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윤리규정

Journal of Families and Better Life - Vol. 40 , No. 4

[ Article ]
Journal of Families and Better Life - Vol. 40, No. 4, pp. 87-118
Abbreviation: JKHMAJFBL
ISSN: 2765-1932 (Print) 2765-2432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Dec 2022
Received 11 Sep 2022 Revised 28 Nov 2022 Accepted 16 Dec 2022
DOI: https://doi.org/10.7466/JFBL.2022.40.4.87

부모의 모니터링 관점에서 본 청소년 자녀 발달에 대한 어머니의 적응과정
양경선1 ; Grace H. Chung2, *

The Process of Mothers’ Adaptation to the Development of Adolescent Children from the Perspective of Monitoring Change
Kyungsun Yang1 ; Grace H. Chung2, *
1Dept. of Child Development & Family Studies, Seoul National University, Ph.D.
2Dept. of Child Development & Family Studies and the Research Institute of Human Ec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Professor
Correspondence to : *Grace H. Chung, Department of Child Development & Family Studies, Research Institute of Human Ec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1 Gwanak-ro, Gwanak-gu, Seoul, 151-742, Rep. of Korea. Tel: +82-2-880-1620, Email: gracechu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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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청소년 자녀의 발달적 변화에 대한 어머니의 적응과정을 어머니의 모니터링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보며 이론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 자녀가 고등학교 1학년 혹은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어머니 2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하였으며, 근거이론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자녀의 변화에 대한 어머니의 적응과정은 세 가지 주요 범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첫째, 청소년기에 진입한 자녀들은 사적영역과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연구참여자들의 기존 모니터링 방식과 충돌했고, 어머니-자녀 간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둘째, 연구참여자의 모니터링 변화는 이러한 자녀와의 갈등으로부터 시작됐다. 연구참여자들은 갈등을 피하기 위한 대응책으로서 모니터링을 변화시켰다. 셋째, 모니터링의 변화라는 대응의 결과는 연구참여자가 자녀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나타나고 있었다.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보기”, “엄마의 기준을 강요하기”, “좌절을 경험하고 강요 멈추기” 유형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가지 주요범주를 아우르는 핵심범주가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보는 것을 통해 갈등에서 관계의 변화로 나아가기”임을 발견하였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amine the process of mothers’ adaptation to the developmental changes of adolescent children by focusing on the changes in mothers’ monitoring, and to construct a theory.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20 mothers whose first child was in the first year or the second year of high school, and a grounded theory method was used for data analysis. As a result of the analysis, the process of mothers’ adaptation to their children’s changes was composed of three themes. First, the children who entered adolescence developed the need for increased privacy and autonomy. These changes conflicted with the existing monitoring method employed by the mothers, which led to conflicts between mothers and children. Second, the changes in the monitoring method of mothers stemmed from such conflicts with their children. Mothers changed the monitoring method as a countermeasure to avoid conflict. Third, the mothers’ efforts to change the monitoring method in response to conflicts were divided into three types according to the mothers’ perspectives on their children. The three types of efforts that emerged were “viewing children as an independent person”, “imposing the mother’s standard”, and “experience frustration and stop forcing children to study”. This study found that the core category encompassing the three central themes was “going from conflict to a relationship change through viewing children as independent individuals.”


Keywords: parental monitoring, parent-adolescent relationships, children as independent individuals, mothers’adaptation process to their children’s development, grounded theory
키워드: 부모의 모니터링, 청소년기 부모-자녀 관계,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자녀, 자녀 발달에 대한 어머니의 적응, 근거이론

I. 서론

본 연구의 목적은 어머니가 청소년 자녀의 발달적 변화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자녀를 살피기 위한 양육행동인 모니터링을 통해 살펴보고, 이를 이론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청소년 자녀의 자율성과 사생활에 대한 욕구 증가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모니터링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하게 되고, 부모는 자녀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기존의 선행연구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모니터링을 중심으로 한 어머니의 적응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부모의 모니터링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청소년기 부모의 건강한 변화를 돕기 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청소년기는 변화가 많은 시기이다. 청소년기에 진입한 자녀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자율성을 인정받고 싶어하며, 자신의 개인적인 영역을 부모에게 개방하지 않고 사생활로 지키고자 하는 성향이 강해진다(Lerner & Steinberg, 2009; Smetana et al., 2009). 이러한 자녀의 변화를 마주하게 된 부모는 자녀의 변화에 적응하며 자신의 양육행동에 변화를 이루어가게 되는데, 청소년기 자녀의 변화는 일차적으로 부모의 모니터링에 변화를 요구하게 된다. 부모의 모니터링은 부모가 자녀의 소재, 활동, 적응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를 추적하는 것과 관련된 양육행동(Dishion & McMahon, 1998)으로, 자녀를 살피는 것을 넘어 부모가 자녀의 일상을 규제하는 주된 수단이기 때문이다(Pettit et al., 2001). 모니터링은 부모가 자녀에게 얼마만큼의 자율성을 허용할 것인가와 직결되어 있는 양육행동인 것이다. 따라서 부모의 모니터링 변화는 자율성 증가를 비롯한 청소년기 자녀의 다양한 변화에 대해 부모가 적응해 가는 과정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일 것이다. 이전과 달리 부모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며, 부모의 통제를 받는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고 싶어하는 청소년 자녀(Lerner & Steinberg, 2009)의 변화를 마주한 부모는 기존의 모니터링 방식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들은 청소년기 자녀의 연령에 맞는 적절한 수준의 자유와 규제는 어느 정도인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게 된다(Lionetti et al., 2019). 부모가 자녀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녀의 변화에 대해 부모 역시 자녀의 자율성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꾀하며 적응해 가는 것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Smetana et al., 2009). 이것은 이 시기의 부모가 변화의 이정표로 삼아야 할 발달과업 중 한가지인, 자녀를 독립적인 성인으로 자라갈 수 있도록 도우며 자녀와 수평적 관계를 형성해 가는 것(Mattessich & Hill, 1987; McArthur, 1962)과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사회에서 청소년기 자녀가 있는 가족의 대부분은 자녀의 성공적인 대학입시라는 주요 목표를 가지고 있기에 자녀의 자율성 발달에 따른 양육행동 변화를 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사회에서 청소년기는 독립적인 성인으로 자라가는 이행기라고 여겨지기보다는 성공적인 대학입시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는 기간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의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청소년기에 진입하면 자율성을 지지하는 양육행동을 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자녀의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며 자녀가 오로지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일상을 관리하기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조경진, 김은정, 2009). 한국의 문화적 특성 상 자녀를 부모인 자신과 동일체로 여기며(이영미, 한재희, 2013), 자녀가 성공적인 입시를 통해 편안한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의 주된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더욱 애쓰고 있는 것이다.

시대적 변화도 청소년 자녀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어렵게 만드는 데 한몫 하고 있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매순간 거듭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자녀의 숙제 제출여부를 휴대전화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녀의 용돈 사용 내역은 휴대전화로 알림이 온다. 마음만 먹으면 구글을 활용해 자녀의 현재 위치도 언제든지 체크할 수 있는 시대이다. 청소년의 90%이상은 개인소유의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어(신지형, 김윤화, 2018), 부모는 언제든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자녀의 일상을 체크할 수 있는 시대에 부모가 스스로 청소년 자녀의 사적영역과 자율성을 인정하고 지지하기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가족발달이론과 기존 선행연구들은 자녀의 발달적 변화에 따라 부모의 모니터링이 자녀의 자율성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Hawk et al., 2016; Keijsers et al., 2016), 부모들은 현실적으로 그것이 실천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청소년기 자녀에 대한 모니터링을 다룬 선행연구들(나유미, 임연진, 2003; 정윤주, 2014; Laird et al., 2003; Moilanen et al., 2009; Son & Choi, 2013; Tilton-Weaver & Galambos, 2003)은 부모의 모니터링 정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그 방향성을 밝히고 있긴 하다. 그러나 모니터링을 통해 얻게 된 자녀에 대한 지식이나 자녀에 대해 알기 위해 노력하는 정도를 리커트 척도로 측정하여 점수가 높아지고 낮아지는 것을 중심으로 한 양적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어, 적응과정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알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청소년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자녀의 변화에 발맞춰 자신의 모니터링을 어떻게 변화시켜 가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먼저는 청소년기 자녀의 변화에 대한 부모의 적응과정, 그리고 부모의 모니터링에 관한 지식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질적연구를 통해 부모들의 실제적인 적응전략을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기에 진입한 자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변화에 대응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녀를 한 사람의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하며 자율성을 인정해가는 발달과업을 성취하는 것은 새로운 상황에 대한 적응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부모들에게 스트레스 상황일 수 있다. 따라서 모니터링의 변화과정을 살펴봄으로써 부모들이 자녀의 변화에 적절히 반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개입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제시한 연구목적에 근거하여 설정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 [연구문제] 자녀를 모니터링 하는 어머니들이 청소년의 발달적 변화에 적응해가는 과정은 어떠한가?

Ⅱ. 선행연구 고찰
1. 청소년기 가족의 변화
1) 이론적 관점: 가족발달이론

가족발달이론(Mattessich & Hill, 1987)은 개인이 아닌 가족을 중심으로 가족을 설명한 이론으로, 가족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일련의 단계를 거치며 변화하고 발달한다고 본다. “가족발달”이란 가족구성원의 연령과 가족의 발달단계와 관련된 변화의 과정을 일컫는 말이며, 가족발달이론은 결혼으로 이루어지는 가족의 형성부터 출산으로 인한 가족확대, 자녀의 출가와 부부의 사망에 이르는 가족의 축소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가족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Allen & Henderson, 2016).

가족생활주기는 가족발달이론의 주요개념으로, 결혼에 의해 가족이 형성되고 첫 자녀를 출산함으로 가족이 확대되며 마지막 자녀가 분가하고 배우자가 사망하면서 가족이 축소 및 해체 되는 일련의 변화과정을 가족의 발달단계로 설명한다(Allen & Henderson, 2016). 가족생활주기의 발달단계를 구분하는 방법은 학자들마다 다르지만, 첫 자녀의 연령을 기준으로 Duvall(1957)이 제시한 8단계가 전통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1) 각 단계는 해당 단계에 맞는 새로운 이슈를 가지며, 이전단계 혹은 다음단계와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독특성을 가지고 있다(Klein & White, 1996). 각각의 발달단계에는 해당 단계에서 가족구성원들이 성취할 것으로 기대되는 주요한 과업들이 있는데, 이를 발달과업(developmental tasks)이라 한다(Allen & Henderson, 2016). 전 단계에서의 발달과업이 잘 성취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며, 발달과업 성취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White et al., 2015). 이러한 발달과업은 각 단계에서 가족 구성원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해 주지만, 실제 일상에서 발달과업이 성취되는 시기는 매우 가변적이기에 해당 단계의 이정표(guidepost)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Allen & Henderson, 2016).

청소년기 가족에서 자녀에게 기대되는 중요한 과제는 자녀의 독립심 형성과 가족과의 연결감 간에 균형을 잡는 것으로, 청소년 자녀의 자율성 획득 문제가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게 된다(Allen & Henderson, 2016). 아동은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복잡한 추론과 추상적 사고가 가능해짐에 따라 권위를 중심으로 한 관계보다는 평등한 관계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동등한 상호작용을 더욱 갈망하게 된다(Lerner & Steinberg, 2009).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생활을 보장받고 싶어 하며, 사회적 관계가 확장되어 관계의 중심이 가족에서 또래로 이동하게 된다(Steinberg, 1999). 삶의 다방면에서 부모로부터 자율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욕구가 이전에 비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청소년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기 자녀들은 부모에게 의존하고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가 여전히 남아있다(Steinberg, 2001). 부모와의 연결감을 기초로 자율성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청소년 자녀의 발달적 변화를 바탕으로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에게 기대되는 주요한 발달과업 중 한 가지는 부모의 품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자녀를 받아들이고,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해 가는 것이다(한경혜 외, 2006; Allen & Henderson, 2016; Gavazzi, 2013). 이것은 자녀가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성장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부모가 자녀에게 얼마만큼의 자유를 허락하고 얼마나 규제할 것인가 등의 구체적인 양육행동 변화로 표현될 수 있다(McArthur, 1962).

2) 청소년기 부모-자녀 관계 변화와 부모의 자율성지지 양육행동

자율성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며 행동하는 특성을 의미하며, 행동에 대한 책임까지 포함한 개념이다(Deci & Ryan, 1987; Deci & Ryan, 2000). 자율성에 대한 욕구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자 하는 욕구를 의미하며, 자율성에 대한 욕구 증가는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주요한 발달적 특성이다(Zimmer-Gembeck & Collins, 2003). 청소년기 자율성 발달은 청소년의 정서발달, 자기유능감, 학업성취, 또래관계, 학교적응, 삶의 만족도 등 다양한 영역과 긍정적인 관련성이 발견되어(윤초희, 최옥주, 2020; 홍국진, 이은주, 2017; 홍윤경, 2021; Bynum & Kotchick, 2006; McElhaney et al., 2009), 이 시기 아이들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자율성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대다수의 부모는 여전히 자녀를 자신의 품안에 두고자 하기 때문에 부모-자녀 간 상호작용에서 갈등이 야기된다. 청소년 자녀들은 방청소, 친구관계, 활동통제, 학업, 취침 및 귀가시간 등의 일상 전반의 영역에서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증가한다(박영신, 2016; 신효식, 이경주, 2001; Smetana, 1989). 청소년들은 이 같은 사안을 사생활로 여겨 부모의 통제에 거부감을 보이지만 (Smetana et al., 2009) 부모들은 해당 사안을 도덕적이고 관습적인 문제로 보고 부모의 통제가 필요한 영역이라 판단하여 청소년 자녀의 삶에 개입하고자 하게 되고, 이것은 빈번한 부모-자녀 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었다(Hawk et al., 2009). 이러한 부모-자녀 간 갈등은 청소년 자녀의 변화로 인해 부모양육행동 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갈등적 상호작용을 통해 부모와 자녀가 자율성과 사생활의 경계를 다시 재정립해 갈 수 있다(Van der Giessen et al., 2014). 선행연구(이영미, 한재희, 2013; Lerner & Steinberg, 2009; Van der Giessen et al., 2014)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의 발달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존과 같이 청소년 자녀의 삶에 대해 통제하려고 한다면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지속될 수 있지만, 부모가 자녀의 변화에 발맞춰 자녀의 자율성을 지지해주는 방향으로 양육의 방향을 변화시키면 갈등이 해결되고 수평적 관계로의 변화를 이루어가고 있었다. 갈등해결의 과정에서 부모는 자녀에 대한 자신의 욕구를 내려놓게 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었는데(강버들, 2020; 김소연, 2017; 이영미, 한재희, 2013; 최정아 외, 2021), 여기서 ‘내려놓음’이란, 자녀를 자신의 뜻대로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를 포기하고 자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마음이 구체적인 양육행동으로 표현된 것이 자녀의 자율성을 지지하는 양육행동일 것이다.

