포함하여 독립변수와 종속변수 간의 인과 관계를 추론하는 종단적 연구 설계를 의미한다(전혜정, 2004). 본 연구는 ‘시차내생변수를 포함하는 모델’의 하위 모델 중 종속변수의 사전 점수를 통제하는 ‘시차효과모델(Lagged Effect Model)’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즉, 기준 시점 우울 증상을 통제한 상태에서 자녀의 이혼이 부모의 후속 시점 우울 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셋째, 자녀의 이혼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가 부모의 성별에 따라 다른지 검증하기 위해 자녀 이혼 경험 여부와 성별의 상호작용항을 모형에 포함하여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자녀의 이혼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에서 자녀 관계 만족도의 조절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부와 모를 구분하여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이후 Process macro model 1을 이용하여 단순 기울기 검증을 수행하였다.
Ⅳ. 연구결과
1. 연구대상의 일반적 특성
연구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에 대한 기술통계는 <표 1>과 같다. 연구대상자 중 남성은 39.4%, 여성은 60.6%였다. 연령의 평균은 75.20세였다.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하가 74.3%로 가장 높았으며, 중학교 졸업이 9.4%, 고등학교 졸업이 11.0%, 대학교 졸업이상이 5.3%였다. 연구대상자 중 43.7%가 배우자가 있다고 응답하였다. 만성질환 수의 평균은 1.26개였다. 자녀 관계 만족도의 평균은 67.84점이었다. 기준 시점 우울 증상의 평균은 2.18점이었으며, 후속 시점 우울 증상의 평균은 2.39점이었다.
자녀 이혼 경험 집단과 자녀 이혼 미경험 집단 간 차이를 검증한 결과, 성별, 연령, 학력, 배우자 유무, 만성질환 수, 기준 시점 우울 증상은 두 집단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두 집단은 자녀 관계 만족도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t=3.93, p<.001). 자녀 이혼 경험 집단(60.77점)이 자녀 이혼 미경험 집단(68.40점)에 비해 자녀 관계 만족도 평균 점수가 7.63점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두 집단은 후속 시점 우울 증상에서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t=-3.18, p<.01). 자녀 이혼 경험 집단(3.27점)이 자녀 이혼 미경험 집단(2.32점)에 비해 후속 시점 우울 증상이 0.95점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 성인 자녀의 이혼과 노년기 부모의 우울 증상의 관계
자녀의 이혼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의 관계를 검증한 결과는 <표 2>에 제시하였다. 성별, 연령, 학력, 배우자 유무, 만성질환 수, 기준 시점 우울 증상을 통제한 상태에서 자녀의 이혼 경험 여부와 부모의 우울 증상의 관계는 정적으로 유의하였다(B=0.82, p<.001). 즉, 자녀의 이혼을 경험한 부모가 자녀의 이혼을 경험하지 않은 부모에 비해 높은 우울 증상을 보였다. 한편, 통제변수인 성별, 연령, 만성질환 수, 기준 시점 우울 증상은 부모의 우울 증상에 유의미한 정적 영향을 미쳤다.
3. 성인 자녀의 이혼과 노년기 부모의 우울 증상의 관계에서 부모 성별의 조절효과
자녀의 이혼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에서 부모 성별의 조절효과의 결과는 <표 3>에 제시하였다. 자녀 이혼 경험 여부와 성별의 상호작용항을 투입한 후 자녀 이혼 경험 여부의 주효과는 더 이상 유의하지 않았으나(B=0.26, p=.46), 성별의 주효과 및 조절효과는 유의하였다(B=0.51, p<.01; B=1.02, p<.05). <그림 1>에 따르면 자녀의 이혼을 경험한 어머니는 자녀의 이혼을 미경험한 어머니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우울 증상 점수를 보고하였다. 그러나 자녀의 이혼을 경험한 아버지와 자녀의 이혼을 미경험한 아버지 간 우울 증상의 점수는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4. 성인 자녀의 이혼과 노년기 부모의 우울 증상의 관계에서 자녀 관계 만족도의 조절효과
마지막으로, 성별에 따른 자녀의 이혼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에서 자녀 관계 만족도의 조절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를 구분하여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를 <표 4>에 제시하였다. 아버지의 경우 자녀 이혼 경험 여부와 자녀 관계 만족도의 상호작용항이 유의하여(B=0.04, p<.05), 자녀 관계 만족도의 조절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어머니의 경우 자녀 이혼 경험 여부와 자녀 관계 만족도의 상호작용항이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B=0.00, p=.81).