Joussemet 외(2008)Ginott(1969)의 공감적인 한계설정(Empathic limit-setting)을 기반으로 자율성지지 양육행동의 4가지 구성요소를 제시하였다. (1) 자녀에게 행동을 요구할 때 요구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 (2) 자녀의 감정과 관점을 수용하는 것, (3) 선택지를 제공하고 자녀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격려하는 것, (4) 통제적 양육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Grolnick과 Ryan(1989) 또한 자율성지지 양육행동의 구성요소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 바 있다. (1) 자녀가 자신에게 복종하는 것보다 자녀의 자율성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것, (2) 자녀에게 특정 행동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처벌이나 보상을 사용한 통제적인 기술을 사용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하거나 동의할 수 있는 한계를 설정하는 등의 자율성을 지지하는 양육기술을 사용하는 것, (3) 자녀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거나 자녀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거의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를 허락하는 것이다. 학자들이 제시한 자율성지지 양육행동의 구성요소는 모두 부모가 자신의 의견만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감정과 의견을 수용하며, 부모의 의견을 제시할 때는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등 자율성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며 결론적으로 자녀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자율성을 지지하는 양육행동은 자녀가 단순히 하고 싶은대로 하도록 방임하거나 지나치게 허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Joussemet et al., 2008), 적절한 한계를 제시하고 그 안에서 자녀가 자신의 생각대로 선택하여 행동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며 돕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학자들은 자율성지지 양육행동을 보다 세분화하여 두 가지로 개념화하기도 했다. 독립성을 장려하는 것(PI; promotion of independence)과 자발적 기능을 장려하는 것(PVF; promotion of volitional functioning)이 그것이다(Benito-Gomez et al., 2020; Soenens et al., 2007). 독립성을 장려하는 것(PI)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녀가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부모에게 의존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부모로부터 인지, 정서, 행동적으로 분리되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자발적 기능을 장려하는 것(PVF)은 자녀가 자율성을 원하며 스스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자율성을 지지해주는 것으로, 자녀가 원한다면 언제든 부모의 조언을 구하고 부모를 의지할 수 있다. 선행연구들은 자발적 기능을 장려하는 것(PVF)은 청소년의 웰빙과 낮은 문제 행동 수준과 관련이 있는 반면 독립성을 장려하는 것(PI)은 높은 문제 행동 수준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Chen et al., 2013; Van Petegem, et al., 2013). 이를 통해 자녀가 무작정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동기에 의해 자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과 자녀가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안전기지로서의 부모가 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 청소년 자녀에 대한 부모의 모니터링
1) 부모의 모니터링 개념

모니터링을 다룬 연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모니터링의 개념정의는 Dishion과 McMohan(1998)의 것으로, Dishion과 McMahon(1998)은 모니터링을 부모가 자녀의 소재, 활동, 적응, 친구관계 등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를 추적하는 것과 관련된 일련의 양육행동이라고 정의하였으며, 자녀의 삶을 구조화하는 것과 자녀의 삶을 추적하는 것 등 두 가지 구체적인 행동 양식을 포함한다고 보았다. Jaccard 외(2010)는 부모의 모니터링을 세 가지 과정을 담은 구성체로 정의하였는데, 부모의 기대에 관한 대화, 모니터링, 훈육이 그것이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자녀의 행동에 대해 기대하는 바를 이야기 하고, 자녀가 부모의 기대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지 주의 깊게 살피고, 부모의 기대에서 벗어난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에 대해 훈육하게 된다. 모니터링은 자녀가 부모가 기대하는 경계, 즉 부모가 생각하는 안전지대에 속해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인 것이다. 국내에서는 배희분(2015, pp.355-356)이 부모의 모니터링을 병원에서 환자의 상태를 보여주는 모니터에 비유하며,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거기서 감지된 크고 작은 변화에 대해 본인이 적절히 반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행위”라고 정의하였다. 이러한 정의들은 모니터링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자녀의 삶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자녀의 삶을 돕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그리고 자녀의 반응과 그에 대한 부모의 반응이라는 상호작용을 포함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정의를 종합하여, 부모가 자녀의 삶에 적절히 반응하기 위해 자녀의 일상을 주의 깊게 살피고자 노력하는 모든 행동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모의 모니터링은 자녀의 일상을 살피는 다양한 양육행동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부모의 모니터링에 관심을 가진 선행연구들은 주로 부모가 모니터링을 통해 자녀에 대해 얼마나 알게 되었는지를 뜻하는 모니터링 지식을 측정하여 부모의 모니터링을 단편적으로 측정해 왔다. 특히 국내에서 모니터링이라는 개념을 다룬 대다수의 연구들은 허묘연(2004)이 개발한 부모양육행동 척도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서봉언, 김경식, 2015; 조소연, 2014; 조혜정, 윤명숙, 2010; 최연실, 배희분, 2017; 정병삼, 2010). 척도의 문항은 “내가 방과 후에 어디에 가는지 알고 계신다”,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알고 계신다”, “내가 밤에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는지 알고 계신다”, “내가 외출할 경우 언제 들어올지 알고 계신다” 등 모니터링 결과로 얻게 된 부모의 모니터링 지식(parental knowledge)을 측정하는 4가지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모가 자녀를 추적하는(tracking) 모니터링 행동의 결과로 얻게 된 모니터링 지식을 모니터링으로 한정하여 사용해 온 것이다. 이에 대해 Kerr와 Stattin(2000)은 지금까지 부모의 모니터링이라고 사용되어 온 개념을 부모의 모니터링 지식(parental knowledge)이라고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였다. Cottrell 외(2007)는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부모 모니터링 척도(PMI; Parental Monitoring Instrument)를 개발하였으며, 한국에서도 김용석(2012)Cottrell 외(2007)가 척도를 한국어로 번안하여 타당화 하였다. PMI는 부모가 직접적으로 자녀에게 묻는 직접 모니터링(direct monitoring), 자녀의 친구와 선생님, 이웃을 통해 자녀에 대해 알게 되는 간접 모니터링(indirect monitoring), 그리고 자녀의 물건을 확인하거나 통화를 엿듣는 등 자녀의 사적인 영역을 살피는 제한적 모니터링(restrictive monitoring으로 구분하여 부모의 모니터링을 측정한다. 또한, 건강, 학교, 컴퓨터, 전화 등 다양한 각 영역에 대해 어떻게 모니터링 하고 있는지를 포함하고 있는 척도이다. 기존의 척도와는 다르게 모니터링 지식에 한정하여 모니터링을 측정하지 않고, 부모의 모니터링 방식과 영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척도라 할 수 있다.

국외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하여 직접 모니터링, 간접 모니터링, 제한적 모니터링 등 다양한 방식의 모니터링을 측정하는 방향으로 모니터링 연구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Hawk et al., 2016; Laird et al., 2018; Rote & Smetana, 2018).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청소년 부모의 모니터링 지식을 중심으로 한 연구 외에 다른 방식으로 모니터링을 다룬 연구를 찾기가 어렵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주로 양적인 방법을 중심으로 연구하다보니 널리 사용되어온 부모 모니터링 지식 척도를 중심으로 연구가 되어 왔기 때문일 수 있다. 따라서 부모의 모니터링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모니터링 지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연구결과를 넘어 부모 모니터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시켜줄 것이라 기대한다.

2) 부모의 모니터링 변화

부모의 모니터링 변화를 다룬 연구가 많지는 않지만, 모두 청소년기 자녀에 대한 부모의 모니터링이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혀왔다. 먼저, 모니터링 결과로 알게 된 자녀에 대한 부모의 모니터링 지식 정도는 청소년기 진입 시기를 기점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Moilanen et al., 2009; Son & Choi, 2013). 모니터링 지식의 변화를 선형적 모형으로 분석했을 때는 청소년기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연령 증가에 따라 모니터링 지식도 함께 계속해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정윤주, 2014; Moilanen et al., 2009). 그러나 모니터링 지식의 변화를 선형모형이 아닌 이차함수를 활용한 곡선모형(quadratic model)으로 살펴보면, 초기청소년기에 진입하기까지는 모니터링 지식이 증가하다가 초기 청소년기에 진입하면서 모니터링 지식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Moilanen et al., 2009; Son & Choi, 2013). 모니터링 지식의 변화가 나타나는 연령은 두 연구(Moilanen et al., 2009; Son & Choi, 2013) 모두 초등학교 6학년에 해당하는 만 12세로 나타났다.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청소년의 자율성이 증가함에 따라 부모 모니터링이 감소하고 그 결과, 모니터링 지식 또한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모두 양적인 방법으로 연구하여 자녀가 청소년기 진입하기 이전과 이후 모니터링 지식의 평균값을 비교한 결과로, 전반적으로 모니터링 지식이 줄어든다는 경향성을 파악할 수는 있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서 모니터링 지식이 감소했는지 등의 역동성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둘째, 선행연구들은 자녀가 청소년기에 진입함에 따라 부모가 자녀의 일상을 알게 되는 방법 또한 변화한다고 밝혀 왔다. 학자들은 청소년 자녀에 대한 부모의 모니터링 지식을 높이는 요인으로 부모가 자녀에게 직접 물어보는 방법(solicitation), 통제(control), 그리고 자녀의 자기개방(disclosure) 등 3가지를 제시하였으며 이 중에서 자녀의 자발적인 자기개방이 자녀에 대한 모니터링 지식을 가장 많이 예측한다고 밝혔다(Kerr & Stattin, 2000; Kerr et al., 2010). 자녀가 자발적으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자 했을 때, 부모는 자녀에 대해 가장 많이 알게 되는 것이다. 부모의 모니터링 과정에서 자녀의 주체적인 역할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자녀의 자기개방을 자녀의 ‘정보관리(imformation management)’라고 표현하기도 했다(Laird & Marrero, 2010).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자녀가 청소년기에 진입하면서 자녀의 자기개방 정도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나유미, 임연진, 2003; 손승영, 2009; Keijsers et al., 2016; Tilton-Weaver & Galambos, 2003). 그렇다면, 부모들은 자녀를 살피기 위해 자녀의 자기개방 수준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거나 자녀의 자기개방 외에 자녀를 알 수 있는 다른 방도를 강구하고 있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청소년 자녀의 자기개방 수준을 늘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자녀의 자기개방 외에 어떤 방법으로 자녀에 대해 알게 되는지 등은 비교적 최근에 연구가 시작된 영역으로, 알려진 바가 많지는 않다. 먼저, 자기개방 수준을 늘리기 위한 방도로는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는 것(Hawk et al., 2013)과 자녀에게 애정적 태도를 가지는 것(Keijsers et al., 2016; Tiltion-Weavor, 2014) 등이 밝혀졌다. 자율성을 인정받는 것과 함께 부모로부터 얻는 지지가 자녀의 높은 자기개방을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자녀의 자기개방 외에 자녀를 알 수 있는 방도로는 자녀의 친구나 친구의 부모 등 제3자를 통해 알게 되는 것(Bourdeau et al., 2011), 가족공유활동을 통해 자녀를 살피는 것(Jiménez-Iglesias et al., 2013), 그리고 자녀의 물건을 몰래 살피는 것(Hawk et al., 2016) 등이 밝혀졌다.

셋째, 부모의 모니터링 내용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부모들에게 청소년 자녀의 삶에 대해 얼마나 알고 싶은지 연구한 결과, 응답부모의 64%가 자녀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 것이 없다고 응답했다(Smetana & Rote, 2015). 그러나 청소년들은 자신의 사생활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것을 개방하기보다는 영역에 따라 개방 수준을 달리하고 있었다(Smetana et al., 2009). 건강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더 많이 개방하였고, 친구 이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개방 수준이 낮았다. 자기개방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안전과 관련이 없는 사생활일 뿐 아니라 개방했을 때 부모의 부정적 반응이 염려되기 때문이라고 응답하였다(Marshall et al., 2005). 누구와 언제 무엇을 한다는 자신의 신변과 관련된 기본적인 사항을 중심으로 부모와 소통하는 방식을 취하는 모습도 보였다(Bakken & Brown, 2010). 부모는 자녀의 삶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하지만 청소년은 자신의 개인적인 영역을 보호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부모 스스로 자녀의 사생활에 대한 욕구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과 자녀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분투하게 된다(Williams, 2003). 부모들은 적절한 경계를 찾고자 하며, 자녀의 삶에서 어디까지 알고자 할 것인지를 정해가게 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모니터링 변화와 관련된 연구들은 주로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부모 모니터링의 변화는 서구사회와 그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서구사회에서는 개인의 발달에서 청소년기를 거치며 부모로부터 독립해 나가는 것이 주요한 발달과업으로 여겨진다(Zimmer-Gembeck & Collins, 2003). 이에 따라 가족 내에서도 청소년기에는 개별성(individuality)과 자율성(autonomy)이 강조되며, 자율성(autonomy)과 연결성(relatedness)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부모-자녀 관계를 성숙한 관계의 지표로 여긴다(Peterson & Bush, 2013). 따라서 청소년기 자녀들은 부모와의 친밀함을 안전한 기지로 삼아 자율성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며, 부모는 이것을 지지하고 장려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한국사회에서는 관계지향주의 문화를 바탕으로,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고 조화를 이루어나가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최인재, 2006). 청소년기 부모와 자녀 간에도 얼마나 개별화 되는가보다는 심정적 교류가 얼마나 강하고 빈번하게 일어나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특성이 있다(현정환, 2007). Yu(2011)는 한국 청소년들의 자율성과 친밀감 발달에 관해 연구하기 위해 한국 청소년패널을 사용하여 5년간의 종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청소년들은 부모와의 친밀감이 높으면 자율성 증가가 더디고, 자율성이 높게 나타나면 부모와의 친밀감 증가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서구사회와 달리 관계지향주의 문화를 가졌으며 부모에 대한 자녀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부모와의 친밀감과 자녀의 자율성이 동시에 발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특히 자녀의 공부와 관련된 영역에서는 서구에서 나타나는 변화 양상과 뚜렷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청소년기가 되면 부모와 자녀 간 관계가 수평적 관계로 변화하기보다는 오히려 대학입시를 위해 부모가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며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는 것이 더욱 일반적인 현실이다(조경진, 김은정, 2009). 청소년들의 입시문화를 연구하고자 했던 조경진과 김은정(2009)은 부모가 형성한 구조 하에 청소년들의 또래관계가 관리되고 있음을 발견하기도 했다. 부모들은 좋은 성적을 위해 자녀의 친구관계에 간섭하고 있었다. 이영미와 한재희(2013)는 ‘부모자녀 동일체 의식’, 즉 자녀의 학업성취는 자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를 대표하는 일로 보는 한국사회의 특성 상, 청소년 자녀의 독립의 욕구가 커지는 발달시기와 자녀에 대한 부모의 과잉기대가 맞물려 더 큰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한국적 맥락을 고려할 때, 한국사회에서 부모 모니터링이 서구와 같이 부모가 자녀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방향의 변화로 동일하게 이루어질 것이라 단정 짓기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논의들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녀의 변화에 발맞추어 자신의 모니터링을 변화시켜 가는지, 변화가 있다면 어떤 과정을 통해 변화를 이루어갔는지, 변화하지 않았다면 무엇이 변화를 어렵게 하는지 등을 질적연구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Ⅲ. 연구방법
1. 근거이론 방법

본 연구는 모니터링이라는 양육행동을 통해 청소년 자녀의 변화에 대한 어머니의 적응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근거이론 방법을 사용하였다. 근거이론(grounded theory) 연구 참여자들로부터 나온 자료에 ‘근거(Grounded)’하여 이론을 만들어내는 귀납적 연구방식으로(김병섭, 2010), 실체적 영역에서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추상적인 개념을 만들어 낸다(박현선 외, 2013). 이를 통해 현상을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특히 하나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적절한 이론이 없을 때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다(조흥식 외, 2015).

근거이론은 Glaser와 Strauss(1967)가 공동으로 제시한 방법론이지만, 1990년대 이후 Glaser와 Strauss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이론을 발전시켜 나가, 근거이론은 크게 Glaser 학파의 것과 Strauss 학파의 것으로 나눌 수 있다(신경림, 김미영, 2003). 먼저, Strauss는 제자인 Corbin과 함께 「Basics of Qualitative Research」(1990)를 출판하여 근거이론을 체계화하였다. Strauss와 Corbin(1990)은 연구자의 관심과 연구참여자의 관심사를 다양하게 반영한 주제를 연구의 주제로 선정할 수 있다고 제시하며, 자료수집이나 분석과정에서 보다 구조화된 방식을 제시한다(이동성, 김영천, 2012; 최귀순, 2005). Strauss와 Corbin(1990; 1998)이 제시한 코딩 패러다임은 분석과정에서 중심현상을 중심으로 자료에서 발견한 내용을 하나의 도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분석도구로, 구조화된 틀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Glaser(1998)Strauss와 Corbin(1990)의 근거이론이 자신의 방법론과 다르다고 밝히며 비판했다. Glaser(1998)는 연구참여자의 관심사를 반영한 연구주제를 선택해야 하며, 자료수집이나 분석과정에서 연구자의 편견이 개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위적인 틀에 맞추기보다는 철저히 자료에 근거하여 핵심범주를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이동성, 김영천, 2012; 최귀순, 2005). 연구자의 개입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두 학파의 입장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연구자의 관심과 문헌고찰을 통해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연구자가 질적연구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료수집이나 분석 단계에서 보다 구조화된 방식이 유용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Strauss와 Corbin(1990;1998)의 근거이론방법을 적용하여 연구하였다. 그러나 인위적인 방식으로 이론화하는 것을 방지하고 자료에 ‘근거’한 이론을 개발하기 위해 Strauss와 Corbin(1990; 1998)이 제시한 분석 틀이자 도식 모형인 코딩 패러다임은 활용하지 않았으며, 일반적인 개방코딩, 축코딩, 선택코딩의 절차를 따라 분석하며 핵심범주를 발견하였다.

2. 자료의 수집
1) 연구참여자 선정 및 모집

본 연구는 부모의 모니터링 변화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첫 자녀가 고등학교 1학년 혹은 2학년에 재학 중인 어머니 20명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한국사회에서는 자녀양육의 주된 책임이 어머니에게 있어왔기에(김의철 외, 2005; 박혜경, 2009), 어머니를 연구참여자로 선정했을 때 변화의 역동이 잘 드러날 것이라 판단했다. 또한, 국내외 선행연구(Moilanen et al., 2009; Son & Choi, 2013)에 따르면 부모의 모니터링 지식은 초등학교 6학년을 기점으로 감소하는 변화의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따라서 고등학교 1-2학년은 변화의 시기라고 밝혀진 초등학교 6학년으로부터 시간이 꽤 흐른 시점이기 때문에 모니터링 변화와 관련된 어머니의 적응 이야기를 회고적인 방식으로 살펴보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연구참여자 모집을 위해서는 연구자가 속한 대학교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모집 문건을 사용하였으며, 자녀 성별이 고루 분포될 수 있도록 의도적 표집 방법(purposive sampling)을 사용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이 연구자에게 연락을 취하여 연구참여에 대한 의사를 밝히면, 다시 한 번 연구의 목적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후 연구를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자료를 수집하였다. 연구참여자 모집은 세 시기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총 20명의 연구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각 참여자마다 두 번의 면접을 진행하였다. 1차시기의 자료수집은 2019년 8월 한 달간 이루어졌으며, 총 5명의 참여자를 면접하였다. 참여자들의 면접 내용을 분석한 결과, 5명 중 4명의 부모가 부모교육 참여 경험이 있었고 모니터링 변화 과정에 부모교육 참여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에 따라 2019년 10월에서 11월까지 두 달간 이루어진 2차시기의 자료수집에서는 부모교육을 받지 않은 연구참여자들을 더 많이 모집하는 이론적 표집(theoretical sampling)을 실시하였다. 2차시기 자료수집에서는 총 5명의 참여자가 면접을 진행하였고, 이 중 3명이 부모교육이나 상담을 따로 받아본 적이 없거나 한 두 번의 일회성 학교교육에만 참여한 적이 있는 참여자들이었다. 2차시기까지 수집된 총 10명의 면접 내용을 분석한 결과, 주변 이웃에 누가 사는가에 따라 부모의 모니터링 변화 정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학습과 관련해서는 자녀의 또래친구들 부모나 이웃주민들의 학구열 정도에 따라 큰 영향을 받고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분석결과를 확인하고 정교화 할 수 있도록 거주 지역을 하나의 표집 축으로 선정하고, 3차시기 자료 수집 때는 학구열이 높다고 알려져 온 지역의 사례를 추가로 수집하기 위해 노력했다. 3차 시기에는 10명의 참여자를 면접하였는데, 자료수집 기간인 2020년 6월과 7월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대면면접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연구자와 연구참여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7명은 화상 면접으로, 3명은 전화 면접으로 면접의 형태를 변경하여 진행하였다. 비대면 면접을 진행할 때는 연구설명서와 연구참여 동의서를 연구참여 전에 메일 혹은 우편으로 발송하여 미리 읽어볼 수 있도록 하였으며 동의서에 서명한 후 사진 찍어 연구자에게 전송할 수 있도록 하였다.

비대면 면접은 대면 면접에 비해 시각적 단서가 부족하여 연구참여자가 표현하는 비언어적 단서를 놓칠 수 있고, 라포형성에 어려움을 겪거나 면접 도중 연결이 끊기는 등의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는 등의 제한이 있을 수 있다(Deakin & Wakefield, 2014; Irvine et al., 2013; Sedgwick et al., 2009). 전화 면접의 경우에는 대면 면접에 비해 면접 시간이 짧은 경향이 있다고 밝혀지기도 했다(Irvine et al., 2013). 그러나 연구자들은 면접 전에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메시지를 주고 받는 등의 과정은 라포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고(Deakin & Wakefield, 2014), 연구참여자의 한숨, 억양, 주저함 등 비언어적 단서를 대신할 수 있는 신호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비대면 면접 또한 대면 면접만큼 신뢰할 수 있는 심층적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Novick, 2008). 따라서 비대면으로 면접이 이루어지는 3차시기 면접을 진행할 때는 면접 전에 연구참여 설명문과 동의서 등을 메일로 전송하는 과정을 통해 한 번 더 라포형성의 기회를 가졌으며, 면접 중에 연결이 끊기거나 소음으로 면접이 중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미리 확인하고 준비하였다. 연구자의 노트북과 마이크, 휴대전화 충전 및 인터넷 연결 상태를 미리 확인할 뿐 아니라 연구참여자에게 화상면접 도구인 Zoom프로그램 사용법을 미리 공지하여 수월하게 면접을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대면 면접과 가장 유사한 상황에서 면접을 진행하기 위해 가능한 한 전화면접보다는 화상면접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상황으로 불가피하게 전화면접을 진행할 때는 미묘한 목소리 차이도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애썼으며, 연구참여자가 연구자의 비언어적 신호인 끄덕임 등을 볼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하여 언어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실제로 면접을 진행할 때는 면접의 형태에 따른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면접 시간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나타났는데, 대면 면접은 평균 161.4분, 비대면 면접은 화상 면접이 150.6분, 전화 면접이 138.7분으로 대면 면접의 면접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다. 그러나 대면 면접에서 가장 길게 면접한 한명의 연구참여자의 면접시간(302분)을 제외하면 대면 면접 시간의 평균은 145.8분으로 오히려 화상 면접 시간이 더 길어, 대면 면접이라고 해서 면접 시간이 더 긴 것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녹취록을 작성하고 분석을 진행할 때에는 대면 면접과 비대면 면접의 차이를 보다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대면하여 만난 연구참여자들의 이야기는 면접 당시의 분위기와 연구참여자의 표정도 함께 떠오르며 그 내용이 보다 생생하게 기억나는 반면 비대면으로 만난 연구참여자들의 경우에는 면접 내용을 읽으며 연구참여자의 분위기를 떠올리는 것이 매우 까다로웠다. 특히 전화면접의 경우 더욱 그러했다. 따라서 비대면 연구참여자의 녹취록을 읽을 때는 더욱 꼼꼼하게 읽기 위해 애쓰면서 면접 방식으로 인한 차이를 줄이고자 했다.

연구참여자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아래 <표 1>과 같다.

표 1.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이름(가명) 연령(만) 근로형태** 가구원수 자녀수 자녀학년(첫째/둘째/셋째) 자녀성별(첫째/둘째/셋째) 거주지역 소득수준 면접방식
1 이윤성 46 전일제 4 2 고2/중1 남/여 서울시 금천구 대면
2 안현주 50 프리랜서 3 1 고1 서울시 강서구 최상 대면
3 임선경 44 전일제 5 2 고1/중2 여/여 서울시 강서구 중하 대면
4 홍인선 43 프리랜서 4 2 고1/중2 여/남 서울시 동작구 대면
5 정미연 44 시간제 4 2 고1/중3 남/여 서울시 강서구 중하 대면
6 서원희 54 시간제 4 2 고1/중2 여/남 서울시 강서구 중하 대면
7 박수현 44 전업주부 4 2 고2/초6 여/남 서울시 강서구 대면
8 신미금 46 시간제 3 1 고1 서울시 관악구 대면
9 차성임 46 전업주부 4 2 고2/중3 남/여 경기도 수원시 대면
10 오미영 47 전업주부 4 2 고1/중2 남/여 서울시 성동구 대면
11 강효주 41 프리랜서 4 2 고2/초5 남/남 서울시 서초구 최상 비대면(화상)
12 안선희 46 전일제 3 1 고2 서울시 종로구 비대면(화상)
13 박유리 44 전일제 5 3 고1/중2/초6 여/여/남 경기도 수원시 비대면(화상)
14 황수지 46 프리랜서 4 2 고2/초6 여/여 경기도 분당시 비대면(화상)
15 강주수 45 시간제 4 2 고2/중1 남/남 경기도 수원시 비대면(화상)
16 배민정 47 전업주부 3 1 고2 서울시 광진구 비대면(전화)
17 곽유정 47 시간제 3 1 고1 경기도 분당시 비대면(화상)
18 남윤혜 46 유연근무전일제 4 2 고2/중2 여/여 경기도 안양시 최상 비대면(화상)
19 김민수 47 전업주부 4 2 고2/중3 남/남 인천시 비대면(전화)
20 조윤지 44 전업주부 5 3 고2/중3/중3 남/여/여 서울시 서초구 최상 비대면(전화)
* 모든 정보는 두번째 면접일을 기준으로 한 정보임
** 연구참여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근로형태만 제시하였으며, 구체적인 직업은 필요한 경우 본문에 제시하였음

2) 심층면접

연구참여자들의 경험을 깊이 있게 탐색하기 위해 반구조화된 심층면접(In-depth interview) 방법으로 총 20명의 연구참여자들을 각 2회씩 면접하였다. 기본적으로는 부모의 모니터링 관련 문헌을 고찰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면접용 질문지를 사용하되 면접의 흐름과 연구참여자의 응답 내용에 따라 부가적인 질문을 던지는 등 융통성을 갖고 면접을 진행하였다. 본 연구를 수행한 주 저자는 2013년부터 부모와 청소년 자녀 간 관계를 다루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고, 청소년 멘토로 활동하고 학교폭력 전화상담가로 자원봉사를 하는 등 청소년과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를 만나는 활동을 이어왔다. 이러한 연구자의 배경은 청소년 자녀를 둔 어머니와 공감대를 형성하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데 도움을 주었다.