아버지의 경우 자녀 관계 만족도의 조절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 Process macro model 1을 이용하여 상호작용에 대한 단순 기울기 검증을 실시하였고, 이를 <표 5>에 제시하였다. 자녀 관계 만족도가 평균 수준인 경우 자녀의 이혼과 우울 증상 간 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B=0.39, p=.26). 자녀 관계 만족도가 평균보다 낮은 경우(M-1SD)도 자녀의 이혼과 우울 증상 간 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B=-0.35, p=.35). 그러나 자녀 관계 만족도가 평균보다 높은 경우(M+1SD) 자녀의 이혼과 우울 증상 간 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B=1.12, p<.05). 이는 자녀 관계 만족도가 평균 이상인 경우, 자녀의 이혼을 경험한 아버지가 자녀의 이혼을 미경험한 아버지보다 우울 증상이 더 높음을 의미한다.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성인 자녀의 이혼이 노년기 부모의 우울 증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 성인 자녀의 이혼과 노년기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에서 부모의 성별에 따른 조절효과를 분석하였다. 또한 성인 자녀의 이혼과 노년기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에 대한 자녀 관계 만족도의 조절효과가 부모의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 검증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한 결과 및 논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녀의 이혼을 경험한 부모는 자녀의 이혼을 미경험한 부모보다 높은 우울 증상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부모와 자녀가 서로에게 주요한 타인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전 생애에 걸쳐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생애과정 관점의 ‘연결된 삶’ 개념의 적용이 가능하다(Elder, 1994). 즉, 이혼의 영향은 이혼 당사자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주요한 타인, 노년기 부모의 삶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자녀의 이혼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의 관계를 검증한 기존 국내외 선행연구의 결과와 일치하였다(Ko & Sung, 2022; Tosi & Albertini, 2019). 특히 전통적 결혼관 하에서(김유나, 박애리, 2022; 정옥분 외, 2007) 자녀의 결혼을 중요한 성취로 여기는 우리나라 노인들에게 자녀의 이혼은 자녀의 실패이자 부모 자신의 실패로 인식되어(Fingerman et al., 2012) 우울 증상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둘째, 자녀의 이혼을 경험한 어머니는 자녀의 이혼을 미경험한 어머니보다 더 높은 우울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버지는 자녀 이혼 경험 여부에 따라 우울 증상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본 연구대상자들이 가족을 형성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동안 수행하였던 아버지와 어머니 역할의 차이를 바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어머니는 전통적으로 가사 및 자녀 돌봄에 집중하며 관계 중심적 역할을 부여받고 이행한다(Thompson & Walker, 1989). 자녀 양육의 주 책임자로 인식하는 어머니의 입장에서 자녀의 이혼은 자녀에게 기대했던 바의 좌절, 자녀의 이혼에 대한 책임 의식 등을 불러와 어머니의 우울 증상을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아버지의 경우 돌봄이나 정서적 지원보다는 경제 활동을 담당하는 도구적 역할이 요구됨에 따라(Thompson & Walker, 1989) 자녀와 정서적 유대가 비교적 약하거나(Reczek et al., 2023),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삼가려는 경향 때문에(우성범, 2019) 우울 증상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결과는 자녀의 이혼이 어머니의 우울 증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 기존 선행연구의 결과와 일치하고(Kalmijn & De Graaf, 2012), 여성이 남성에 비하여 가족 구성원이 경험하는 스트레스적 생애 사건에 더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선행연구의 결과(Anderdson et al., 2022)를 일부 반영한다.
셋째, 자녀의 이혼과 부모의 우울 증상 간 관계에서 자녀 관계 만족도의 조절효과는 부모의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어머니의 경우 자녀의 이혼과 우울 증상 간 관계, 자녀 관계 만족도와 우울 증상 간 관계는 모두 유의하였으나, 자녀의 이혼과 우울 증상 간 관계에 대한 자녀 관계 만족도의 조절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 반면, 아버지의 경우 자녀의 이혼과 우울 증상 간 관계에서 자녀 관계 만족도의 조절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자녀 관계 만족도가 평균 이상일 때 자녀의 이혼을 경험한 아버지는 자녀의 이혼을 미경험한 아버지보다 더 높은 우울 증상을 보였다. 본 연구 결과는 자녀 관계 만족도가 다른 원인에 의한 우울 증상 발생을 중재한다는 기존의 선행연구 결과와 다르게 나타났다(유정헌, 성혜영, 2009). 일반적으로 자녀 관계 만족도는 부모의 우울 증상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Kim et al., 2016). 그러나 아버지의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자녀의 이혼과 같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생애 사건(Holmes & Rahe, 1967)이 일어난 경우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즉 취약성을 증폭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아버지의 경우 가깝다고 인식하는 특정 자녀와의 관계에 선택적으로 정서적 투자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Suitor & Pillemer, 2013, pp. 11-30). 따라서 자녀 관계 만족도가 높은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자녀의 이혼이 아버지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어머니는 전반적으로 자녀와의 정서적 교류와 지지의 교환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별 자녀의 이혼에 따른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아 조절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적 및 실천적 함의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자녀의 이혼을 경험한 부모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이혼 가족을 지원하는 공공 서비스에는 온가족보듬사업이 있다. 