각 참여자의 첫 번째 면접에서는 연구 참여자의 삶의 맥락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일상적인 부모-자녀 관계에 대한 질문을 위주로 면접을 구성하였다. 두 번째 면접에서는 자녀 모니터링 변화와 관련된 질문을 위주로 면접을 진행하였다. 전체 연구 참여자 한 명당 평균 총 면접시간은 약 154분이었다. 면접 전에 다시 한 번 연구의 목적을 설명하고, 면접 내용 녹음에 대한 동의를 받은 후 두 대의 녹음기로 면접 내용을 녹음하였다. 녹음기에 담기지 않는 연구 참여자의 표정, 행동, 그리고 녹음기가 꺼진 후 연구자와 나눈 대화 등은 내용을 기억해 두었다가 면접 직후 기록하였다. 면접이 끝난 후에는 인구사회학적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연구 참여자에게는 연구 참여에 대한 댓가로 소정의 사례비를 지급하였다.

3. 자료의 분석

녹음된 면접 내용은 치밀하게 전사하였으며, 모든 기록은 익명 처리하여 전산화하여 보관하였다. 수집되어 정리된 자료는 Corbin과 Strauss(2015)가 제시한 개방코딩, 축코딩, 선택코딩의 분석 단계를 참고하여 분석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밟아 분석하였다. 첫째,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고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후, 자료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개념화하는 개방코딩을 실시하였다. 개방코딩을 위해서는 질적 자료 분석을 위해 개발된 MAXQDA 2018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였으며, 녹취록을 줄 단위로 개방코딩하여 발견한 코드는 총 2,150개였다. 둘째, 연구참여자별로 코드들을 지속적으로 비교하며 재배열하여 개념 간의 관계를 확인하고 상위 개념으로 범주화 하였다. 셋째, 각 연구참여자별 범주화를 마친 후에는 연구참여자 간 비교를 통해 자료를 반복적으로 해체하고 재범주화하며 부모의 모니터링 변화와 관련된 주제들을 발견하였다. 이 과정에서는 도표를 활용하여 발견된 주제들을 명료화하고 확장시켜가며 주제와 관련이 없는 개념은 삭제하기도 하였다. 최종적으로 연구참여자들의 이야기에서 발견된 2,150개의 개념을 통합하여 범주화하며 발견한 주요범주는 3개였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범주를 아우를 수 있는 주요 주제인 핵심범주를 발견하였다.


Ⅳ. 연구결과
1. 자녀를 품 안에 두고 싶은 엄마와 자율성 욕구가 증가하는 자녀
1) 내 맘대로 안 되는 아이

자녀가 청소년기에 진입하기 전 시기인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아이들은 대체로 엄마가 정해놓은 경계선 내에서 일상을 살았고, 엄마들은 아이들이 어떤 상황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자녀는 엄마가 생각하는 안전지대 안에 있었으며, 안전지대 안에 있는지를 늘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녀는 “통제 가능”했고, “눈 앞에 없어도 있는 것처럼” 알 수 있었다. 또한, 엄마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따라와 줄 뿐 아니라 자녀가 학교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와 함께 집에서 보냈기 때문에 특별히 모니터링이 필요하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자녀가 스스로 원하는바대로 하려고 했고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안 되기 시작했다. 연구참여자들은 이 때를 청소년 진입시기로 기억하고 있었다. 활동반경이 커지고,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청소년 자녀들은 엄마가 정해둔 경계선을 벗어나기 시작했고, 엄마가 자녀의 일상을 알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녀의 자율성 욕구는 자녀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자 하는 것, 그리고 사적영역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것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다. 4명의 연구참여자는 자녀가 청소년기에 들어선 것을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것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표현은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증가한 자녀의 변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자녀의 자기개방이 줄어드는 것은 각 가정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든 연구참여자들이 언급한 부분이었다. 자기개방 감소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는데, 이전과 달리 엄마가 원하는 수준의 세부적인 사항까지는 공유해주지 않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였다. 엄마가 학원은 어땠냐고 물으면, “그렇지 뭐” 하고 대답하는 식이었다. 한 연구참여자는 이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부모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다보면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도 “잘못하다가 막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안 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삶의 많은 부분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으로 두고 싶어하지만, 부모에게 자세히 이야기하면 자신의 통제권을 빼앗기고 부모와 충돌하게 되는 등 갈등을 경험하거나 자율성을 침해당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청소년 자녀의 자기개방 감소는 세부사항을 말하지 않는 소극적인 방식을 넘어 자신의 휴대폰을 잠가두고 부모의 SNS를 차단하는 등 적극적으로 감추는 방식으로도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경향이 있어(채경선, 정윤주, 2015), 직접 말하지 않더라도 SNS를 통해 자녀의 생각, 감정, 친구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부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정보들이 가득한 곳이기에 청소년 자녀들은 엄마 아빠와 SNS “친구를 끊고”, 몰래 새로운 계정을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생활을 숨기고 있었다. 아들 둘을 키우며 대학원에서 코칭공부를 하고 있는 강효주씨는 큰 아들이 중학교 때 흡연사건에 휘말려 경찰서에 다녀온 이후로 적극적으로 자녀를 “와칭(watching)”하기 위해 자녀와 SNS 친구를 맺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친구가 끊겨있었고, 심지어 엄마 친구의 “와칭”도 피하기 위해 몰래 만든 새로운 계정이 있었다며 기가 막힌다는 듯 웃었다.

이와 같이 자녀들은 청소년기에 진입함에 따라 부모의 말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뜻대로 “알아서” 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였고, 방 안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으며 사적영역에 대한 욕구를 표현했다. 또한, 자기개방이 줄어들고 적극적으로 자신에 관한 정보를 숨기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청소년기의 주요한 발달적 특성인 자율성과 사적 영역에 대한 욕구 증가(나유미, 임연진, 2003; 손승영, 2009; Keijsers et al., 2016; Tilton-Weaver & Galambos, 2003; Zimmer-Gembeck & Collins, 2003)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부모에 대한 순종을 중요시 하고 관계지향적인 문화를 가진 한국사회(최인재, 2006; 현정환, 2007)에서도 개별성과 자율성이 중요시 여겨지는 서구사회와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은 자신의 자율성에 대한 욕구를 표현하며 자라가고 있었다.

2) 잔소리하는 엄마와 대드는 아이

청소년 자녀가 자신의 일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며, 사적영역을 보장받고 싶어하는 모습은 엄마의 입장에서는 엄마가 정해둔 경계선을 마음대로 벗어나는 상황이 생긴 것이었고, 자녀가 경계선 안에. 즉 엄마가 생각하는 안전지대에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즉각적으로 수용하고 자녀에 대해 더 이상 알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연구참여자는 없었다. 부모로서 자녀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자녀에 대해 알아야 위험하거나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고, 필요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방식대로 자신이 정해둔 경계선 내에서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며, 그것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자녀와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청소년기 자녀들은 엄마에게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기도 했고, 엄마 입장에서는 이것이 “대드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연구참여자들이 자녀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혹은 자녀의 일상에 대해 지적하거나 간섭하면 자녀는 이것을 강요나 “잔소리”로 받아들였고, 이것은 “잔소리”와 “막말” 형태의 부모-자녀 간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연구참여자들은 이전과 달리 엄마의 기대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자녀의 모습을 더 이상 “말을 듣지 않는 것”으로 표현했다. 자녀의 높아진 자율성과 아직 변화하지 않은 연구참여자들의 자녀에 대한 기대가 충돌하고 있었다. 여전히 자녀가 자신의 품 안에 있기를 원하는 연구참여자들의 마음은 부모로부터 사적 영역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커진 자녀와 충돌하게 된다. 엄마 말을 잘 들어오던 딸이 이전과 달리 엄마의 의견과 다른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자, 이것을 ‘대드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이로 인해 갈등이 생겼다는 강주수씨의 이야기는 자녀의 변화와 변하지 않은 엄마의 기대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잘 보여준다.

강주수: 아이가 자기 입장을 얘기하는 거라고 받아들여지지가 않고, 얘가 엄마한테 지금 대드는 거야? 이렇게만 받아들여지는 거에요. ⋯ 그 전에는 안 그랬으니까.. 거기다가 막 혼내고 막 이렇게 좀 저도 화를 같이 냈었거든요. ⋯ 자기는 엄마한테 대든 게 아니라 그냥 자기 입장을 얘기하는 거라고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렇게 받아들이면 부딪힐 일이 아닌데 나는 그렇게 받아들이질 못했어요. 처음에는. 갈등이 막 생겼죠 그런 거에.

청소년 자녀의 변화 정도와 엄마와 자녀 간의 갈등의 정도는 각 가정마다 달랐는데, 자녀가 청소년기에 진입하기 이전의 부모-자녀 관계, 그리고 성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어려서부터 부모의 말에 순종적이어서 부모의 통제 아래 있다고 생각해 온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의 변화를 더욱 크게 체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참여자들 중 자녀의 청소년기를 지나며 자녀와 가장 크게 갈등을 경험하고 현재도 갈등이 진행 중에 있는 박수현씨는 첫 아이인 딸에게 많은 기대가 있었고, 딸은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여 생활습관도, 학습도, 학교생활도 엄마가 이끄는 대로 따라왔다. 그러나 청소년기를 지나며 딸의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자 박수현씨는 연구참여자들 중 가장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반대로 어렸을 때부터 자녀를 독립적으로 키우고자 애썼던 연구참여자의 경우에는 자녀의 높아진 자율성에 대해 수용하는 폭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정미연씨는 자녀의 방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자녀의 성적표와 친구들과 콘서트나 야외수영장에 함께 놀러 갔다 온 티켓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자녀를 독립적으로 키우고자 하는 양육신념을 가지고 자녀를 양육해 왔던 정미연씨는 “숨기고 싶었겠지”라고 용납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녀의 성별은 자녀에 대한 엄마의 기대를 형성하여 자녀의 변화에 대한 엄마의 반응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자녀가 아들인 경우, 아들은 딸보다 자기개방이 적고 덜 살가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막상 아들의 자기개방이 줄어들고 아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 생각보다 서운함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었다. 주변에서 “재잘대는” 남자애를 못 봤다는 한 연구참여자는 주변에서 보는 청소년기 남자 아이들과 자신의 아들을 비교하며 “문 쾅 닫고 들어가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라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실망도 크지 않았다. 자기개방이 급격하게 감소한 자녀를 두고 “아들이라서 그런가 봐요”라고 이야기하며 변화의 이유를 성별에서 찾고 좀 더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고, 반대로 “아들치고는 말이 많은 편”이라며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크지 않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청소년기 아들은 자기개방이 높지 않고 살갑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자녀의 변화에도 실망하지 않게 했고,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자녀들은 자신의 사적인 영역을 사수하기 위해 부모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막말을 하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연구참여자들은 이전과 달리 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랑하는 자녀에게 짜증과 막말을 듣는 상황은 “무시 당하는 느낌” 혹은 “가슴을 쥐어뜯는 느낌”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의 짜증과 막말에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탓하며 자책하기도 했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당황스러워서 “때렸다”고 응답한 참여자도 있었으며, 대화를 나누다보면 감정이 격해지기 때문에 이것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밖으로 나가서 문자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자녀를 계속 가까이 하게 될수록 상처만 받는 것 같아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아이를 멀리하는 전략을 택하기도 했다.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변화를 꾀하며 대응하기 시작했다.

2. 갈등은 피하고 자녀는 살피기 위한 엄마의 대응

갈등을 마주한 연구참여자들은 그렇다면 자녀를 얼마나 어떻게 살펴야 하는지, 자녀에게 어디까지 자율성을 허용해야 하며 적절한 규제는 어느 수준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자녀가 청소년기가 되니, 살펴야 할 영역이 많아졌다고 이야기 했다. 청소년기는 학업 스트레스가 큰 시기이다 보니 자녀의 스트레스나 마음 상태도 살펴야 하고, 또래관계가 중요한 시기이기에 또래관계에서 어려움은 없는지도 봐야 하며, 학습상황도 체크하고 진로에 대한 의견도 나눠야 한다. 자녀의 활동반경이 커짐에 따라 직접 눈으로 보며 모니터링 하는 영역은 줄어들지만 자녀가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하는지 더 적극적으로 자세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자녀를 살필 수 있었기에 비교적 단순했던 청소년기 이전의 모니터링과 달리 모니터링 영역이 확대되고 있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자녀들은 자신의 삶을 더욱 사적인 영역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이 자녀에 대해 알고 싶은 영역은 확대되지만, 알 수 있는 영역은 제한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알고 싶은 것을 모두 알고자 하면 갈등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연구참여자들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모니터링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큰 목적을 가지고 모니터링을 변화시켜 간다기보다는 당장의 갈등을 피하고 자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대응으로 모니터링을 변화시키며 자율과 규제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었다.

1) 몰래 살피고 모르는 척 하기

청소년기에 진입한 자녀의 자기개방이 줄어드는 것은 청소년의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높아짐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Keijsers et al., 2016).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연구참여자들은 청소년 자녀의 자기개방이 자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최적의 길이라 이야기했다. 자녀가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져 부모가 자녀를 직접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가 청소년기 이전에는 부모가 자녀의 친구들이나 선생님을 통해서 자녀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많은 편이었지만, 청소년기에 진입한 이후부터는 자녀의 친구들도 자녀에 대해 잘 말해주지 않을뿐더러 자녀는 부모가 학교에 오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자녀의 성적이 높은 경우에만 학교에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라 여겨 학교에 찾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의 자기개방 수준을 높이거나 혹은 자녀의 자기개방 외의 방법으로 자녀를 알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었다. 엄마들의 모니터링은 자녀와 직접 소통하며 모든 것을 공유하던 방식에서 돌려서 묻고, 몰래 살피며 모르는 척하고, 비밀을 인정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자녀가 숨기기 시작하면 자녀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줄어든다고 생각해서 자녀가 정보를 숨기지 않게 하기 위해, 자녀를 통제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놔두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었다. “잔소리”를 안 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잔소리”는 자녀가 원치 않는데도 불구하고 연구참여자가 자녀에게 지속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며 강요할 때 사용되는 단어로, 자율성을 허용해주는 것과 반대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었다. 모든 갈등의 시작은 연구참여자 자신의 잔소리고, 잔소리해도 자녀는 바뀌지 않을 뿐 아니라 관계만 나빠진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연구참여자들은 잔소리 안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윤성씨는 특정 장소 출입을 금지하면 “숨길까 봐” 자녀에게 연락하여 어디에 있는지만 물어보고 PC방, 노래방 등 엄마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장소에 있다 하더라도 그냥 놔두는 전략을 택했다. 어디에 있다고 하든지 한 번도 혼내지 않았기에 아들은 늘 솔직하게 있는 장소를 개방한다.

자녀가 원하는 만큼만 자기개방을 할 수 있도록 인정해주거나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해주는 것도 전략 중 한가지이다. 자녀가 청소년기에 진입하기 전에는 “아이가 눈 앞에 없어도 있는 것처럼 모든 걸 알려고 했다”는 안현주씨는 자녀가 청소년기가 되면서 자신의 속마음이나 일상생활의 세부적인 내용을 엄마와 공유하지 않으려고 하자, 자녀가 원하는 만큼만 대답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자녀가 자신에 대해 “들키지 않을 것들로” 대화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직접적으로 자녀의 상태나 마음과 관련된 세부사항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지나가는 사물이나 좀 더 객관화된 이슈들을 주제로 이야기 하는 방식으로 대화의 내용을 바꾸어 부모와 자녀 간에 대화가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자녀의 세세한 일상에 대해 모두 알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부모와 자녀 간에 대화가 단절되지 않는 것에 더 방점을 두고 있었다.

또한, 많은 연구참여자들이 자녀와의 갈등을 최소화하며 자녀에 대해 알기 위해 자녀 “몰래” 살피며 “모르는 척”하는 방식을 택했다. 자녀에게 직접 묻지 않고, 자녀를 관찰하거나 살피며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을 몰래 살피고 못 본 척 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의 눈빛, 얼굴표정, 말투, 책상 낙서, SNS, 편지, 자녀가 한번이라도 언급한 친구, 신용카드 사용 내역, 구글 위치 정보, 자녀의 학교생활을 알려주는 어플 등 다방면으로 자녀를 살피고 있었다. 그러나 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자녀가 모르도록 한다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자녀의 휴대폰이나 SNS는 대부분 부모가 보지 못하도록 잠겨있거나 비공개였지만, 부모들은 우연히 잠금이 풀려있는 상태를 발견한다면 이를 자세히 살피고 못 본 척 했다. 방 안에서 자녀에 대한 정보를 우연히 발견하기도 했는데, 염탐하거나 우연히 발견한 엄마들의 공통된 반응은 못 본 척, 모르는 척 하는 것이었다. 아들이 중학생 때 자신의 잔소리 때문에 아들과의 갈등이 많았고, 아들이 친구들의 흡연 사건에 연루되었던 적이 있다고 이야기 한 강주수씨는 자녀의 친구관계에 대해 살피기는 하지만 자녀와의 갈등을 피하고 자녀의 자기개방 감소를 막기 위해 안 보는 척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강주수: 그 나이 때는 막 상관하는 것 같고 간섭하는 것 같아서 짜증나고 화나고 막 이런 거 많잖아요. 그니까 그거를 안 건드리려고 그냥 모르는 척하고서 그냥 뒤에서 알아보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 건드리면 싸우고 또 말을 아예 안 할 수도 있고. ⋯ 어떤 친구를 사귀나 저 친구가 어떤가 이런 거를 표 안 나게 제가 많이 체크하죠. ⋯ 저는 얘가 누굴 요즘에 자주 만난다 그러면 제 나름대로 모르게 탁 알아보죠. ⋯ 안 보는 척 하지만 많이 봐요.

이전에는 모니터링을 하다가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발견되면 즉각 개입했었다면, 자녀와의 갈등을 피하고 다음에도 또 살펴보며 자녀를 알기 위해 일단 주의 깊게 지켜보기만 하는 것으로 전략을 변화시킨 것이다. 이와 같은 ‘몰래’ 살피기 전략은 대부분의 참여자가 언급한 부분이었다.

스스로 모니터링을 아주 많이 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 배민정씨 또한 대부분의 모니터링을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여 ‘몰래’ 아주 ‘적극적으로’ 하고 있었다. 독서실에 다니는 자녀가 실제로 공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학원이나 독서실에 전화를 하거나 직접 가보기도 하고, 체크 카드 사용 알림을 통해 동선을 파악하며 자녀의 휴대폰 잠금이 풀려있을 때는 SNS를 살짝 보곤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자녀 몰래 이루어진다. 이러한 모니터링에 대해 언급할 때 종종 “간섭”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배민정씨는 자신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하는지 자녀가 모를 것이라며 안 들키게 하기 때문에 갈등이 없다고 이야기 했다.

연구참여자들은 몰래 살피는 것뿐 아니라, 자녀에게 개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행동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몰래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자녀와 직접 대화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연구참여자들은 제3자를 통해 상황을 조율하고 있었다. 학원선생님과 “아주 자주” 통화한다는 홍인선씨는 전화통화를 통해 자녀의 상황을 파악하고, 연구참여자 자신이 파악한 자녀의 상태를 전달하며 자녀의 학습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자녀가 축구선수로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김민수씨는 축구를 포기하고 싶다며 전화한 자녀에게는 알겠다고 말하며 공감과 격려로 대화한 뒤 별다른 조언이나 개입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곧바로 축구감독님과 통화하여 상황을 전달하고 티나지 않게 개입해줄 것을 요청했다. 결과적으로 자녀는 축구를 포기하지 않게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자녀를 살피고 자녀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연구참여자들의 마음은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기존방식으로는 자녀에 대해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전략을 바꾸어 자녀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자율성을 허용하면서도 일단 지켜보면서 꼭 개입해야겠다고 싶을 때는 몰래 개입하는 방식이 그것이었다.

2) 구조화된 환경 활용하기

청소년이 된 자녀들은 활동반경이 넓어지긴 했지만, 대부분의 일상은 학교, 학원, 집 등으로 매우 구조화된 삶을 살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자녀를 살피고 알기 위해 전화를 하거나 몰래 행동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녀를 모니터링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구조화된 삶 속에서 수동적 혹은 자동적으로 모니터링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학원 출결과 숙제 여부는 학원에서 오는 문자로 받아볼 수 있었고,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가 오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자녀를 면밀히 살피되 미처 살피지 못하는 부분들은 이런 구조화된 모니터링 시스템에 의지하고 있었다. 특히 자녀가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이전에 비해 엄마의 학교참여 빈도가 낮아지면서 학교생활은 자녀가 직접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영역이 되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의 학교생활이 궁금하지만 자신의 적극성만으로는 살필 수 없는 영역이기에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고 구조화된 시스템에 맡기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자녀에 대한 모니터링을 적게 하는 연구참여자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연락이 올 것이기에 학교나 학원생활을 크게 모니터링 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아이 셋을 양육하느라 한 명 한 명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살필 수 없었고, 좀 더 독립적으로 양육하길 원했던 조윤지씨는 학교나 학원에서 한 번도 아이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런 정황을 볼 때 아이들이 별다른 문제없이 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그래서 더 모니터링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생기면 연락이 올 것이라는 생각은 학교나 학원생활에 대해 좀 더 안심하고 자녀에게 맡기게 되는 근거가 되고 있었다. 실제로 학교에서 연락이 와서 자녀가 흡연과 시험부정행위에 연루되었던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연구참여자가 알지 못했던 자녀의 모습을 알게 되기도 했다. 또 다른 연구참여자의 자녀는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학교에서 부모에게 연락이 간다는 사실을 알고 학교에서 부모에게 연락이 가기 전에 미리 연락하여 “선수 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녀가 말하지 않아도 부모가 알게 되는 구조화된 환경이 자녀로 하여금 특정 사건에 대해 스스로 부모에게 알리고 대화하게 만들기도 한 것이다. 연구참여자들은 이것을 의지하여 자녀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자녀를 살필 수 없는 환경에서 마치 자녀를 옆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는 것처럼 통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구조를 만들어 가기도 했다. 자녀의 휴대폰 사용 시간이 너무 길어서 자녀와 갈등이 많았던 배민정씨는 자녀의 휴대폰 사용을 통제하기 위해 집에 와이파이를 설치하지 않았다. 자녀가 인터넷을 사용해야 할 때는 부모의 휴대폰 핫스팟 기능을 활용하여 일정 시간 동안만 인터넷을 연결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자녀와 24시간 붙어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자녀가 휴대폰을 사용할 때마다 옆에서 지켜보며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자녀가 배민정씨의 뜻대로 인터넷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배민정씨가 원하는 만큼만 인터넷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배민정씨의 자녀는 집밖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하고 있었다. 학원이 끝나고 집에 올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아 나가보면 집 근처 카페 앞에서 와이파이를 연결하여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민정씨는 집에서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하루종일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이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녀의 활동반경이 넓어지고 부모보다는 또래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부모가 함께 있지 않아도 부모가 원하는 바운더리 안에서 행동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과 부모가 정해준 틀을 벗어나서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하는 자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강효주씨는 여러 유해환경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인근학교에서 진로강사로서 강의를 하거나 동네 유해환경 단속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강효주씨는 자녀가 청소년기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수많은 엄마 모임에 참석하고 학교에 찾아가며 이른바 “강남엄마” 스타일로 자녀의 삶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왔다. 그러나 자녀가 청소년기에 진입하며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여러 사건에 휘말리며 경찰서까지 방문하게 되는 일이 생기자 강남엄마 스타일이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녀를 풀어주는 대신 자녀를 “컨트롤”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동네에서 아들과 함께 유해환경 단속 봉사활동을 하며 동네 사람들에게 얼굴도장을 찍었고, 진로강사로 활동하며 자녀의 친구와 선생님들에게도 얼굴을 알려 자녀가 함부로 행동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강효주: (아들이랑) 같이 편의점 다니면서 금연 뭐 청소년한테는 술담배금지 뭐 이런 팜플렛 같은 거 나눠주면서 ⋯ 네가 네 입으로 청소년들한테 팔지 마세요. 뭐 이런 식으로 그러면 조금이라도 찔리라고. (웃음) 그리고 엄마가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네가 하면 안 되지 않겠니.. 엄마 여기 서초구에 있는 사람들 얼굴 다 알고 편의점에 있는 이 주변에 단속하는 사람이라는 걸 다 아는데 네가 혹시라도 잘못해서 경찰서를 간다든지 걸린다든지 그러면 진짜 개망신이다.. ⋯ 그리고 이제 진로 강의도 그렇게 나가게 된 게, 여기 서초구 관내 이제 중고등학교 가서 진로 강의를 하거든요. 지 친구들이 다 깔렸잖아요. ⋯ 저 사람 ○○ 엄마 아니야 막 이런 식으로.. ⋯ 무언의 컨트롤?

자녀와의 공유시간이 줄어든 연구참여자들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구조화된 환경을 활용하여 자녀를 모니터링하거나 적극적으로 환경을 만드는 방식을 통해 자녀의 삶이 크게 엇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힘쓰고 있었다.

3) 소재와 귀가시간은 변함없이 체크하기

자녀의 자기개방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자녀의 자율적인 선택과 활동을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변화를 주고, 본 것도 못 본 척 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엄마들이지만 공통적으로 자녀의 소재파악과 귀가시간 파악에는 분명한 의지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자녀와 소통하고 있었다. 자신이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는지 알리는 루틴개방(Routine disclosure)과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을 개방하는 자기개방(Self disclosure)(Wuyts et al., 2018) 중, 생각과 느낌에 대해서는 자녀의 사적영역으로 인정해 주더라도 자녀의 루틴에 대해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체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연구참여자들은 무엇보다도 자녀가 안전한 곳에서 잘 있는지, 언제쯤 귀가할 것인지를 알기 위해 자녀와 갈등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모니터링의 목적이 자녀의 안전을 확인하고, 자녀가 범죄, 비행 등의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돕고 보호하기 위함임을 알게 한다. 자녀가 청소년기 이전에는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반면,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부모의 시야 밖에서 자율적으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기에 자녀의 소재와 귀가시간을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자녀들이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하느라 귀가시간이 늦어진 것도 엄마들이 자녀의 안전을 걱정하며 소재와 귀가시간은 끝까지 파악하고자 하는 이유가 되고 있었다.

자녀에게 수시로 연락을 하거나 자녀의 친구에게 연락하는 것은 자녀와의 갈등으로 이어지게 되는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의 소재와 귀가시간을 파악하기 위해 자녀와 연락이 되지 않으면 수십 번 전화를 하거나 자녀의 친구에게 연락을 취하기도 했다. 자녀와 갈등을 피하고 싶고, 갈등 중에 자녀에게 상처 받는 것이 힘들어서 아이를 멀리하고 있다는 이윤성씨도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윤성씨는 자녀를 통해 자녀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자, 전화나 문자를 통해 파악하는 것 외에 또 다른 전략을 취하기도 했는데, 아들이 엄마에게 자신의 소재를 보고하지 않아도 동선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자신의 신용카드를 활용하고 있었다. 자녀에게 자신의 신용카드로 생활비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자녀가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이윤성씨에게 알림이 와서 자녀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추측 수 있도록 했다.

연구참여자들의 이러한 노력은 새롭고 자극적인 감각과 경험을 얻고자 하는 성향인 감각추구성향이 많은 청소년기(Arnett, 1994) 자녀를 두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화되었을 수 있다. 또래동조성으로 인해 또래집단에서 하는 행동을 무분별하게 동조하여 위험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녀와의 갈등을 감수해서라도, 또한 다소 엄한 규칙을 정해서라도 자녀가 어디에서 누구와 무얼 하고 있는가를 모니터링 하는 것으로 보인다.