온가족보듬사업은 취약⋅위기가족이 가진 복합적 문제 및 욕구 해소를 위해 가족상담과 가족사례관리 등을 지원하여 가족 기능을 회복하고, 정서적⋅경제적 자립 역량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한국건강가정진흥원, 2024). 이에 따라 자녀의 이혼을 경험한 노년기 부모를 포함해 도움이 필요한 이혼 가족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건강가정진흥원(2024)의 가족센터 이용자수(프로그램) 분석 대시보드에 따르면 가족센터 세부 프로그램 별 총 이용자 수는 다문화 관련 서비스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이혼 관련 서비스의 참여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도움이 필요한 이혼 당사자와 그의 가족구성원이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온가족보듬사업의 홍보를 강화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 노인의 경우 우울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에 대해 회의적인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김유진, 2024) 자녀의 이혼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가 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가족 및 사회복지인력의 적극적인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둘째, 자녀 이혼을 경험한 노년기 부모 지원 시 성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녀의 이혼을 경험한 어머니의 경우 자녀 관계 만족도와 관계없이 높은 우울 증상을 보고하였으므로, 자녀의 이혼을 경험한 어머니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정서적 지원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버지의 경우 자녀와의 관계를 고려한 예방적 차원의 정서적 지원이나, 외현적 어려움(약물 사용 문제, 공격성, 폭력성 등)을 고려한(Martin et al., 2013) 개입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아버지의 우울 증상을 진단하기 위해 남성우울척도를 도입하거나, 가족의 협력을 유도해 아버지가 경험할 수 있는 정서적, 행동적 어려움에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Apesoa-Varano et al., 2010).
본 연구의 제한점 및 후속연구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패널데이터의 조사 항목의 한계로 자녀의 이혼 전 결혼 생활이나 이혼 과정 등과 관련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었다. 다수의 선행연구에서 이혼 전 부부의 결혼 관계의 질, 유책 사유 등이 이혼 당사자의 이혼 후 적응에 유의미한 요인으로 제기되어 왔다(손정연, 한경혜, 2006; Aseltine & Kessler, 1993). 자녀의 결혼 생활과 이혼 과정은 자녀의 이혼에 대한 부모의 인식 및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부모의 정신건강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자녀의 결혼 만족도, 부부 갈등 정도, 가정폭력 여부, 유책배우자 여부 등을 고려하여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는 손자녀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다. Drew와 Silverstein(2007)는 별거, 이혼, 가족 불화 등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손자녀와의 접촉 빈도가 감소하였거나, 손자녀와의 접촉 기회가 상실된 조부모가 높은 우울 증상을 보고한다고 하였다. 즉, 자녀의 이혼 이후 손자녀와의 접촉이 감소한 조부모는 우울 증상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본 연구에서 사용된 자녀 관계 만족도는 단일 문항으로 측정되어 자녀 관계의 다차원적인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진다. 자녀와의 상호작용 또는 자녀로부터 오는 지지의 내용이나 형태를 기준으로 자녀 관계는 구조적 측면과 기능적 측면으로 구분될 수 있다(노병일, 모선희, 2007; 장영은, 김신열, 2014). 구조적 측면은 자녀 수, 자녀와의 접촉 빈도 등 상호작용의 양적 측면을 의미하며, 기능적 측면은 자녀 관계 만족도, 자녀와의 친밀감 등 상호작용의 질적 측면을 뜻한다. 본 연구에서는 자녀 관계의 질적 측면을 반영하는 자녀 관계 만족도가 노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강력한 예측 요인이라는 점(장수지, 2010)을 고려하여 자녀 관계 만족도를 조절변수로 사용하였으나, 향후 연구에서는 자녀와의 관계를 보다 다면적으로 측정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의의를 가진다. 첫째, 본 연구는 생애과정 관점의 주요 개념인 ‘연결된 삶’을 지지함을 밝히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자녀의 이혼은 부모의 우울 증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나 개인의 삶이 가까운 타인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부모의 이혼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룬 이전 연구들과 더불어 자녀의 이혼이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봄으로써 이론 적용의 확장에 기여하였다.
둘째, 본 연구는 자녀의 이혼이 부모의 우울 증상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을 종단연구설계를 통해 살펴보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횡단적 자료를 사용하여 혼인 상태와 우울 증상 간 관계를 살펴본 기존 연구들은 시간적 순서에 따른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는다. 본 연구는 횡단 연구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패널데이터를 활용하여 자녀의 이혼 발생 전과 후를 구분하고, 자녀 이혼 이후 2년 이내의 우울 증상을 측정하고 분석에 사용하였다는 데 의의를 가진다.
셋째, 본 연구는 자녀의 이혼이 부모의 우울 증상에 미치는 영향에서 성별 차이를 발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본 연구에 따르면 자녀의 이혼은 어머니의 우울 증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또한 자녀 관계 만족도가 평균 이상인 경우 자녀의 이혼을 경험한 아버지가 높은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노인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 운영 시 성별과 같은 개개인의 특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제1저자의 석사학위논문의 일부를 수정 및 보완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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