20명의 연구참여자들 중 13명의 엄마들은 자녀의 소재와 귀가시간을 파악하기 위해 자녀와 함께 규칙을 세우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규칙을 정해 같은 규칙을 세 번째 어길 때부터는 엄하게 혼내며 아이들을 양육해온 정미연씨는 자녀의 행선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규칙을 세웠다. 이동할 때, 혹은 귀가시간이 엄마가 아는 것보다 늦어질 때는 꼭 연락을 하고 그것이 지켜지지 않을 때는 휴대폰을 압수하겠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정미연씨의 자녀는 이러한 규칙을 잘 지키는 편이었다. 실제로 명확한 규칙이 세워졌을 때 부모가 자녀에게 너무 많은 질문이나 연락으로 자녀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 수 있게 되고, 규칙을 지켰는지 어겼는지 확인할 수 있어 합당한 처벌이 가능하다(Hayes et al., 2007). 신미금씨도 동일하게 규칙을 세워 소재를 파악하고 자녀의 귀가시간을 관리함에도 불구하고 신미금씨는 이를 “규칙 아닌 규칙”이라 표현하며,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미연씨와 신미금씨는 모두 자녀의 일상생활에 일일이 개입하기보다는 자녀를 독립적으로 키우고자 애써 온 연구참여자들이다. 그러나 정미연씨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규칙을 정해 규칙을 지키지 않을 때 엄하게 대응한 반면, 신미금씨는 자유롭게 놔두는 방식으로 자녀를 양육해 왔다. 정미연씨의 자녀는 규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 처벌이 주어지게 된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학습한 반면, 신미금씨의 자녀는 해당 규칙을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는 느슨한 규칙(Parkin & Kuczynski, 2012)으로 인지했을 수 있다. 자녀가 가정의 규칙을 따르는 데에는 확고하고 명시적인 규칙이 더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규칙이 많다고 해서, 자녀의 루틴에 자율성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정해진 규칙과 경계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자녀의 자율성을 허용해주고 있었다.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지만, 정해진 시간 내에 귀가해야 하는 것이다 연구참여자들은 “부모와 상의 하에” 혹은 “정해진 경계 안에서”라는 단서를 붙이며, 부모와 함께 상의하고, 그 후에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자녀의 안전이 보장되는 상황 안에서 자신의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자녀의 소재와 귀가시간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참여자들의 노력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것은 자녀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지를 확인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자녀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은 물리적 안전 뿐 아니라 비행을 저지르지는 않는지, ‘나쁜 친구’와 어울리지는 않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도인 것이다. 엄마들은 자녀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 중에 가장 기본이자 포기할 수 없는 최소한의 것을 ‘안전’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자녀들도 자신의 소재나 예상되는 귀가시간, 혹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잘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는 청소년기이지만, 청소년들도 자신의 안전과 관련된 영역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모의 도움과 개입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Smetana et al., 2009)을 확인할 수 있다.

4) 자녀의 공부에 대해 갈팡질팡하는 마음

자녀의 공부는 연구참여자들 중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영역이었다. 상대적으로 자녀의 자율성을 많이 허용해오던 연구참여자들도 공부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욕심을 내기도 했고, 공부 때문에 다른 영역에서 자율성을 허용하기도 했으며, 몰래 살피는 주된 영역이 공부이기도 했다. 자녀의 공부와 관련된 모니터링이 한 가지 패턴을 가지고 변화하지는 않았지만, 청소년기에 진입한 자녀를 모니터링 함에 있어서 핵심적인 영역으로 등장했다.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의 학습과 성적에 대해 마음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녀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자라게 하고, 스스로 성정하여 판단하며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 좋다는 마음과 적극적으로 개입해서라도 한국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발판으로서의 좋은 성적을 마련해주고자 하는 엄마의 마음이 갈팡질팡하며 싸우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의 내적 갈등에는 무엇이 자녀를 위하고 자녀에게 좋은 것을 주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깔려있었다. 한 연구참여자는 “어떤 게 정답인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며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청소년기 자녀가 부모에게 ‘알아서 하겠다’고 하거나 짜증을 내는 등 부모의 기대와 다른 행동을 하더라도 그냥 놔두게 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한 가지도 학습인 것으로 나타났다. 엄마들은 자녀의 반응에 대해 “공부하는데 힘드니까 놔두자” 혹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저럴까”라고 생각하며 자녀의 공부를 위해 자녀의 눈치를 보며 최대한 맞춰주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연구참여자는 “고등학생이 상전”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엄마들에게 있어서 청소년기 성공적인 양육은 학습적인 부분에 대해 성과를 내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청소년 자녀를 둔 많은 엄마들이 자녀의 성적을 밀착하여 관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큰 상황이다 보니, 그렇지 않은 연구참여자는 자신의 ‘다름’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학구열이 높은 서초구에 거주하며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편에 속하는 조윤지씨는 자녀에게 학습을 강요하지 않고 자율성을 주고 있는 자신의 양육방식을 이야기하며, “다른 부모들은 얼마나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성공을 가리키는 지표가 되는 한국사회에서 그럴 수 있는 부모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거였다.

이처럼 청소년기에 진입한 자녀들을 모니터링 하는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의 공부에 대해 다양한 모습으로 반응하며 공부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부모의 모니터링은 자녀가 자신이 생각하는 안전지대 안에 속해 있는지를 주의 깊게 살피는 것(Jaccard et al., 2010)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자녀의 공부가 과연 안전지대인가를 고민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녀에게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높은 성적을 받아오길 요구하는 것이 자녀의 미래 안전을 보장해줄 것 같지만, 현재 정서적으로 안전지대에 있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은 엄마들로 하여금 자녀의 공부에 대해 마음을 잡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3. 대응의 결과에 차이를 만들어내는 엄마의 관점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변화시키며 자녀의 자율성과 부모의 규제 간의 균형을 맞추고자 애썼다. 연구참여자마다 변화의 정도나 방식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 자녀의 자율성을 좀 더 허용해주는 비슷한 방향성을 가지고 갈등에 대응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어떤 연구참여자에게는 목표한 대로 갈등이 해소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어떤 연구참여자에게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등이 지속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차이는 자녀를 바라보는 엄마의 관점에서 기인하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의 관점에 따라 모니터링 변화를 통해 자녀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관계의 변화를 이루어내는 과정이 크게 달라지고 있었는데,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고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1)자녀의 인생은 자녀의 인생: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보고 수용하기 2)엄마의 기준을 강요하기: 자녀를 놓지 못하겠어요 3)좌절을 경험하고 강요 멈추기: 강요해봤자, 관계만 악화될 뿐 이라는 유형이 나타났다.

1)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보기: 자녀의 인생은 자녀의 인생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 다시 말해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여 자신의 뜻대로 행하기를 강요하지 않고 주체성을 가진 한 사람으로 바라보고 대하는 경우, 자녀의 발달적 변화에 따라 보다 수월하게 모니터링에 변화를 주며 자연스럽게 갈등이 해결되고 관계에도 진전이 생겼다. 7명의 연구참여자들이 이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형에 속한 연구참여자들이 동일하게 이야기한 것은 자녀는 자녀의 인생이라는 것이었다. “각자 열심히 살자”, “자식이 소유물은 아니잖아요”. “자녀가 내 것이 아니죠” 등 그 표현은 다양했지만 자녀가 자신에게 속한 소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강조했다. 이들은 자녀가 청소년기가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자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녀의 인생은 자녀의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체로 생각해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녀를 바라보는 이러한 관점은 엄마의 양육행동으로 드러나, 자녀가 해야 할 많은 일들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며 그 결과에 책임지도록 하는 방식을 택해오고 있었다. 자녀가 어렸을 때는 버스를 혼자 타보도록 하거나 스스로 밥을 해먹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작은 일들로 드러났으며, 청소년기에 진입했을 때는 주로 학업과 관련된 일화가 많았다. 자녀가 친구와 놀다가 학원에 늦으면 선생님과 스스로 대화하며 책임지게 하는 것부터 자녀와 진로에 대해 소통하며 자녀의 꿈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안 아팠으면 극성 엄마였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한 정미연씨는 몸이 아파 평생 데리고 못 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향을 택했다. 내가 책임질 수 없다는 생각, 이 아이 스스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이를 독립된 사람으로 바라보게 만들었고, 엄마의 생각을 강요하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게 만들었다.

자녀를 독립적 인격체로 생각하고 자녀를 양육해 온 이 유형의 연구참여자들도 본격적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청소년기가 되자, 자녀의 학업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세세히 지도하며 앞장서서 “끌고 가야”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며 내적으로 갈등하기도 했다. 박유리씨는 자녀가 중학생 때까지 자녀의 알림장 한 번 들여다 보지 않으며 자녀가 스스로 자신의 학교생활을 책임지도록 양육해 왔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된 자녀의 학교 학부모 총회에 다녀와서 많이 놀랐다고 한다. 모든 이야기가 입시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자녀의 “성공적인” 입시를 위해서 부모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많았기 때문이다. 연구참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적관리”, “대입준비”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기 자녀를 위해 엄마가 해야 할 일이 많아 놀랐던 박유리씨는 자녀의 성적에 쿨하지 못한 자신을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자녀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는데, 자녀가 생각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오자 하루종일 기분이 우울한 자신을 보며 “쿨한 척 했지만 쿨하지 않구나” 생각했다. 박유리씨 뿐 아니라 모든 연구참여자들은 자녀가 “공부 잘하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부할 수 있도록 돕기는 하지만 “자녀의 인생은 자녀의 인생”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강요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였고, 자녀의 성적으로 인해 크게 연연해하지는 않았다.

자녀를 자율적으로 키워오기 위해 애썼으며, 현재 자녀와의 관계가 매우 좋고 자녀의 자기개방 수준도 높은 오미영씨의 가정에서는 자녀의 학습에 대한 체크가 일상적으로 대수롭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오미영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직접 아들을 가르쳐 왔고, 함께 거실에서 공부하던 것이 습관이 되어 아들이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거실에서 엄마의 모니터링 하에 공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공부하다가 컴퓨터를 하지는 않는지, 혹은 휴대폰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등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엄마는 밤늦도록 거실에서 함께 시간을 공유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자녀와의 갈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자녀가 학생이기에 공부하는 것을 중요시 여길 뿐, 자녀에게 좋은 성적을 원한다거나 엄마의 기준만큼 공부할 것을 강요하지는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2) 엄마의 기준을 강요하기: 자녀를 놓지 못하겠어요

자녀를 “놓지 못하고” 연구참여자가 생각하는 “자녀를 위한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자녀에게 지나치게 강요하는 경우, 모니터링이라는 양육행동 변화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지속되고 관계가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4명의 연구참여자들이 이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형에 속한 연구참여자들은 모두 스스로를 “잔소리 많은 편”, “간섭이 많은 편”, “유달리 아이를 신경 쓰고 챙기는 스타일”, “하나하나 해주는 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작은 부분까지도 세밀하게 살피고 조언하며 개입해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중고등학생은 학습을 중심으로 그 삶이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학업성취는 단순히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을 넘어 사회적 성공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박영신, 김의철, 2003). 따라서 청소년기 “자녀를 위한 잔소리와 간섭”은 주로 “공부” 영역에서 엄마의 기준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조금만 더 하면 될텐데’라는 엄마의 생각은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거나 잔소리하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자녀를 모니터링 하는 방식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자녀를 ‘몰래’ 살피거나 자녀의 방식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했지만, 특별히 자녀의 공부와 관련된 영역에서만큼은 강요와 잔소리를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영역에서 엄마의 모니터링이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공부 영역에서의 강요는 자녀와의 지속적인 갈등을 만들고 있었다.

자녀가 “엄마 품 안에서 자라왔다”고 이야기 한 박수현씨는 청소년기를 지나며 엄마 품을 벗어나고자 하는 딸로 인해 정서적으로 큰 힘겨움을 겪고 있었다. “엄마 품”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곧 엄마의 말대로 따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선택하며 살겠다는 의미였다. 이로 인한 갈등은 공부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공부하는 문제에 있어서 엄마의 지시대로 잘 따르던 아이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전보다 성적이 떨어졌고, 이것은 박수현씨에게 불안감을 가져왔다. 한국사회에서 좋은 성적이 좋은 대학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소위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체득한 박수현씨는 다른 건 몰라도 학습만큼은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관여하고 싶어했다. 이것은 딸과 큰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습을 ‘강요’하며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자녀에게 좋은 것을 주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임을 강조했다. “자녀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면 이후에 대학에 갔을 때 결국 후회할 것이 눈에 보이는데 어떻게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박수현씨는 아이와의 갈등으로 인해 가족상담을 받은 적이 있고, 상담을 받으며 자녀에게 공부를 강요하기보다는 놔두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아이가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커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상담과 교육의 내용보다는 연구참여자 자신이 경험한 한국사회에서 성공을 위한 성적의 중요성이 마음에 강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은 엄마를 원망해도 나중에는 엄마 마음 이해하겠죠?” 라고 연구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박수현: 제가 그런 불안감의 표출이 아닐까.. 제 아이는 잘 했는데.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지금 못 한다 뭐 이런 거. 나중에 이제 어쨌든 지금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결과가 되게 중요하니까. ⋯ 제가 손을 못 놓겠는 거에요. 자꾸 그러다 보니까. ⋯ 너는 조금만 하면 될 텐데..

그러나 한국사회에 산다고 해서 모두가 자녀의 대입을 위해 공부를 강요하고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한국사회에 살고 있지만, 어떤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의 인생은 자녀의 인생” 유형에 속하여 자녀의 공부에 연연하지 않기도 한다. 그 차이는 자녀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기인하고 있었다. “자녀를 놓지 못하겠어요” 유형에 속한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을 “유달리 아이를 신경 쓰고 챙기는 스타일”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근저에는 자녀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분리시키지 못한 마음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유형의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의 인생이 자신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고, 자녀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자녀가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결국은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할 것 같은 예상되는 ‘실패’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였다.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의 ‘실패’를 막기 위해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녀가 자신에게 속박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임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청소년기 전까지는 자녀가 부모의 지도 아래 완전히 속해 있기 때문에 엄마의 이런 생각이 큰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지만, 자녀가 청소년기가 되면서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 자녀를 바라보는 엄마의 관점으로부터 비롯된 행동들은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도 자녀가 청소년기가 되면 자녀에게 자율성을 보다 허용하며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었다. “자식을 좀 내려놓고 독립체로 생각해야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자식 인생이 달렸다고 생각하니까 챙겨준다”는 배민정씨의 이야기는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천하기 어려운 엄마들의 현실을 보게 한다.

3) 좌절을 경험하고 강요 멈추기: 강요해봤자, 관계만 악화될 뿐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와 갈등이 있더라도 자신의 강요로 자녀를 더 공부하게 한다거나 성적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좌절하거나 엄마의 강요는 자녀를 더 힘들게 하고 갈등을 지속시켜서 관계만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경우, 강요를 멈추기도 했다. 이 경우에는 갈등이 해소되며 자녀의 자기개방이 많아지고 대화가 잘 이루어지는 변화를 보였다. 연구참여자들은 이 과정에서 자녀를 자신의 기준에 맞추기 위한 노력을 중단하고 한 사람의 인격체로 바라보게 되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이 유형에 속한 연구참여자들 중 대부분은 자신의 강요가 자녀의 높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관계만 악화될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부 연구참여자들은 공부 강요로 인해 자녀가 정서적으로 매우 힘든 시간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좌절과 어려움은 연구참여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양육 방향성을 수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했고, 자녀가 정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고 자신과 자녀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 방도를 찾게 만들었다. 가장 많은 사례인 9명이 이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형은 세부적으로 다시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었다. 첫째는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자녀를 밀착하여 관리해왔는데,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공부 영역에서 갈등이 증폭되고 좌절을 겪은 후 관계회복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자녀의 학습과 진로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함께 뛰어가던 안현주씨의 경우, 자녀가 기대했던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는 자녀의 성적이 연구참여자 자신의 노력에 대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안현주씨는 부모교육과 상담, 아이양육 관련 전문서적 등으로 끊임없이 공부하며 자신의 이런 생각을 스스로 깨닫고 있었고, 자신의 기대와 열심이 자녀와의 관계를 망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자녀가 한 사람의 독립적인 성인으로 자라가는 과정 중에 있음을 인정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도록 하며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을 허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안현주: 뭘 이렇게 성공경험을 했어요. 그러면 그걸 힘을 받아가지고 막 더 이렇게 나아가야 되는데, 그냥 성공경험은 성공경험으로 와 재밌어. 그러니까 엄마 됐지? 라고 얘기하고 그러고 나서 한번으로 그냥 땡 쳐버리는 그런 상황들. 그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저는 되게 많이 노력을 했다면 그냥 걔는 그게 재미로 끝나버리는. 허탈한 상황들이 너무 많은 거에요. 내 노력에 대한 그 결과물이라고 해야 되나? 그게 너무.. 신기루처럼 순식간에 확 사라져버리니까. ⋯ 이렇게 하다가는 관계도 망치는 거가 되겠다.. 내가 여기에서 이렇게 해봐야 이거 아무것도 소용이 없을 수도 있으니, ⋯ 뭘 하든 본인이 이제 선택을 해서 실패하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자녀의 공부에 관심이 많았던 강주수씨는 자녀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성적에 대한 욕심이 더욱 크게 생겼다고 한다. 이것저것 학원을 많이 다니기 시작한 자녀의 친구들과 비교하게 되는 마음이 생기면서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고, 자녀의 성적에 기대를 걸고 잔소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청소년 자녀의 자율성 욕구 증가라는 변화와 맞물리며 자녀와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갈등이 너무 커지자 남편의 권유로 전문가 강의를 찾아 듣게 되었고, 교육을 통해 자녀에 대한 욕심을 내려놔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녀에게 공부로 “잔소리”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강주수씨가 자녀에게 “잔소리” 하지 않고 다정하게 대할 때면, 자녀의 자기개방 수준이 매우 높아진다고 한다. 여전히 마음속에는 자녀가 공부를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게 자리하지만, 그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 현재도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둘째로는,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자율적으로 키우기 위해 애써왔지만 자녀가 청소년기에 진입하면서 공부에 욕심이 생겼고, 자녀에게 공부와 높은 성적을 강요하여 자녀와 큰 갈등을 겪은 후 다시금 자녀를 독립적 객체로 바라보기 위해 애써 관계를 회복한 경우다. 상대적으로 자녀의 자율성을 독려하며 스스로의 일을 책임지도록 하는 방향으로 자녀를 양육해온 남윤혜씨 또한 첫째 딸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육아휴직을 했고, 자녀를 열심히 케어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이 공부에 대한 케어로 집중되었다. 그 때 자녀와의 갈등이 극심했고, 자녀도 매우 힘들어했다고 한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 강의를 찾아듣고 책으로 공부하면서 자녀를 “놔야한다”는 것을 깨닫고 변화의 기회로 삼았다. 남윤혜씨가 강요를 멈춘 이후, 청소년기 이후 줄어들었던 딸과의 대화가 늘어나는 변화가 일어났다. 물론 남윤혜씨는 여전히 자녀의 성적과 자율성 중 어떤 것에 더 무게를 둬야 하는지에 대해 내적인 갈등이 많이 있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자녀가 등교하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자녀가 수업을 듣지 않아 대학입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 오자, 고민 끝에 결국 자녀 대신 수업을 들어주기도 했다. 자녀가 알아서 책임지도록 하고 싶지만 대학입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학벌주의 분위기의 한국 사회에서 자녀의 인생이 걸렸다고 생각되는 중요한 대학입시를 앞두고 자녀를 독립적인 객체로 바라보며 자율성을 허용하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를 알 수 있다.

이 유형에 속한 연구참여자들은 공부 강요, 좌절, 교육, 노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치며 변화를 이루어 가고 있었다. 이들은 청소년기 자녀에게 공부를 강요하면서 심각한 갈등을 마주하게 되었고, 이에 좌절했다.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 강의를 듣거나 책으로 공부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녀를 이해하고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애썼다. 이 과정에서 자녀가 한 사람의 독립된 성인으로 성장해 가고 있는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기준을 강요하는 것을 멈추기 위해 실제적인 적용을 했고, 자녀와의 관계에서 변화를 이루어냈다. 그리고 여전히 자녀의 공부와 자율성 가운데서 고민하고 갈등하며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부모교육은 엄마들로 하여금 자녀의 변화가 자연스러운 것임을 받아들이고, 자녀에 대한 조바심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유형에 속한 연구참여자들은 “노력”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고, 부모교육은 연구참여자들의 “노력”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Burr 외(1993)가 가족의 전이기 변화에 잘 대처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한가지로 꼽은 예견적 사회화(Anticipatory socialization)의 역할을 부모교육이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교육을 통해 양육에 관한 지식이 높아지고(이사라, 박지숙, 2010), 이로 인해 자녀의 성장과 변화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어 스스로의 양육방식을 돌아보고 변화를 꾀하게 되는 것이다.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양육에 관한 공부와 부모교육 등을 통해 이 모든 변화의 과정이 자녀가 성인으로 자라가는 과정이며 한 사람의 독립적인 인격체로 받아들여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부모도 자녀의 성장에 발맞춰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력을 얻고 있었다. 자녀의 성장과 변화를 받아들이는 부모들의 고군분투를 좀 더 수월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 바로 교육이었다.

4. 핵심범주

핵심범주는 연구를 통해 발견한 다른 모든 범주들을 아우를 수 있는 주제로, 다른 범주는 핵심범주를 중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Corbin & Strauss, 2015). 본 연구에서 발견한 핵심범주는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보는 것을 통해 갈등에서 관계의 변화로 나아가기”이다.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자녀의 자율성 욕구 증가라는 발달적 변화에 따른 엄마의 적응과정이 자녀와의 갈등에서 머무르지 않고 긍정적인 관계의 변화까지 이어기지 위해서는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보는 엄마의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를 도표로 나타내면 <그림 1>과 같다.


그림 1. 
분석결과의 통합적 모형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자녀의 청소년기 진입에 따른 발달적 변화에 대응하여 어머니가 모니터링을 변화시키며 어떻게 적응해 가는지 살펴보기 위해 수행되었다. 이를 위해 첫 자녀가 고등학교 1학년 혹은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어머니 2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진행하였다. 연구결과, 이전과 같이 자녀를 품안에 두고 싶은 연구참여자들의 마음과 자녀의 높아진 자율성 욕구는 충돌하며 갈등이 되었고, 연구참여자들은 갈등을 피하는 동시에 자녀를 살피기 위해 모니터링에 변화를 주며 자녀의 변화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이러한 적응과정이 자녀와의 관계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녀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바라보는 관점이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드러났다.

본 연구의 주요결과를 바탕으로 한 논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청소년의 발달적 변화에 대한 어머니의 적응과정이 건강한 관계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녀를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보는 엄마의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자녀와의 갈등을 일시적으로 피하는 것을 넘어 지속적인 갈등이 해소되고 자녀와 보다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등 더욱 성숙한 부모-자녀 관계로 나아가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경험을 다룬 선행연구들(강버들, 2020; 김소연, 2017; 이영미, 한재희. 2013; 최정아 외, 2021)에서도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받아들이는 것은 ‘내려놓음’, 혹은 ‘거리두기’라는 표현으로 기술되며 자녀양육 경험의 핵심내용으로 밝혀진 바 있다. 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것은 주된 경험일 뿐 아니라 어머니들의 모니터링 변화라는 대응 결과에 차이를 만들어내는 주요 요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연구참여자들은 좋은 엄마로서 자녀를 잘 양육하고 자녀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모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노력의 결과로 건강한 관계의 변화가 나타나는 반면 누군가에게는 노력하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자녀를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없는 경우, 즉 여전히 자녀를 자신에게 속한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경우에도 청소년 자녀의 변화에 발맞춰 모니터링 전략이나 영역에 있어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나 엄마의 기준에서 청소년 자녀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공부영역에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등 근본적인 변화라기보다는 단순히 잠깐의 갈등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적 변화에 그치고 있었다. 진정으로 자녀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이는 자녀의 청소년기를 지나며 부모-자녀 관계가 보다 성숙한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부모가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서 바라볼 필요성, 즉 부모 또한 자녀로부터 개별화될 필요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연구결과이다.

이러한 결과는 부모와 청소년 자녀 간의 개별화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인 틀로 여겨져 온 Blos(1967)의 2차 분리-개별화 이론과 Bowen(1978)의 자기분화 개념과 연결되어 있다. Blos(1967)는 유아기 자녀가 생후 3년 간 어머니로부터 분리-개별화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Mahler 외(1975)의 이론을 발전시켜 청소년기에도 부모로부터 분리되는 2차 분리-개별화를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을 정리하였다. 또한, Bowen(1978)은 가족체계 내에서 구성원들이 융합되지 않고 각자의 정서적, 인지적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나 Blos(1967)의 2차 분리-개별화 이론은 청소년기에 진입한 자녀가 정체성을 획득하며 부모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자녀의 입장에서 강조하고 있으며, Bowen(1978)의 자기분화 개념은 분화의 대상이 자녀뿐 아니라 모든 가족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 내적인 개별화를 뜻한다는 점에서 부모가 자녀로부터 개별화되는 특정 내용을 상세히 담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기를 지나며 부모와 자녀가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녀 뿐 아니라 부모 또한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보며 자녀로부터 개별화 되어야 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했다. Blos(1967)가 2차 분리-개별화 이론의 토대로 삼은 Mahler(1975)의 분리-개별화 이론에서도 자녀가 분리개별화를 이루어가는 동안 어머니 또한 변화하는 유아에 맞는 어머니 노릇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조희연, 2019). 자녀의 변화에 맞게 양육자도 함께 변화하며 분리-개별화를 이루어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부모-자녀 간 건강한 관계를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어머니의 개별화 과정이 자녀가 청소년기가 되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개별화의 과정을 겪으며 고군분투했다. 갈등과 극복의 과정을 거쳐 보다 성숙한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고민하고 인내했으며, 부모교육의 도움을 얻기도 했다. 이는 가족생애주기의 주요개념인 발달과업이 가족구성원들이 해당 시기가 되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성취되는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이처럼 이 연구는 기존의 청소년기 가족과 관련된 발달이론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부모가 청소년 자녀로부터 개별화되는 과정을 부모 입장에서 보여주고 이를 이론으로 구축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으며, 부모의 개별화를 살펴보는 연구의 출발점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둘째,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노력’한다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자녀를 잘 키우고 자녀와 잘 지내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이러한 노력이 제대로 된 방향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연구참여자들은 부모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고 있었으며, 실제로 부모교육을 통해 큰 도움을 받기도 했다. 연구참여자들이 자녀가 자신에게 속한 소유물이 아니며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체임을 깨닫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날 때 비로소 갈등이 해소되고 관계의 변화까지 나아가는 등 건강한 모니터링 변화가 일어났는데, 부모교육은 인식의 전환을 일으키는 주요한 자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자녀의 청소년기 진입을 앞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부모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한국사회는 전통적으로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으나, 최근 다수의 아동 전문가들이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을 양육의 기본 전제로 제시하고 있고(배재학, 2021), 사회적으로도 이러한 의견에 수긍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부모교육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가족센터에서도 부모교육을 “부모가 자기 자신과 부모됨을 이해하고 자녀성장을 돕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양육태도를 습득하며, 자녀를 독립적인 권리의 주체로 존중하고 수평적인 관계에 대한 인식을 갖도록 지원하는 교육”이라 명시하고 있다(가족센터, 2022). 자녀를 독립적인 주체로 존중한다는 내용을 명시하여 교육이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부모들에게는 자녀가 ‘내 아이니까’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어,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김선희, 윤재희, 2020). 따라서 부모가 자녀를 바라보는 관점과 관련된 교육에 더욱 힘을 싣고 이러한 교육에 부모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녀를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보는 관점이 실제 부모들의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자녀의 변화나 부모-자녀 간 갈등이 생기기 이전에 교육을 통해 미리 준비하여 실제 자녀에게 변화가 찾아왔을 때 부모도 자연스럽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결과에서 변화의 과정을 보다 수월하게 지나갔던 연구참여자들은 자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녀를 독립된 주체로 바라보고 있었다. 따라서 자녀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교육은 꼭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교육에만 국한하여 포함시키기보다는 영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 대상 강의에서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내 여성가족부에서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부모교육 웹사이트인 “좋은부모 행복한 부모”에서 예비부모 혹은 영유아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내용을 살펴보면, 실제적으로 자녀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기술적인 내용과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자녀를 한 사람의 독립된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관점에 대한 내용은 생략되어 있어 아쉬운 부분이 있다.

또한, 부모교육에 모니터링과 관련된 실제적인 지침이 포함된다면 부모들에게 더욱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국가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서는 청소년기 자녀를 위해 부모 모니터링 팁을 제공하고 있으며, 해당 내용을 온라인 홈페이지에 탑재하고 있어, 정보에 매우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호주에서도 정부기관인 사회복지부에서 운영하는 “부모를 위한 웹사이트(the australian parenting website)”에서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정보로 모니터링과 관련된 실제적인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여성가족부에서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부모교육 웹사이트에서 부모교육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교육에서 자녀의 사생활에 대한 욕구 증가에 따라 이를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인정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적절한 모니터링은 부모의 좋은 양육행동(good parenting)의 요소 중 한 가지(DeVore & Ginsburg, 2005)로 포함될 정도로 중요한 양육행동인 만큼 구체적인 지침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다면 부모들이 일상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모니터링 하는 것이 더욱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청소년기 자녀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엄마들의 다양한 전략을 살펴볼 수 있었다. 기존 선행연구들은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높은 청소년기에는 자녀의 자기개방이 줄어들고 사적영역이 많아지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부모의 지식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변화한다고 그 방향성을 밝혀온 바 있다(나유미, 임연진, 2003; 손승영, 2009; Keijsers et al., 2016; Moilanen et al., 2009; Son & Choi, 2013; Tilton-Weaver & Galambos, 2003).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는 지 구체적인 양상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많지 않았다. 본 연구는 엄마의 모니터링이 자녀의 자기개방을 증가시키기 위해 몰래 살피거나 자녀의 구조화된 일상을 활용하여 자녀의 삶을 주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또한, 청소년 자녀가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자녀의 신변을 파악하기 위해 소재와 귀가시간 파악에 힘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청소년기 자녀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변화시킨 구체적인 모니터링 전략은 기존 선행연구가 주목하지 않았던 영역으로, 본 연구를 통해 발견한 새로운 사실이다. 이러한 새로운 발견을 바탕으로 어떤 모니터링 전략이 자녀의 일상을 살피는 데 더욱 효과적이었는지, 혹은 자녀와의 갈등을 최소화하며 모니터링 할 수 있는지 등의 후속연구가 가능할 것이다. 이를 통해 청소년기에 진입한 자녀를 어떤 방식으로 모니터링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청소년기 모니터링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변화의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한국 엄마들의 모니터링과 자율성지지 양육행동의 특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엄마들은 자녀의 자율성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이루어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에 연구참여자가 자발적으로 자녀의 자율성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자녀는 원하는 만큼만 개방할 수 있었으며,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졌다. 자율성 발달보다는 관계성을 더 중요시 여기며(최인재, 2006; 현정환, 2007) 부모에 대한 순종을 중요시 여기는 집단주의 문화(Brown & Mounts, 2007)를 가진 한국사회이지만, 청소년 자녀의 높아진 자율성 욕구에 발맞춰 엄마들도 변화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자율성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지만 많은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에 대해 알 수만 있다면 더 알고 싶어했다는 점에서 엄마들은 자녀가 언제든 자신을 의지할 수 있도록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모니터링을 부모의 자율성지지 양육행동 중, 자발적 기능을 장려하는 것(PVF)(Benito-Gomez et al., 2020; Soenens et al., 2007)에 가깝게 변화시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연구참여자는 자녀를 ‘몰래’ 살피는 방식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이는 Hawk 외(2016)의 연구에 참여한 스웨덴 부모 97명 중 60%가 몰래 살피기(snooping)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결과이다. 자녀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강조되는 서구사회에서는 자녀를 몰래 살피는 것이 부모로서 정당하지 않은 양육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부모-자녀 관계가 밀착되어 있고(이영미, 한재희, 2013; 조경진, 김은정, 2009), 자녀의 성장에 있어서 부모가 매우 영향력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데 이견이 거의 없는 한국사회(문무경 외, 2016)에서는 ‘몰래’하는 방식을 택해서라도 부모가 자녀를 살피는 것을 당연시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참여자들이 자녀의 일상을 몰래 살피고 개입하는 것이 과연 자율성을 지지하는 방식인가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자녀의 입장에서는 자녀가 자신의 의견대로 스스로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연구참여자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자녀의 삶을 통제하고 있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청소년기 자녀들은 아직 미성년자이기에 부모의 조언과 가이드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몰래 살피는 방식을 택하는 것은 자녀의 자율성을 지지한다기보다는 갈등을 피하는 임시방편적 전략일 수 있다. Hawk 외(2016)는 몰래 살피기는 부모에 대한 자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동일 뿐 아니라, 자녀의 입장에서는 부모가 자신의 사생활을 크게 침범하는 행동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몰래 살피기는 청소년 자녀가 자신에 관한 정보를 부모에게 선택적으로 공개하고자 하는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자녀들은 부모의 몰래 살피기로 침해된 사생활에 대한 경계를 회복하기 위해 부모와의 대화를 회피하거나 부모와의 결속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이것은 부모-자녀 관계를 악화시키는 길이라 말한다. 호주에서 운영하는 “부모를 위한 웹사이트(the australian parenting website)”에서도 청소년 자녀를 모니터링 하는 부모에게 자녀를 신뢰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자녀가 좋은 결정을 내리고 적절한 행동을 할 것이며, 부모가 알아야 할 정보는 부모에게 공유할 것이라고 신뢰하라는 것이다. 자녀 또한 부모가 자녀를 신뢰한다는 사실을 믿고 부모-자녀 간에 상호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자녀는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부모를 더 찾게 될 것이라 이야기 한다. 지금 이 순간 자녀를 알고 싶은 마음을 충족시키기 위해 몰래 살피기를 지속하기보다는 자녀와의 관계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또, 한국의 엄마들이 청소년 자녀를 모니터링하며 가장 내적으로 갈등한 영역은 자녀의 공부였다.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의 학습과 성적에 대해 마음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사회에서 자녀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것은 부모에게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경제적, 사회적 성공의 핵심 조건이 되기 때문에 자녀가 공부에 매진하여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핵심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김승진, 2020). 따라서 좋은 부모로서 당연히 자녀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사회의 아동청소년의 삶의 만족도가 OECD 국가들 중 가장 낮은 편에 속하며 특히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는 결과(통계청, 2019)는 학업에 대한 강조와 밀착된 모니터링이 자녀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을 갖게 한다. 이에 따라 부모들에게 자녀의 학습과 관련된 문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영역일 수 있다. 한편,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여기지 못할 때 가장 크게 드러난 특징이 공부강요였다. 한국사회에서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학습이기 때문이다. 공부로 인한 내적갈등과 자녀와의 갈등은 학벌주의가 만연한 한국사회이기에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영역일 수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기 때문에 겪지 않아도 될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부에 대한 내적 갈등이 심하고, 이로 인해 자녀와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면, 부모교육 등 전문가의 힘을 빌려 자녀를 바라보는 관점을 점검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모니터링과 관련된 확장된 지식을 바탕으로 기존 모니터링 연구에서 사용된 모니터링 척도에 대해 다시 검토할 필요성을 발견하였다. 먼저는 척도가 측정하고 있는 모니터링의 내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내 모니터링 관련 연구에서 주로 사용된 부모의 모니터링 지식 측정문항은 연구배경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루틴 모니터링을 통해 얻게 된 모니터링 지식에 한정되어 있다. 자녀가 누구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언제 귀가할 것인지가 그 내용이다. 그러나 본 연구결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연구참여자들은 자녀의 루틴 외에도 친구관계, 학교나 학원생활, 성적, 진로에 대한 고민, 휴대폰 사용 등 다양한 영역을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 특별히 자녀가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파악하는 루틴모니터링은 모든 부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니터링 영역으로 밝혀져, 루틴모니터링을 통해 획득한 지식만으로는 부모 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부모 모니터링 혹은 모니터링 지식을 측정하는 범위를 보다 확장하여 측정한다면, 부모들 간에 나타나는 차이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모니터링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질적도구가 개발된다면 모니터링 연구에 더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한 예로, 본 연구결과에서 자녀가 거실에서 공부하고 엄마는 그 옆에서 시간을 보내는 연구참여자는 양적인 방법으로 단순히 어떤 방식으로 모니터링 하는지를 측정한다면 ‘자녀의 공부를 옆에서 감시하는 것’으로 분류되어 마치 자녀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고 밀접하게 모니터링하며 ‘감시’하는 것처럼 측정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가까이 들여다보면 자녀와 충분히 소통하는 가운데 거실에서 공부하는 방식으로 습관이 형성된 것이며, 따로 성적에 대해 강요하는 모습이 없기에 이로 인한 자녀와의 갈등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양적인 방법으로 모니터링을 측정할 경우, 놓치게 되는 정보들이 많고 왜곡된 자료가 수집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모니터링을 평가할 수 있는 질적 도구를 개발한다면 모니터링에 관한 보다 정확한 정보들이 수집되고 이를 기반으로 모니터링 유형을 나누거나 건강한 모니터링을 제안하는 등 모니터링 연구에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실제적으로 청소년 자녀를 어떻게 모니터링 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엄마가 생각하는 안전지대 안에 있는가를 끊임없이 확인하며 강요하다가는 자칫 과잉간섭으로 이어져 자녀의 자율성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LeMoyne & Buchanan, 2011), 반대 극단에서 자녀의 독립성만을 강조하고 완전한 자율을 허용한다면 자녀의 비행이나 위험을 예방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Lac & Crano, 2009; Lee & Randolph, 2015). 자녀를 안전한 경계 안에서 지키는 것과 독립된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년기 자녀를 모니터링 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는 자녀의 사적인 영역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자녀가 독립된 존재인 동시에 청소년기는 자율성 욕구가 증가하는 시기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호주에서 운영하는 “부모를 위한 웹사이트(the australian parenting website)”에서는 청소년 자녀를 모니터링하는 구체적인 지침으로 ‘자녀의 책가방을 살필 때도 먼저 묻는 것’, ‘병원에 갈 때 함께 갈 것을 원하는지 혹은 혼자 가길 원하는지 묻는 것’ 등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자녀의 생활에 대한 엄마의 기대와 자녀의 생각에 관해 명확히 대화를 나누고 규칙을 정하기를 제안한다. 본 연구결과에 따르면 규칙은 불필요한 ‘잔소리’와 자녀와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자녀의 소재와 귀가시간을 파악하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규칙은 기대와 행동의 명확한 기준이 되어 자녀를 책망할 때에도 합당한 근거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Hayes et al., 2007). 다만, 규칙을 정하는 과정이 엄마의 강요가 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규칙은 귀가시간과 소재파악과 관련된 것을 넘어 용돈사용, 휴대전화와 SNS사용 등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는, 자녀를 살피기 위해 공식적인 루트를 활용하는 것을 제안한다. 본 연구결과에 따르면 몰래 살피는 것은 모든 연구참여자들이 언급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서 제시한 청소년 자녀 모니터링 가이드에서는 몰래 살피는 것을 피하라고 조언한다. 본 연구에서도 몰래 살피는 정도가 과한 경우에는 그것이 몰래 살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감시와 개입, 강요로 이어져 갈등이 되고 있었다. 한국사회의 정서와 청소년기 발달적 특성 상 몰래 살피는 것이 전혀 없을 수 없겠지만, 과한 감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가능하다면 공식적인 루트를 활용하며 살피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욱 건강한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일 것이다. 예를 들어, 연구참여자들이 이야기 한 ‘자녀의 친구를 초대하기’ 등은 자녀의 또래관계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좋은 공식적인 루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자녀와 지속적인 갈등이 생긴다면, 자녀에 대한 기대와 자녀와의 경계를 조정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고민해 볼 것을 제안한다. 부모와 자녀는 서로의 행동에 대한 기대를 이미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자녀가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다양한 발달상의 변화가 나타나게 되면 서로에게 이미 형성된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들이 출현하게 된다(Collins et al., 1997). 어긋난 기대는 갈등을 양산하게 되는데, 이러한 갈등은 기존에 엄마가 자녀에게 가지고 있던 기대를 자녀의 연령에 적합한 기대로 변화하며 자녀와의 경계를 다시금 조정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제한점과 후속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청소년기 자녀를 둔 어머니만을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여 면접을 진행하였다. 따라서 아버지와 자녀의 관점은 고려하지 못했다. 한국사회에서 주로 어머니가 주양육자로 여겨지기 때문에 아버지의 모니터링은 어머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변화양상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의 면접 내용 중, 아버지는 주로 어머니를 통해 자녀에 대해 알게 된다는 이야기와 자녀가 청소년기에 진입하자 자녀의 학습에 무관심하던 아버지들도 학습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다는 이야기 등은 어머니와는 다른 아버지만의 독특한 모니터링 변화 과정을 겪을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또한, 자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의 모니터링이 질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실제로 자녀의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 느껴지는지, 부모가 아는 것이 다인지는 알기 어렵다. 한 연구참여자는 자녀가 PC방 가는 것은 신용카드 내역으로 남기지 않는다며, 엄마가 자녀의 카드사용내역을 몰래 확인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일부러 노출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모가 말하는 것이 다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후속연구에서는 아버지와 자녀를 함께 면접하여 연구를 진행한다면 부모의 모니터링에 대해 보다 객관적이고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모두 수도권에 거주하는 양부모가정으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한부모 가정의 경우, 양부모 가족에서는 두 사람이 감당하던 자녀양육과 생계에 대한 책임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양부모 가정에서 나타나는 모니터링 변화의 양상과는 그 내용이 확연히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고려한 후속연구는 본 연구에서 발견한 내용이 모든 가족에게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셋째,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자녀가 비행을 저지른다거나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자녀의 문제행동은 부모로 하여금 모니터링 지식을 증가시키거나(조혜정, 윤명숙, 2010), 감소시키는 등(Wertz et al., 2016; Willoughby & Hamza, 2011) 부모의 모니터링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져 왔다. 따라서 자녀의 큰 문제행동을 경험한 부모의 모니터링 변화과정을 연구하는 것은 보다 다양한 부모의 모니터링 변화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어느 한 시점에 회고적 방식으로 어머니의 적응과정을 면접하였다. 따라서 연구결과에서 세 번째 주요범주인 ‘대응의 결과에 차이를 만들어내는 엄마의 관점’에 제시된 세 가지 유형은 종료된 과정이 아닐 수 있다. 분석을 통해 3가지 유형이 드러났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면접을 진행한다면 현재 갈등지속 유형으로 드러난 연구참여자들 또한 자녀를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생겨 갈등을 해결하고 관계에 변화를 이루어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엄마들의 적응과정이 현재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여러 시점에 면접하여 종단자료로 분석해본다면 적응과정에서 나타난 유형을 더욱 명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Notes
1) 1단계: 신혼기, 2단계: 자녀출산기, 3단계: 학령전기 자녀기, 4단계: 학령기 자녀기, 5단계: 10대 자녀기, 6단계: 진수기, 7단계: 중년기, 8단계: 노년기(Duvall, 1977)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제1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을 수정 및 보완한 것이다. 이 연구는 서울대학교 기초학문분야 학문후속세대 장학금을 지원받아 수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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